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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무라이의 도시 가고시마

기고자.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수필가)
전효택 명예교수
전효택 명예교수

일본 규슈 최남단에 있는 가고시마를 2023년 가을에 방문했다. 가고시마 하면 이 도시의 상징인 사쿠라지마 활화산과 마지막 사무라이(무사)가 먼저 떠 오른다.

가고시마에서의 숙소는 시로야마(城山) 언덕에 있는 시로야마 호텔이었다. 천황과 황태자 부부도 숙박했다는 이름난 곳이다. 호텔 정면으로 가고시마 시내와 가고시마만이 내려다보인다. 만 건너편에 이 도시의 상징인 거대한 사쿠라지마 활화산이 가스를 내뿜고 있다. 이 화산은 1914년까지는 사쿠라지마(桜島앵도), 즉 섬이었다. 1914년 1월 12일 대폭발로 막대한 양의 용암이 흘러나와 바다를 메우면서 육지와 연결된 반도가 되었다. 사쿠라지마 화산은 가고시마 시내 어디에서나 보인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인접한 베수비오산과 비교되어 가고시마가 '일본의 나폴리'라는 별명도 있다. 사쿠라지마 화산의 최고 높이는 1,117m, 매년 1,000회 이상 분화한다. 일본에서 최고로 활발한 화산이다.

화산은 시로야먀 전망대에서 약 10km 거리에 있다. 나는 2016년 초에도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낮에 처음 보았을 때는 화산 정상에 마치 흰 구름 일부가 걸쳐 있는 줄 알았다. 평소에도 하루에 2-4회 분출이 일어난다. 분출 가스 구름이 보통 태평양 쪽으로 향하고 있다. 숙소 창문으로 종일 보이는 웅장한 화산 분출 모습이 내겐 두고두고 인상적이었다.

가고시마 하면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가 떠오른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으로 2003년 제작된 미국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은 1870년대로서 사라져 가는 사무라이 집단을 지키기 위해 메이지 신정부에 대항하는 마지막 사무라이의 장엄한 죽음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미국인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 분)가 일본의 신식 군대를 조련하기 위한 교관으로, 사무라이의 마지막 영웅으로 카츠모토(와타나베 켄 분)가 열연했다. 이 마지막 사무라이가 '가고시마의 영웅', '훌륭한 무사의 표본', '의리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1828-1877)이다.

사쿠라지마 화산(1)
사쿠라지마 화산(2)
사쿠라지마 화산(3)
사쿠라지마 화산(4)
사쿠라지마 화산(5)

가고시마 시내와 사쿠라지마 화산. 첫 번째 사진처럼 낮에는 화산에서 분출하는 가스가 마치 흰 구름같이 착각되기도 한다.

다카모리는 메이지유신(1868)을 성공시킨 3걸 중의 한 인물이다. 근대화와 더불어 무사들이 해체되고 사무라이의 위상과 정신을 잃을 것을 염려한 그는 중앙정부와 정책 갈등이 고조되며 실각하여 가고시마로 귀향(1874)하였다. 고향인 가고시마에서 사학교를 설립하여 무사를 양성하고 메이지 신정부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결국에는 세이난(西南) 전쟁(1877년 2월)이라는 반란을 일으켰으나 6개월간 지속하다 패배하게 되자 할복 자결했다. 초기에 그는 국가의 반역자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은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도쿄 우에노 공원에도 동상이 세워져 있다. 가고시마에서 그는 절대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좌우명은 경천애인(敬天愛人)이었다. 그는 키 183cm, 체중 90kg으로서 당시 일본인으로는 거구였다고 한다.

다카모리 동상(1)
다카모리 동상(2)

시로야마 전망대로 오르는 도로변 입구에 있는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

시마즈 가문의 별장

센간엔(仙巖園)은 에도(江戶)시대 시마즈(島津) 가문의 별장으로 1658년에 건축.

센간엔(1)
센간엔(2)
센간엔(3)
센간엔(4)
사이고 다카모리의 사진
내부 정원
사쿠라지마 화산 전경

센간엔으로 들어가는 정문, 저택과 내부 정원. 이 저택을 방문했다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사진. 저택에서 바다와 사쿠라지마 화산 전경이 보임.

일본의 최남단 도시로서 서양문명을 가장 먼저 접한 도시인 가고시마에는 웅장한 사쿠라지마 화산을 배경으로 품고 있는 센간엔(仙巖園) 정원이 있는데, 국가 명승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은 귀족이었던 시마즈(島津) 집안의 별장이었다. 시마즈 가문은 가마쿠라 시대부터 에도 시대까지 약 700년간 주로 남부 규슈를 통치해 온 무사이자 귀족 집안이다. 센간엔은 19대 당주였던 시마즈 미츠히사(島津光久)에 의해 1658년 지어졌다. 현존하는 저택은 1884년(메이지 17년)에 개축했다. 집 내부의 마루 복도와 다다미방을 따라 견학하며 귀족의 생활 양식과 문화를 견학했다. 당시에 이 집을 방문한 외국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마지막 사무라이 사이고 다카모리의 얼굴도 보인다. 센간엔 주변에는 세계문화유산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제철 제강 조선 석탄 산업'이 남아 있다.

나는 가고시마 시내 서점에서 마지막 사무라이 다카모리와 관련한 서적을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찾았으나 구하지 못하고, 단지 가고시마 안내 책자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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