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동향
글로벌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기술 개발 동향
숙명여자대학교 신소재물리학부 박익재 교수
에너지 수요 급증과 탄소 중립, 태양광
최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개발 경쟁이 심화되며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업 간 AI용 infrastructure 구축을 위한 치열한 패권 경쟁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 컴퓨팅 설비 확충에 따른 GPU 칩 확보였고, 이에 따라 향후 수년간 막대한 전력 수요 급증이 예측되면서 에너지 확보 경쟁으로 번지는 추세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 의한 전력 소모가 2030년 945TWh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24년 기준 2배 이상의 전력 소모량이다.
원래 2050년 전후로 예정되었던 탄소 중립(net zero emission) 달성 목표를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충하려던 주요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발전소의 퇴출을 미루는 등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국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는 논리이다. 이에 따라 대형 사고 가능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이유로 원자력발전량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전 세계가 에너지 패권 전쟁에 돌입한 국면이다. 자칫, 이런 친환경적 추세 역행에 의해 태양광 발전 산업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오히려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다시금 주요 에너지 발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첫째로, 태양광 발전은 설치 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으로 매우 짧아 전력 수요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SMR의 경우, 상용화 시기가 2030년 이후로 전망되고 있고, 대형 원전은 발전량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완공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어 매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책으로 부적절하다. 태양광의 단점으로 꼽히는 날씨, 주야에 따른 간헐성 문제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기술 고도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상쇄 가능하다.
전압 방식에 따른 이점으로 데이터센터향(向) 전력원으로도 적절하다. AI 데이터센터는 직류(DC)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전력은 교류(AC) 전류를 받아 직류로 바꿔야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직류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교류 변환 과정을 최소화하여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우주용 전력 생산에도 활용도가 높다. 최근, 미국 구글(google)은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태양에너지를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 선캐처(Suncatcher)'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에 AI 컴퓨팅을 확장하기에 우주가 적합할 수 있으며, 우주에서의 태양광 발전은 지구 대비 최대 8배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리코 주식회사와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탑재하여 실증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의 잠재력
문제는 에너지밀도, 즉, 면적당 발전 효율이다. 현재, 대부분의 태양광 발전은 실리콘이 빛을 흡수하는 광흡수층으로 사용되는데, 이와 같이 실리콘 단일 소재를 사용하는 태양전지는 이론적으로 30%의 발전 효율을 넘을 수 없다. 이미 실리콘 태양전지는 기술 성숙도가 매우 높아 효율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발전량을 늘리려면 설치 면적이 증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건물 일체형 태양광(building-integrated photovoltaic, BIPV)이나 차량 탑재용 등 설치 면적이 제한된 곳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국토 면적이 좁고 일사량이 높지 않아 태양광 발전이 용이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면적 대비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태양광 산업의 경제성과도 직결된다.

적층형 또는 탠덤(tandem) 태양전지는 이론적인 한계 효율의 돌파구이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실리콘 하부셀 위에 얇은 페로브스카이트 상부셀을 형성해 에너지가 높은 단파장 빛은 페로브스카이트가 흡수하고, 나머지 흡수되지 못한 낮은 에너지의 빛은 실리콘이 흡수하여 이론 한계 효율을 44%까지 늘릴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탠덤(tandem) 태양전지라고 부른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특성상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나 유기 태양전지 등 다양한 하부셀과 조합이 가능하나, 높은 기술 성숙도와 표준 규격 실리콘 태양전지를 활용함으로써 고효율 소자 제작이 용이하고 경제성도 높다. 수년 전부터 관련 연구 개발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현재 Lab-scale에서 34.9%(LONGi, 중국) 효율의 소자가 보고되었다. 초경량의 유연(flexible) 실리콘 기판에서도 33.6% 효율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실로 대단히 높은 기술 수준과 개발 속도를 보여준다. 다행히, 우리나라 산학연도 세계 최고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및 탠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태양광 산업의 주도권이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였다. 상용화 초기 기술 선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탠덤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 이슈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개선의 여지는 많다. Lab-scale 수준을 넘어 상용화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탠덤 태양전지 연구 방향은 고효율, 수명, 대면적 공정, 경제성 확보로 압축된다.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탠덤 태양전지는 두 태양전지를 적층하였기 때문에 여러 층으로 구성되고, 그만큼 소자 내부까지 빛이 들어가거나 생성된 전하가 이동할 때 발생하는 손실도 많다. 따라서, 고효율을 위한 연구 방향은 소자에서의 반사와 흡수 손실을 줄여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에 빛이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하며, 빛에 의해 생성된 전하를 손실 없이 전극으로 추출하는 것에 집중한다. 소재 내부 또는 소재와 소재간 계면에 존재하는 결함들을 최소화하거나,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갖는 투명한 소재를 적용하면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긴 수명은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장기 안정성에 취약한 유기 소재가 쓰이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태양전지의 특성상 수분, 구동 중 전압 스트레스, 열 및 온도 변화 등 가혹한 환경에서 20년 이상 수명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안정한 소재를 탐색하거나 수분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봉지 기술, 열화를 가속할 수 있는 결함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대 수명을 늘리고 있다.

대면적화도 필수이다. 앞서 소개한 34.9% 효율의 소자 면적은 1㎠이다. 그러나 현재 실제 판매되고 있는 태양광 모듈에는 M10 규격인 약 330㎠, 즉, 330배 이상 크기의 셀이 필요하다. 크기가 커지면 기존 공정으로는 넓은 면적에 균일한 박막 성장이 불가능하여, 새로운 공정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용액을 이용한 습식 공정으로 형성되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결정화 속도를 제어하기 매우 까다롭다. 또한, 실리콘 셀 상부는 반사를 줄이기 위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 위에 나노미터 두께의 균일한 층을 넓은 면적에 형성하는 것은 상당히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상용화 측면에서 경제성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효율이 높더라도 소재가 비싸거나, 공정이 비효율적이어서 생산 소요 시간이 길면 치명적이다. 국내외 연구진은 생성된 전하를 전달해주는 소재를 저가의 금속 산화물 등으로 대체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맺음말
태양광 산업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탠덤 태양전지 관련 연구 실적과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기술 선점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산학연 간 소통을 통해 협력 정책을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며, 초기 산업 구축을 위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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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좌) https://www.iea.org/data-and-statistics/charts/global-data-centre-electricity-consumption-by-equipment-base-case-2020-2030
(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0-018-0190-4 -
그림2.
(좌) https://www.ise.fraunhofer.de/en/press-media/news/2024/scalable-perovskite-silicon-solar-cell-with-31-point-6-percent-efficiency-developed.html
(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835-w - 그림3. https://www.hanwha.com/newsroom/news/press-releases/hanwha-qcells-achieves-world-record-efficiency-for-commercially-scalable-perovskite-silicon-tandem-solar-cell.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