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종호 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Q. 안녕하세요? 서울공대 독자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종호입니다. 저는 1993년에 서울공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마치고, 원광대학교와 경북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9년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동안은 대학에서 연구와 인재 양성에 매진하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2024년 8월까지 약 2년 3개월간 우리나라 과학기술·디지털 정책을 만들어왔습니다.
서울공대 웹진을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릴 좋은 기회가 생겨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어떤 부처인가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有備無患의 정신과 最高競爭力을 목표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부처'입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확대되고, AI 대전환 속도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그 역할이 점차 막중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크게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 가면서, 이를 위해 연구 개발, 인력 양성, AI·디지털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처입니다.
특히, 양자과학기술, AI-반도체, 첨단 바이오로 대표되는 3대 게임 체인저 기술 등 미래 유망 기술 분야를 중점 육성하고 있습니다.
Q. AI, 우주산업, 이공계 지원 등 과학기술계에 다양한 현안이 있었는데, 과학기술계 주요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AI 기술의 혁신을 넘어 全산업·공공·국민일상 등 모든 분야에 구체적·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AI 공존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국가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벌 컨설팅사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국가 전반에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경우 3년 내에 최대 연간 300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AI를 잘만 활용한다면 산업 전반의 매출 증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 등을 통해 저성장·인구 감소 등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 돌파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과기정통부는 AI 확산에 따른 기회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도, 한편으로 AI 개발 및 서비스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 기술 등 인프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디지털 세상을 위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 발전의 태동을 일으키고 이를 완수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인구 절벽, 의대 쏠림 현상 등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는 감소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공계 석·박사생 수가 2025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50년경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로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이공계 인재들에게 과학기술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자율과 창의의 연구 분위기가 조성되고 연구 성과에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공계 과학자들이 사회적으로 우대받고 존중받는 문화도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도형 R&D로의 전환도 매우 중요한 현안입니다.
강대국과 빅테크가 주도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선도형 R&D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 R&D가 본연의 역할에 따라 민간이 개발하기 어려운 유망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수월성·전문성 등 R&D의 핵심 가치를 회복하여 국가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이 골자인데,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한 이래, 이제는 R&D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폐지, 평가의 전문성 강화, 혁신 도전형 R&D 지원 등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연구 현장에서도 선도형 R&D로의 전환에 적극 참여하고 세계 최초·최고 연구에 거침없이 도전할 것이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일하시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나 성과가 있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몸담은 기간 동안 바쁘게 현장을 오가며 연구자와 기업,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과기정통부 직원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좋았던 일도, 아쉬웠던 일도 많았는데, 무엇보다도 누리호와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보람과 기쁨을 느꼈고,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제정하고 우주항공청도 성공적으로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부터 네덜란드까지, 10개국의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며 과학기술·디지털 강국으로서 우리의 위상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우리의 정책 방향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우리나라의 연구 역량도 높이 평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좀 더 자부심을 느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뛰어난 우리 연구자와 기업이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또한 AI 시대에 한 발 더 앞서나가기 위해, 장관으로 취임한 초기부터 저전력 AI 반도체의 필요성을 빠르게 예측하고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지난 5월에는 서울에서 AI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의 규범 논의를 이끌어 왔습니다.
Q. 서울공대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은사님이 계신가요?
저는 1987년에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1988년 개소한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한 엄청난 국가 시설이었습니다.
이 연구소는 우리나라 반도체 인재 양성의 요람이었고, 저는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던 지식을 여기서 얻었습니다. 저에게는 고향 같은 곳입니다. 이 연구소가 있어서 오늘날의 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주 감사한 마음입니다.
당시 33동에 있었던 공대 전산소에는 반도체 집적 공정을 위한 마스크 설계를 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이 한 대 있었고, 사용자가 많아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밤새 일했는데, 이 과정을 약 한 달 동안 지속한 기억이 납니다. 고달픈 일이었지만 희망을 가지고 연구했고,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성공적인 소자 제작으로 이어져 연구자로서 엄청난 기쁨과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여러 선배 교수님이 노력하여 설립되었는데, 특히, 지도교수였던 이종덕 교수님의 헌신과 열정은 모두의 귀감이 되었고, 이는 서울대 내에 연구소들이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미래 선도 기술이 발표되고 탁월한 인재가 배출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공대 동문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국내외 현장을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과학기술이 곧 경제이자 안보인 이 시대에, 여러분은 더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선도형 연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제도를 혁신하고, 도전적 연구에 부족함 없도록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도 25년 주요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한 걸음이 향후 대한민국의 백 년간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꿈을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