인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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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웨어 방현우 작가

방현우님 사진(1)

질문1. 안녕하세요? 서울공대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 아티스트 방현우라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전업으로 작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2. 서울공대 재학시절에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작가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디자인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무언가 고민해서 만드는 걸(디자인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중에 예쁜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있더라도 이걸 업으로 삼아서 살 수 있는지는 상황이나 형편에 의해서 결정되겠지요. 생각해보면 저보다 더 디자인에 관심 있던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제가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또 작가가 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난 작가가 될 거야'했던 건 아니고, 살면서 작은 결정들이 쌓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고등학생 때 연습장 하나를 사더라도 친구는 줄이 그어진 걸 샀다면 저는 줄 없는 빈 종이를 샀어요. 줄이 있으면 글과 숫자만 쓰겠지만, 줄이 없는 연습장을 쓰다 보면 공부하다가 심심할 때 그림이라도 한번 그리게 되거든요. 그렇게 아주 작은 계기들이 10번, 100번 쌓여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돌아봤을 때 저랑 친구는 저 멀리 다른 길을 걷고 있더라구요. '왜 나는 특별한 기회나 계기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있으시다면 원하는 방향을 계속 생각하고 아무리 작은 결정이라도 한 방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내리다보면 결국에는 원하는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3.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꼬마 돼지 베이브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 있어요. 그런데 이 감독이 칠순이 넘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때 젊은 시절 찍었던 영화를 다시 한 번 찍어요. 그리고 그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습니다. 그게 매드맥스예요. 꼬마 돼지 베이브와 매드맥스는 겉보기에는 너무나 다른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이 감독의 영화들을 모두 보다 보면, 이게 같은 사람의 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질문하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는 없고 그 무엇들이 누적되어 생겨난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림이든 영화든 결국은 작가의 스타일이 묻어나잖아요. 그 스타일이 결국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작품으로 표현하는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방현우님 사진(2)
방현우님 사진(3)

질문4. 작가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제가 앞에서 운이 좋아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도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작은 결정들을 통해 나중에는 제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가 있었으면 하는 게 목표예요.

질문5.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서울공대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교에 있을 당시에 학생들이 자주 찾아와서 진로상담을 했었습니다. 학생들이 항상 하는 단골 질문이 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럴 때 조언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봐라, 사람을 많이 만나봐라'하시면서 뭔가 더 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들 많이 하시는데, 이런 접근방식으로는 결국 쳇바퀴 도는 상담이 되곤 합니다. 사실 그 학생의 일과를 종일 관찰해 보면 그 '모르겠다'는 좋아하는 것이 없지 않아요. 맛있는 배달 음식 먹으면서 집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 피규어를 모으고 조립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한데, 다만 이런 걸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진로 상담 자리에서 얘기하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것도 같아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아요.

그런데 자신에게 솔직한 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부끄럼 없이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다음을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수단을 고민하다 보면 돈을 벌어야 하는 건가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경우도 많을 거예요. 돈을 버는 것이 단기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니 바로 여행사에 가이드로 취직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이 수단이 아닌 경우도 많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지하고 그걸 하기 위한 중간 단계를, 그것이 돈을 버는 것이더라도, 명시적인 단기 목표로 삼으면 됩니다. 이 때 중요한 건 절대 자신을 속이면 안 돼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중간 단계였던 단기 목표를 향해 가다가 그게 장기 목적이 되어버릴 수 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이 된다면 우선 자신에게 부끄럼 없이 솔직한 자세로 마음속에서 좋아하는 것들부터 꺼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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