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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찾아

기고자.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수필가)
전효택 명예교수
전효택 명예교수

지난 10월 중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찾았다.

맑고 시원한 가을날이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신철원 부근의 드르니 게이트로 들어가서 강을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 순담 게이트로 나오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총길이가 3.6km, 폭이 1.5m이다.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양한 암석으로 가득한 순담 계곡에서 절벽과 허공 사이를 따라 걷는 잔도(棧道)이다. 잔도는 절벽과 절벽 사이에 걸쳐 놓은 다리 길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아찔한 기분을 동시에 경험하는 '느낌 있는 길'이다. 위도는 38도 10분에 위치, 3.8선 이북이다. 이 코스는 순담 게이트에서 남쪽으로 드르니 게이트를 향해 걸을 수도 있다. 내가 걸어 보니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걸음이었다. 중간중간 코스에 오르내리는 계단이 많아서 평지에서 걷기보다 두 배 정도 더 걸린다. 산책길과 계단이 걷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드르니게이트(남쪽)
순담게이트(북쪽)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의 드르니게이트(남쪽)와 순담게이트(북쪽).

계곡 전경(1)
계곡 전경(2)
계곡 전경(5)
계곡 전경(6)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와 계곡 전경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는 지표에 노출된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며 굳어질 때 부피가 줄어들어 수직으로 쪼개지면서 만들어지며 5-6각형의 표면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현무암 분포지에서 잘 보이며 지질공원의 명소이다. 현무암은 염기성 화산암 중의 하나로서 용암으로 산출된다. 바다 밑 해저부에 형성되거나 화산 열도를 형성하기도 하고, 대규모 고원(예, 인도의 데칸고원)을 형성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현무암 용암 분출 지역으로 주상절리가 잘 보이는 지역은 제주도 서귀포 중문 대포 해안. 경기도 철원-연천-전곡 부근의 한탄강 일대, 울산광역시 북구 강동동 해안 부근이다. 제주도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해안에서 발견되지만, 경기도 한탄강 주변의 현무암 절리는 하천이나 협곡에서 발견되는 점이 특징이다. 현무암은 판상절리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마치 물고기 비늘 모양이며 가로 방향으로 쪼개진 절리이다.

주상절리길은 이 지역에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한탄강의 계곡 동쪽 사면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실제 주상절리가 광범위하게 보이는 절경 구간의 절벽은 잔도의 반대편 서쪽에 있다. 잔도에서 수십 미터 떨어져 있어 절벽에서의 주상절리 모양이 개별적으로 명확히 보이지 않고 풍화되어 있으나 전체 주상절리 군을 볼 수 있다.

주상절리(1)
주상절리(2)
주상절리(3)
주상절리(4)

주상절리 절경 구간의 잔도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반대편 절벽에 주상절리가 노출되어 있다.

철원 지역 방문은 오랜만이었다. 오래전 철원 지역 문학 탐방에 참가할 때 노동당사와 비무장지대의 제2땅굴을 견학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철원 지역은 한탄강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개발하며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철원은 한탄강을 중심으로 화산 지형과 하천 지형이 공존하는 유명 관광지이다. 철원군 일대는 신생대 제4기에 분출한 염기성 용암류인 현무암이 계곡을 메우면서 용암 대지가 형성되었는데, 하천(한탄강)에 의해 다시 풍화되며 협곡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이러한 한탄강 협곡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질공원 풍광이 형성되어 있다. 내가 방문한 장소들은 한나절 코스여서 한탄강 주상절리길, 유네스코 지질공원 내 고석정, 고석정 꽃밭, 승일교(한국전쟁까지 한탄강의 유일한 다리인 이승만-김일성 다리) 등이었다.

고석정은 한탄강 중류에 있는 정자와 그 주변을 아우른 지역이며. 현무암 계곡 지형으로 양쪽은 절벽이다. 한탄강 중앙에 높이 10m 정도의 거대한 화강암 거암봉(거석)과 정자가 있다. 철원 일대의 기반암인 화강암이 현무암질 용암으로 덮여 있다가 한탄강 계곡에서 침식을 받아 다시 화강암이 드러난 곳이다. 이곳에서 2km 떨어진 순담계곡과 함께 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허준>, <군도>, <전우치> 등 드라마 촬영이 많았던 장소이다.

고석정(1)
고석정(2)
거암봉(1)
거암봉(2)

고석정과 거암봉 및 주변 계곡.

임꺽정 동상(1)
임꺽정 동상

철원은 의적 임꺽정의 근거지.

철원은 조선 명종 시기인 16세기 중엽 활동한 의적 임꺽정의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우람한 체격의 임꺽정 동상을 보며 오랜 기간 잊고 있다가 최근에 읽기 시작한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기억했다.

당일 코스로 철원 한탄강 지질공원과 그 주변 관광지를 모두 둘러보기는 어려웠다. 여유를 내어 수일간 이곳을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이 편리하여 서울에서는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관내 유료 관광지는 매주 화요일에 휴무이다. 특히 지질공원 내 식당에서 매운탕 식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한탄강 주변 지질공원 답사에 도움이 될 도서를 소개한다. (원종관 외, 2010, 한탄강 지질 탐사 일지, 지성사,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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