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칼럼

만나고 싶었습니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

안현 사장님(1)

질문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85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해 학사·석사·박사까지 졸업한 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엔지니어로 입사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26년간 SK하이닉스에서 일하며 DRAM 개발, 경영전략/혁신, NAND 개발, AI 기술 탐색 및 사업 개발, SSD 등 솔루션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2024년 말부터 SK하이닉스 개발총괄(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공대 대학원 재학 시절에는 장기 프로젝트인 핵융합 상용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면 SK하이닉스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면서 촌각을 다퉈 제품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술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저도 개발부터 전략기획실, 혁신 TF 등을 경험했고, 이후 제품 개발 전체를 책임지면서 반도체 전반에 걸친 기술 개발과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질문2. 맡고 계시는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업 분야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K하이닉스 개발총괄은 DRAM과 NAND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여 AI 및 메모리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최첨단 제품을 개발하는 '창조의 심장부'입니다. 조직은 DRAM 개발 부문, NAND 개발 부문, Solution 개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업계 최고의 HBM, 고성능/저전력 DRAM, 고성능/대용량 NAND, AI 데이터센터용 SSD 등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 제품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제품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고객 시스템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구현하여 고객이 원하는 성능, 신뢰성, 효율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개발총괄의 사명입니다.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미국, 대만, 폴란드에 해외 R&D 센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I 고성능 SSD 개발 분야에서, 대만은 모바일 솔루션 개발, 폴란드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각 지역의 장점을 살려 특화된 개발 역량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개발총괄은 선도적 제품 개발 업무를 통해 기술과 시장, 연구와 생산, 국내와 해외를 잇는 창조적 연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고객 중심의 혁신과 기술 협업을 통해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질문3. 올해 사장으로 선임되셨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장으로 선임된 지 1년이 되었고, 제가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으로서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합니다.

안현 사장님(2)

기존 SK하이닉스는 표준화된 메모리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Memory Provider'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AI 시대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메모리 제품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기획하고 협업해 개발하는 'Full Stack AI Memory Creator'로 진화하고자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는, AI 기술을 우리 업무 전반에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융합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도구가 아닌,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제품 품질과 혁신 속도를 높여 나가는 것입니다.

AI는 이제 우리 개발팀의 '동료'가 되어, 설계, 검증, 테스트, 생산 준비 과정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미래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AI 혁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목표를 향해, 저는 개발총괄로서 기술과 협업, 그리고 AI라는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질문4. 서울공대 재학 시절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으시다면?

서울대학교는 저에게 배움의 터전이었고, 인생의 가치관을 만들어 준 곳입니다. 십수 년을 학교에서 보냈고, 수많은 추억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도 마음 깊이 남아 있는 세 가지 기억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1999년 9월, 서울공대 31동 앞 실험동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는 제 인생에 가장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후배 세 명이 그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실험했던 후배들을 잃게 만든 안타까운 사고를 통해 저는 평생 제일 중요한 인생의 최우선 원칙을 안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학업과 연구를 하시는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는 저의 은사님이신 홍상희 교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것입니다. 연구자로서 솔선수범, 데이터와 이론에 근거한 학자로서 롤 모델이셨습니다.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학생들과 치열한 토론, 공동 실험을 통해 목표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극대화해 주는 분이셨습니다.

1년에 한 번씩은 대학원생들과 함께 관악산을 오르고, 과천 교수님 댁에서 식사하며 많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엄격하시지만, 가족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연구실은 공부도 하면서 협업도 활발히 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셨고, 지금도 저는 그분을 평생의 은사로 모시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대학교 4학년 때 참여했던 가톨릭 동호회 봉사 활동입니다. 일주일에 하루씩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봉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들의 순수함과 웃음 속에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습니다.

이 세 가지 기억은 저에게 안전의 중요성, 정확성과 성실함, 그리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라는 삶의 기준을 남겼습니다. 그 기준은 지금도 제가 SK하이닉스에서 일할 때, 조직을 이끌 때, 제품을 만들 때, 항상 따라오는 나침반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제게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인생의 뿌리와 방향을 가르쳐준 곳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 위에, 저는 오늘도 기술과 사람, 조직 간 협력을 이어가는 리더로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문5. 오랜 기간 한 분야 전문가로서 기업과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셨는데요. 선배로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저는 지난 수십 년간 급변해온 반도체 분야의 경험과 최근 AI가 급속히 확산되는 현장에서 얻은 Insight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안현 사장님(3)

첫 번째는 21세기의 기술 진화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잘할 수 있는가?",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본질에 맞는 길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의 시작입니다.

둘째로 AI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Global'입니다. 과거에는 한 지역, 한 국가 내에서만 잘해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었고, 기술과 산업도 글로벌 경쟁이 기본입니다. 따라서 진로를 선택할 때, 그 분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여러분들이 해당 분야의 주역이 되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글로벌 역량을 지금부터 계획적으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셋째는 협업입니다. 협업 마인드는 이제 어떤 분야에서든 핵심 역량입니다. 혼자서는 잠깐 빨리 갈 수는 있어도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전공도 중요하지만 '융합 역량'이 핵심입니다. 전기전자, 물리, 화학, 기계, 컴퓨터, 재료공학 등 어떤 전공이라도,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기존 지식과 융합할 수 있다면, 자신의 진로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습니다. 지식의 경계를 넘어 통섭의 경지로 성장하는 과정이 여러분을 더 큰 무대로 이끌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시대를 바꾸는 '혁신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의 진심, 냉철한 자기 인식, 협업의 가치, 그리고 끝까지 파고드는 집중력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에 서서,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난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