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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산책로를 찾아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수필가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 수필가
서울 서초구 반포천 제방을 따라 피천득산책로와 허밍웨이(humming way)가 있다. 고속터미널역(지하철 3, 7, 9호선) 5번 출구로 나서면 산책로 입구와 만난다. 대각선 방향 도로 건너편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보인다.
반포천은 서초구의 우면산에서 발원한 하천으로 한강으로 흘러가며 하천 연장은 4.8 km이다. 대부분이 복개되어 있으나 피천득산책로와 허밍웨이에서 하천 산책길과 함께 한강 유역까지 이 하천의 연장을 보이고 있다. 이 산책로는 반포천과 하천 산책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피천득 산책로 입구에서 맨발길(황토길)이 아파트 단지 안에 산책로와 나란히 조성되어 있다.

피천득 교수(1910-2007)는 영문학자로서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이 제방길 이름이 ‘피천득산책로’로 명명된 데는 1980년부터 27년간 반포아파트에 거주했던 피 교수가 반포천 뚝길을 즐겨 산책했다는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산책로는 2018년 7월 중순 개방되었다. 산책로 입구 안내판에는 ‘오랫동안 서초에서 작품 활동을 하신 피천득 님의 아름답고 순수한 작품을 테마로 하여 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문학 산책로’라고 소개한다.
산책로는 반포천의 서쪽 흐름 방향을 따라 제방길에 조성되어 있다. 피천득 좌상과 대형 책 조형물(높이 2.2m) 포토존을 지나 이수교차로까지 약 1.7km 구간이다. 산책로 북쪽 편이 반포아파트 대단지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반포종합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조성되어 있다. 강남의 요지라는 이곳에 육상경기장과 스포츠센터를 갖춘 상당히 큰 규모의 운동장 시설이 있음도 특이하다.
피천득 좌상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서 시인의 시와 수필 문장 일부가 산책길 따라 전시되어 있어 ‘시인의 길’이라고 불린다.


피천득산책로 입구와 산책로. 이 산책로는 반포천 제방길이며 하천길이 평행으로 보인다. 산책로와 평행하게 아파트 단지 안에 맨발길(황토길)이 조성되어 있다.


피천득 좌상과 대형 책 조형물(높이 2.2m) 포토존.
피천득 교수(1910-2007)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교수(1946-1975)로 재직했다. 그는 한국 현대수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았다고 평가될 정도로 수필가로서 명성을 얻었으며, 시인이나 영문학자로서의 자부심도 컸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세대는 ‘수필은 청자연적이요,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로 시작하는 <수필>과, 일본인 여성 아사코와의 오랜 인연을 진솔하게 묘사한 <인연>을 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기에 더욱 익숙한 작가이다.
‘그의 수필은 간결한 문체로 명징한 사색을 펼쳐 놓음으로써 하나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 순수하고 고결한 정신세계를 영롱한 언어로 적어놓은 그의 수필은 운문을 읽는 것처럼 경쾌하며 독특한 글쓰기의 전범을 보이고 있다.’

동작역(지하철 4호선) 1번 출구에서 허밍웨이(humming way) 입구와 만난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연상 되지만 사실은 아니다. 반포천 산책로의 새로운 이름이다. 허밍웨이는 입구에서 이수교차로까지 약 0.5km 구간이다. 허밍웨이의 한쪽(단지 쪽)은 소나무로 반대쪽(하천 쪽)은 벚꽃 나무 등으로 배열되어 있음도 특이하다.
‘허밍웨이’는 뜻 그대로 ‘콧노래가 나오는 쾌적한 길’이다. ‘동작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아침 출근길과, 집으로 향하는 저녁 퇴근길에서 늘 즐거운 콧노래가 나온다는 길, 가벼운 운동할 때도 기분 좋은 콧노래가 나오는 길, 매일매일 허밍웨이에게 당신의 콧노래를 들려 주세요‘ 라고 이 길을 소개한다. 자연과 닮은 길이며, 서초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한다.
아파트 단지 재개발로 인해 피천득 좌상에서부터 시인의 길을 지나 허밍웨이 입구까지 산책로 북쪽 경계를 따라 흰 벽이 높이 세워져 있으나 산책에 지장은 없다. 산책로를 따라 가로수 숲이 조성되어 있어 계절에 따라 봄꽃으로, 우거진 녹음으로, 단풍으로 풍경 변화를 즐길 수 있다.

허밍웨이((humming way) 입구와 허밍웨이 전경(약 500m 구간).

반포천 하천길은 한강 유역과 동작대교 남단 전망대로 연결된다. 전망대 카페에서 보이는 동작대교와 강변.
피천득 산책로는 반포천과 평행하게 하천길로도 연결되어 한강 유역까지 도달하며 동작대교에 닿는다. 대교 남단 바로 아래에서 승강기로 전망대 노들 카페에 도달한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한강 주변과 여의도의 풍광은 매우 멋지며 ‘서울에 이런 곳도 있네’ 하는 기분을 느낀다. 전망대 카페에서 돌아오는 길은 동작역(지하철 4, 9호선) 1번 출구 앞을 지나며 허밍웨이로 들어선다.

피천득 좌상에서 반포천 건너편에 심산 김창숙 기념관과 문화센터가 있다. 이 기념관에는 1층에 김창숙 기념 홀과 전시실 및 교육실이 있다. 2층에 심산아트홀(대강당)과 회의실이 있고 3층에 교육실이 있다. 나는 이 기념관에서 <피천득 다시 읽기>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기념관은 서초문화재단의 문화센터로 이용되고 있어 음악 연주회나 교육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등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반포천 하천길에서 보이는 심산 김창숙 기념관과 문화센터.
심산 김창숙 선생(1879-1962)은 유학자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다. 그는 팔십 평생을 반침략 독립운동, 반분단 통일운동,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일관한 민족의 사표이다. 그는 1945-1946년 성균관을 재건하고 성균관대학교를 설립하였으며, 초대 성균관장, 성균관대학교 초대 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이 기념관은 2011년 3월 29일 개관되었으며, 심산의 백절불굴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념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나라 사랑과 민주주의 정신을 함양하는 장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서울에는 문화 시설도 많고 문화인을 기리는 기념관이나 거리도 많다. 하지만 수필가이며 시인인 피천득 선생을 이웃 주민을 만나듯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는 종종 이 길을 산책 코스 우선순위로 정하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