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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김명환 사장



Q. 안녕하십니까? 서울공대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980년 서울공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KAIST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후 LG화학 중앙연구소(당시 럭키 중앙연구소)에 입사했습니다. 학부 때부터 고분자화학에 관심이 있어서 심정섭 교수님 지도하에 고분자 공부를 하게 되었고 석사때도 고분자 전공을 하였습니다. 입사 이후에는 전공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198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Ohio에 있는 Akron 대학교의 Polymer Engineering 과에서 고분자 가공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1992년 다시 LG화학으로 돌아와 복사기 및 프린터용 토너, 반도체 봉지재를 개발하다가 1996년 초대 배터리개발팀장으로 임명되며 LG화학에서 최초로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에는 소형전지 사업부장을 하였고, 2005년부터는 자동차용 배터리연구소를 만들어 다시 연구소장으로서 자동차용 배터리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1999년LG그룹 연구개발상, 1999년 장영실상 대통령상, 2013년 과학훈장 웅비장, 2017년 포스코 청암기술상 등을 받는 행운을 누렸으며 2020년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의 구매와 생산기술을 총괄하는 CPO로 일하고 있습니다. R&D에서만 29년을 보냈고 CPO로는 3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현재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입니다.
1999. LG연구개발상 수상
2003. 실험실에서 (우측에서 두번째)
2011. 전기차배터리 공장 준공 (오창)
2013. 11. 과학훈장 웅비장 수상 (대덕연구단지 30주년 기념식)
2017. 포스코 청암상 기술상 수상
2022. 11. 장영실상 명예의전당 헌액
2023. 4. 서울공대 자랑스러운 공대 동문상

Q. 서울대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은사님이 계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 당시 사범대학 체육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서울대학교 축구부에 들어가 대표선수로도 활동하였습니다. 축구부 공모를 보고 실기 테스트를 통과하여 서울대 축구부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1학년 중 비 체육과 학생은 한 명이었습니다. 전문 선수들이 아닌 아마추어들로 이루어졌었기에 전국 대학 축구 연맹전에 나가면 매번 패했지만 한단계 높은 축구를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2학년부터는 공과대학생들은 관악산을 떠나 공릉동에 있는 공대 캠퍼스로 다녀야 했기 때문에 학교대표로서 활동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공대 축구부 대표로 마음껏 운동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운동을 통해 리더십 및 팀워크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976. 서울대 축구부 시절 (대학교 1학년)
대학교 3학년 어느 날 ‘Unit Operation’ 과목을 가르치시던 화학공학과의 젊은 교수이신 최창균 교수님께서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직접 실행하는 것이다. 실행을 못하는 사람은 남을 가르치고, 남을 잘 가르치지도 못하면 책을 쓴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많은 대학의 동기들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길 원했으나 저는 직접 배운 것을 활용하여 세상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나 기술을 직접 만들기 위해 산업체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된 뜻깊은 말씀이었습니다.

Q.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소개와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분야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한 이차전지 전문 기업으로서 1999년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노트북, PC, 캠코더 등에 사용되는 소형 리튬이온전지 양산을 시작하였고 2022년 1월 증시에 상장되어 지금은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에서 2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회사가 되었습니다. 회사는 자동차전지 사업부, 소형전지 사업부, 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국 오창, 중국 난징, 미국 Ohio/Michigan, 유럽 Poland에 대규모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인도네시아, 북미 지역에 다수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3만 개가 넘는 이차전지 특허를 바탕으로 기술을 리드하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중국 전지 회사인 CATL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동차용 전지의 고객은 현대차를 비롯하여 GM, Ford, Stellantis, VW, Renault, Volvo 등 대부분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소형전지사업부의 원통형전지도 Tesla로 공급되고 있어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전지가 LG에너지솔루션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에는 전년 대비43.4% 증가한 25.5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2022년말 기준 수주잔고는 380조에 달합니다. 이러한 전기자동차 중심의 사업 추세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만 가까운 미래에는 태양 및 풍력 에너지를 저장해서 전기를 원하는 시간에 쓸 수 있도록 하는 ESS용 전지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준비 중인 것은 '스마트팩토리'입니다. 스마트팩토리의 핵심은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의사 결정’ 입니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공 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 과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생산하는 공장을 뜻합니다. 생산 과정의 전 단계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품질의 전지를 높은 수율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설비 및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빠른 시간내에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드에서 사용 중인 배터리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언제 어떤 재료를 사용하였고 어떤 설비에서 어떤 조건으로 생산되었는지를 역추적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공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객에게 세계 최고의 'QCD(Quality/Cost/Delivery)'를 제공하기 위해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09. 8. Michigan에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2010. 7. LG에너지솔루션 Michigan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Obama 대통령


Q. 오랜 기간 LG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이끌며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1위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하셨는데요. 그동안 근무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LG에너지솔루션의 소형전지 사업은 1999년 양산 초기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Sony, Panasonic, Sanyo 등 일본의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에 후발 주자로서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고 그에 따라 사업도 적자가 지속되었습니다. 일본을 능가할 방법을 찾던 중 에너지 및 환경의 위기가 예상되어 미래에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을 하고 2005년 자동차용 전지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도 소형전지의 품질 문제 등으로 자동차용 전지는 어렵겠다고 판단하여 개발을 망설이고 있었기에 보다 빠르게 개발하면 일본을 앞설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소형전지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동차용 전지에 투자를 하는 것에 회사 고위 경영진들은 회의적이었습니다. 마침내 2007년 당시 자동차용 전지 개발 중단을 원하는 CEO와 협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GM의 첫번째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Plug-in Hybrid의 일종, 2010년 말에 출시됨)인 Volt 자동차에 공급사로 선정되면 자동차용 전지 개발을 계속하고 실패하면 포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GM은 전 세계 배터리 회사들을 검토한 결과 최종으로 LG화학과 미국의 A123, 두 개의 회사를 선정하였고 두 회사 중 1년 안에 GM이 원하는 스펙을 만족하는 배터리를 먼저 제공하는 회사에게 배터리 공급사 자격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A123는 MIT 출신들이 만든 신생 회사로서 순수 미국회사이기 때문에 미국내에서는 미국 자동차 회사의 상징인 GM의 전기자동차에 한국 배터리를 쓰면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연구원들은 똘똘 뭉쳐 불철주야 노력한 끝에 당사는 미국의 A123를 결국 물리치고 미국 GM의 첫번째 EREV인 Volt용 전지 공급사가 되었고, 2009년 1월 미국 Detroit Motor Show에서 GM의 Rick Wagoner 회장이 직접 LG화학이 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되었음을 발표하는 순간을 현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전지의 역사가 바뀐 운명의 순간으로 그 이후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9. 1. 14. 매일경제 기사
2009. 1. Detroit Motor Show에서 GM Volt차와 함께 (뒷줄 좌측에서 4번째)
Q.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배터리 시장 또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국내외 배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사장님의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배터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 중요한 제품입니다. 다행히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K-battery의 위상은 매우 높습니다. 남보다 먼저 준비했고 서로 경쟁하며 과감하게 투자한 덕분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배터리 제품뿐 아니라 국내의 소재, 장비 분야도 크게 발전하여 유럽이나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소재와 장비를 사용하길 원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후변화를 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태양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여 ESS에 저장하고 전기자동차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정부는 2035년, 늦어도 2040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도 있으나 테슬라의 성장에서 보듯이 전기자동차로의 빠른 전환은 막을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시장의 성장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해마다 판매되는 자동차 중에 전기자동차 판매 비중은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2040년경 100% 전기차로 전환되려면 계속 가파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은 배터리뿐 아니라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배터리 관련 회사는 물론 자동차 OEM까지도 광산에 투자하고 원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전기차에 사용되고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대규모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광산 및 리튬염호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반도체에 버금가는 큰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공대에서도 배터리 업계나 관련 기술 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 서울공대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하나의 전공만으로 일이 되던 시절이 지났습니다. 더욱이 배터리는 종합예술입니다. 모든 전공이 활용되는 산업이죠. 회사에 들어오면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흡수할 수 있는 융통성(flexibility/adaptability)도 있어야 합니다. 팀워크로 일이 성사되기 때문에 사람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설득시켜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남의 도움을 잘 받고 부하 사원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하여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전문 지식보다 이러한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또한, 영어는 기본이며 인문학적 소양도 키우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명석한 인재가 어려운 공부를 하였으면 배운 것을 직접 실행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어렵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공대 동문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동문 여러분들께 이렇게 웹진을 통해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영광입니다. 산업계 곳곳에서 큰 성과를 만드시는 동문 여러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도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학교 선배님들로부터 물심 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선배님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지 개발 시작 당시는 안개가 자욱한 불투명한 미래였으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리튬이온전지가 세계적인 위상을 얻게 되었으니 큰 보람과 감사한 마음입니다. 남은 시간도 대한민국 전지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