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창업

산학협력·칼럼 소식

초고령화 사회, 에이지테크(AgeTech)가 여는 새로운 시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연구원 김장길 교수
김장길 교수

서론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 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에 약 2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고령화는 더 이상 일부 국가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동시에 맞닥뜨린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2025년 9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년으로, 일본 10년, 캐나다 14년에 비해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노인이 되고,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고령인구 77.3명을 떠받쳐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삶의 질과 불평등에 있다. 고령자 3명 중 1명은 중위소득 이하의 경제적 빈곤 상태에 놓여 있고, 우리 국민이 인식하는 차별받는 집단 3위가 '노인'일 정도로 노후 생활의 질은 녹록지 않다. 이는 고령화가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을 넘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재편을 요구하는 복합적 변화임을 보여준다.

그림1 주요 국가별 65세 이상 인구 비율 추이 및 고령/초고령사회 진입 시점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 앞에서 우리 사회가 뚜렷한 해법 없이 각자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시니어 세대는 변화를 이미 주어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그저 일상을 이어가고 있고, 중장년 세대는 뾰족한 해법도 없이 걱정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이 문제를 자신들에게 돌아올 추가적인 부담과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논란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문제는 이미 세대 간 긴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지 오래다.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현실이며, 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지만 문제의 성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초고령사회,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초고령사회는 단순히 복지제도나 공공 재정의 확충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로서 이해해야 한다.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만 봐도 이미 그 양상이 다르다. 어떤 이는 여전히 자녀에게 기대고, 어떤 이는 연금과 저축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며, 또 어떤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일터에서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건강관리 방식도 제각각이다. 병원을 자주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요양시설이나 각종 서비스에 의지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자녀와 친구들과 연결을 유지하는 이도 있으며, 사실상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는 이도 있다.

정부는 이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을 확대하고, 기초연금을 인상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을 늘리고 있다. 지자체는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을 통해 돌봄과 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에서는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재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제도와 인프라가 바뀌는 속도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실제로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용해 줄 지원 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초고령사회는 공공과 민간 영역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제도적 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기업은 기술과 서비스로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내며, 지역 공동체는 이웃 차원의 돌봄과 연대를 이어간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을 가로지르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바로 기술, 에이지테크(AgeTech)다.

초고령 사회의 해법, "에이지테크"

에이지테크는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의 일상생활, 돌봄, 건강 관리 방식 등 삶 전반을 새로 설계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실제로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로봇 기술, 스마트홈 서비스, 원격 의료 플랫폼 등은 이미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고령자의 생활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고 주변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에이지테크 기반 실버경제 육성 전략'을 통해 돌봄 로봇, 웨어러블 및 디지털 의료기기, 노인성 질환 치료, 항노화 및 재생의료, 스마트홈 케어를 5대 중점 분야로 정하고 연구 개발 투자와 규제 완화, 리빙랩 인프라 조성 등을 추진하며 민간의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누군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실제로 작동하려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돈이 흐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초고령사회라는 주제는 공공성과 민감성을 동시에 가진 영역이다. 수익을 이야기하는 순간 사회적 반감이 생기기 쉽고, 세대 간 오해와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느냐"는 비난과 "그렇다면 누가 이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질문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에이지테크 시장에 진입하려는 스타트업이라면, 기술 아이템과 함께 고객과 시장 구조를 하나의 그림 위에 놓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누구의 삶에서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할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비용이 개인과 가족, 기업, 공공기관 사이에서 어떻게 나뉘게 될지 고려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표면적으로 노인을 돕는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막상 사업의 언어로 들어가 보면 각 서비스가 위치한 자리와 역할이 모두 다르다. 어떤 서비스는 시니어 개인의 선택과 지불 의사에 기반해 움직이는 전형적인 소비 시장에 속하고, 어떤 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이나 지자체 예산처럼 공적 재정과 제도가 움직여야만 성립하는 공공 시장에 속한다. 또 어떤 서비스는 개인의 지불 의사와 공공 재원이 함께 들어가야 하는 혼합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시장에서 활동하는 각 구성원 간 이해관계 조정과 역할 정리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에이지테크 산업을 구성하는 4개의 축

2024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발표한 '고령화 사회 에이지테크(AgeTech) 기술 및 정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지테크 산업은 자립 생활, 돌봄, 기술 수용의 세 가지 분야로 구분되어 있다. 고령자의 일상을 유지하는 기술, 신체·인지 저하에 따른 돌봄 서비스를 보완하는 기술, 그리고 디지털 접근성 및 신기술 활용 능력을 높이는 기술을 중심으로 정책과 기술 개발 현황을 체계화한 구성이다. 이는 공공 부문에서 고령사회의 과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바라보는 실제 시장의 흐름은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의 삶은 단순히 일상을 유지하고 돌봄을 받으며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특히 기술 수용이라는 영역은 하나의 서비스 범주라기보다, 고령자가 삶의 전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와 연결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역량에 가깝다. 현대 사회에서 대다수의 시니어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이고, 질병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넘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요양과 병원을 거쳐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경로, 남은 가족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 장례와 사후 절차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가족 구성의 변화와 1인 고령 가구의 증가, 장기 요양과 의료비 부담 확대는 이러한 고민을 추상적인 불안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필요로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초고령사회의 수요 구조는 자립 생활, 건강과 리스크 관리, 돌봄, 기술 접근성이라는 공공 중심의 분석 틀을 넘어선다. 고령자의 생애 주기를 실제 시장 관점에서 바라보면, 자립적으로 일상의 생활을 유지하는 영역, 건강과 장기 리스크를 관리하는 영역, 돌봄에 의존해야 하는 영역, 그리고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영역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삶의 마무리와 사후 준비'는 삶의 마지막 과정뿐 아니라 남은 가족의 부담, 사회적 비용, 재정적 리스크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축으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독립된 'End-of-life Tech'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필자는 NIA 보고서의 세 가지 분류를 기본 구조로 참고하되, 사업과 시장의 관점에서 에이지테크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립 생활, 건강과 리스크 관리, 돌봄, 임종·사후 준비라는 네 가지 축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렇게 네 가지 축으로 확장해 보면 고령자의 삶을 더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고, 스타트업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야 하는지 한층 분명해진다.

그림2 에이지테크 시장을 구성하는 4개의 축

첫 번째, 자립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웰에이징(Well-Aging)

고령자가 스스로 일상을 꾸려 가는 능력은 초고령사회에서 요구되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웰에이징(well-aging)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안전한 주거 환경, 이동 편의, 식사·영양 관리, 여가와 취미 활동, 디지털 기기 활용, 사회적 연결 등은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과거에는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담당했던 기능이지만, 1인 고령 가구의 증가와 가족 구조 변화, 돌봄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기술과 서비스가 이를 보완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마트홈 기반의 안전 모니터링, 시니어 친화형 이동 서비스, 생활 편의 구독 서비스,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여가·건강 코칭 등은 모두 이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서비스다.

이 시장은 '고객이 명확한 소비자 시장'이라는 점에서 다른 축과 구별된다. 고령자 본인과 가족의 선택이 직접 작동하고, 서비스 경험과 사용성, 가격, 브랜드 신뢰도가 결정적이다. 동시에 이 시장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고령자의 자존감, 선택권, 일상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으며, 실제로 가장 활발한 창업이 이루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장은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주요 고객이 고령자 본인과 가족인데, 정작 고령자 대부분은 안정적인 소득이 없고 지불 여력이 제한적이다. 즉 '필요는 명확한데 돈을 내야 할 사람은 많지 않은' 시장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생산성이 낮아지는 연령대가 주고객층이라는 점은 B2C 사업의 확장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한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도 어렵다. 웰에이징 서비스는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지만, 당장 공공이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초기 관심을 모으고도 수익성의 벽에서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 할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 웰에이징·시니어산업 최고위과정(AWASB)이다. AWASB는 2013년 개설된 국내 유일의 시니어 산업 전문 경영인 양성 과정으로,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사업·정책·기술 전략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지금까지 약 580명의 수료생이 배출되었고, 이 중 상당수가 해당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관련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1기의 박동현 회장은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전문 기업인 주식회사 케어닥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10기에는 시니어 친화형 콘텐츠·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엘도라도리조트와 웰에이징 라이프케어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 중인 제이씨하모니 경영진이 입학하는 등 업계의 중요한 창업 네트워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고령자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노년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웰에이징 시장의 관건은 '수요는 명확하지만 비용 부담 주체가 불분명한' 이 구조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있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것인지, 가족과 기업·보험·지자체가 어떤 수준까지 비용을 함께 분담할 수 있을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지에 따라 이 시장의 성패가 좌우된다. 그래서 웰에이징 영역은 에이지테크의 기회이자 동시에 가장 큰 수익성의 함정을 내포한 영역이며,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가 된다.

두 번째, 건강과 미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라이프케어(Life-Care)

초고령사회에서 건강은 단순히 병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지와 직결된 문제다. 고혈압과 당뇨, 심혈관 질환처럼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만성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하고, 작은 이상 신호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입원과 수술, 장기요양으로 이어져 개인과 가족, 사회 전체에 큰 비용을 남긴다. 이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 예측 기반 관리, 생활 습관 교정, 재활과 운동 관리 등 일상 속 건강 관리는 고령자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운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진다. 웨어러블 기기와 각종 센서, 앱과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단순히 현재 상태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 리스크를 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혈압과 심박, 활동량과 수면 패턴, 식습관과 복약 정보 등을 꾸준히 축적하면, 위기 상황을 미리 감지하거나 병원 방문 시점을 조정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의료비와 요양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크다. 케어닥과 같은 서비스는 돌봄과 건강 관리를 통합해, 시니어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필요한 경우 병원이나 공공 서비스와 연계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웰에이징이 "있으면 좋은" 영역이라면, 라이프케어는 "없으면 불안한"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 구조도 꽤 다르게 움직인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고령자와 가족의 지불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고, 만성질환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면 보험사와 국가 입장에서도 장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라이프케어 영역은 개인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B2C 모델뿐 아니라, 병원·요양기관·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B2B 모델,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과 연계된 B2G 모델이 동시에 열려 있다. 실제로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만성질환 관리, 지역사회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에 예산과 시범 사업을 집중하고 있으며,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은 앞으로 이 시장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라이프케어 영역은 에이지테크 중에서도 수익과 공공성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과 가족은 건강을 위해 돈을 쓰고, 보험사와 정부는 장기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하며, 의료기관과 플랫폼 기업은 이 사이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술의 효과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고, 비용 절감과 위험 감소라는 명확한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만큼, 가장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에이지테크를 고민하는 창업자라면 웰에이징과 더불어 라이프케어를 반드시 전략적 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자립적 생활이 어려워지는 시기의 통합 돌봄(Caregiving) 기술

노화가 지속됨에 따라 본격적인 신체적·인지적 기능의 저하가 일어나면 타인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초고령사회로 갈수록 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활동성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혼자서 생활이 어려워지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가사 지원이나 방문 돌봄을 넘어, 의료·요양·복지·안전 모니터링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통합 관리가 필요해진다. 병원, 요양시설, 방문요양센터, 지자체가 끊임없이 연계돼야 하는 구조이지만, 지금까지는 이 연결이 매우 파편화되어 있어 가족과 현장의 부담이 모두 크게 남아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돌봄의 전 과정이 여전히 수기 기록과 기관별 전산 입력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와 관찰 내용, 서비스 이용 이력 등이 병원, 요양시설, 재가센터 등 기관별로 쌓이기만 할 뿐 서로 공유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특히 2026년부터 통합 돌봄 관련 법제와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돌봄의 시행 범위 자체가 넓어지면서 기록해야 할 내용과 연계해야 할 서비스의 폭,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량까지 함께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행정과 실무 영역 모두에서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지자체 담당자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은 늘어나는데, 도와주는 시스템은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이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로만 인식돼 왔다는 점이다. 고령자가 늘어날수록 '돌봄 공백'이 범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나, 실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내는 주체는 명확하지 않다. 고령자 본인은 지불 의지가 약하고, 가족은 이미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으며,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 부담 때문에 서비스 확대가 쉽지 않다. 돌봄 영역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수익 창출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전형적인 공공재 시장'인 셈이다.

정션메드는 이러한 통합 돌봄 영역에서 기술적·운영적 전환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이 개발한 CareBom AI 솔루션은 발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 돌봄 SaaS 플랫폼으로, 고령자와 요양보호사의 일상 대화를 분석해 건강과 돌봄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정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투와 속도, 어휘 선택, 호흡 패턴 등 음성의 미세한 변화를 바탕으로 정서 상태와 건강 리스크를 동시에 포착하고, 이를 의료·요양·복지 서비스와 연계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단순 모니터링 기술과 차별화된다. 정션메드는 2026년 시행될 통합 돌봄법에 대응하기 위해 CareBom AI를 핵심 플랫폼으로 삼아 국내 실증을 진행하는 한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도 현지 실증을 추진하며 기술 검증과 사업 확장을 병행하고 있다. 아시아권 국가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 비용 증가 문제에 직면해 있어 통합 돌봄 SaaS 플랫폼 수요가 점차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션메드는 이러한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해외 수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서 장기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돌봄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통합 돌봄 기술은 에이지테크 중에서도 사회적 필요와 기술 혁신, 재정 한계와 수익 구조라는 네 가지 축이 가장 강하게 충돌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의료와 복지,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이를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스템과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다. 현장의 과부하를 줄이고, 제도 변화를 뒷받침하며,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 돌봄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는 에이지테크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초고령사회 인프라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통합 돌봄 영역이 더 이상 복지 정책의 부속품이 아니라, 고령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네 번째, 삶의 마무리와 사후 준비(End-of-life)

초고령사회에서는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만큼이나 '어떻게 삶을 끝낼 것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요양 체계 안에서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 남겨진 가족에게 어떤 부담이 전가될 것인지, 장례와 사후 절차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상속, 유언, 유산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은 이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생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1인 고령가구 증가, 무연고 사망 증가, 장기요양 시설 이용 확대 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현실로 끌어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여전히 터부시되거나 상조 업계에 대한 오래된 불신 속에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상조 서비스는 필요한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체감되지 않고, 막상 필요할 때는 정보 부족과 강매·비용 불투명성 문제로 인해 가족이 높은 스트레스를 겪는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장례와 사후 서비스 시장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요를 가진 영역 중 하나이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지불 주체가 명확하고 필요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오히려 가장 건실한 시장에 속한다.

이런 맥락에서 고이장례연구소는 장례·사후 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해당 기업은 창업자의 가족 장례 경험을 계기로, 한국 장례 문화가 가진 구조적 문제인 정보 비대칭과 강매·과잉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발했다. "숨김없는 장례의 시작"이라는 슬로건 아래 장례식장·장지 비용, 후기, 서비스 비교 등 40만 건 규모의 데이터를 구축해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 즉시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장례지도사 매칭 서비스로 표준화되지 않은 장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임종 접수, 사후 행정 대행, 후불식·선불식 상조, 장지 추천, 심리 상담 등 장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기존 상조·장례 서비스와는 다른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장례 플랫폼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시드 투자, TIPS 선정, 교보생명과의 협업, 웰다잉 콘텐츠 개발 등은 이 시장의 기술적 전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기업은 서울대 캠퍼스타운 참여와 벤처경영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해 시니어·웰에이징 산업의 생태계 안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사후 기술(End-of-life Tech) 분야는 정서적으로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신뢰와 투명성, 사용자 보호가 절대적 가치로서 작용하며, 그만큼 디지털 기술이 개입할 여지가 큰 편이다. 장례 비용 비교, 사후 절차 안내, 법적 문서 자동화, 디지털 유산 정리, 맞춤형 유언 문서화, 장례 후 심리 케어 등은 기술을 통해 표준화·자동화·투명화할 수 있는 지점이다. 또한 사후 준비는 남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을 넘어, 개인의 마지막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 구조까지 재편할 수 있는 영역으로서 초고령사회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할 분야라 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의 기회와 딜레마

초고령사회에서 에이지테크는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인프라 산업으로서 우리 곁에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에이지테크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정작 시장에서 뚜렷이 두각을 드러낸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이는 기술의 완성도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시장의 인식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아 수익화의 시기가 더디게 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필요와 정책 담론은 이미 앞서가고 있지만, 제도와 재정, 고객의 비용 지불 의사가 이를 따라오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금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다가올 수요에 대비해 비즈니스의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하는 준비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더욱 분명해진다. 어떤 생애 단계의 어떤 축에 집중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 그리고 그 해결에 대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할 사람은 누구인가. 자립적인 일상, 건강과 리스크 관리, 통합 돌봄, 임종과 사후 준비라는 네 가지 축을 시니어 세대의 생애 주기 위에 놓고 보면, 각 축마다 사용자와 이해관계자, 비용 부담 주체의 구성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에이지테크 기업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자신이 속한 시장의 성격이다. 시니어 본인의 선택과 지불 의사에 기대는 웰에이징 시장인지, 건강 리스크를 줄여 보험사와 국가의 장기 비용을 낮추는 라이프케어 시장인지, 공공 재정과 제도가 전제되는 통합 돌봄 시장인지, 혹은 죽음과 사후를 다루며 문화적 장벽과 정서적 민감성을 넘어서야 하는 임종·사후 준비 시장인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기술이라도 B2C로 풀어야 할지, 의료기관과 시설을 상대로 한 B2B로 설계할지, 공공·보험과 연계된 B2G 구조를 함께 열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일"을 하고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멈추게 된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지점은 세대 간 갈등과 사회적 정당성의 문제다. 에이지테크는 결국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논쟁과 맞닿아 있다. 연금과 건강보험, 돌봄 재정을 둘러싼 긴장이 이미 표면화된 상황에서, 노인 대상 유료 서비스와 공공 지원을 결합한 모델을 설계하는 일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스타트업은 규제와 제도 환경을 외생 변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서비스가 공공 정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어떤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과 알고리즘 운영에서도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불신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초고령사회는 분명 큰 위기이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재편과 혁신의 시기이기도 하다.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수익화의 시간이 왔을 때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얼마나 공들여 쌓아 두었는가에 달려 있다. 이 기회는 기술과 시장, 제도와 윤리를 함께 고민하는 소수의 기업에만 열릴 것이다.

지난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