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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 추억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수필가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 수필가
로바니에미(Rovaniemi)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Lapland)주의 주도로서 북위 66도 30분에 위치한다.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900km 떨어져 있고 북극권(북위 66도 32분 35초) 바로 아래 도시이다. 나는 십여 년 전 여름 (응용지구화학)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이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도시는 산타클로스 마을로 유명하며, 북극권 오로라 관광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산타마을은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8km 떨어져 있으며 북극권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산타 사무실, 도서관, 우체국과 공원이 있다. 내가 알기로는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은 원래 소아시아에서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인 성 니콜라스의 별칭이다. 자선을 베푸는 사람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에 산타마을이 있어 의외였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한국인은 우리 팀뿐이었다. 우리 팀은 나와 대학원생 세 명을 포함하여 모두 네 명이었다. 우리 팀은 식물지구화학탐사 분과에서 두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캐나다인 D 박사와의 토론과 기념촬영은 매우 고무적이고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로바니에미의 산타클로스.

산타마을 정경과 우체국(세 번째 사진의 붉은 간판).
우편물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도착하게 하려면 빨간 우체통을, 편지 작성 날짜를 기준으로 도착하게 하려면 왼쪽의 노란 우체통(일반 우체통)을 이용함.
핀란드 방문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1997년 8월 중순 옛 수도인 투르크(Turku)에서 국제심포지엄이 열려 참석한 적이 있다. 투르크는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하며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13세기 고도이다. 투르쿠와 헬싱키에서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 투르쿠 성에서 심포지엄 연회가 개최되었는데 주최 측이 바이킹식으로 음식을 접대하던 모습이다. 헬싱키에서는 주핀란드 한국대사님의 초청으로 발트해 피요르드 해안가의 관사에서 한정식 점심을 대접받던 추억이다.

로바니에미의 산타클로스 마을은 세계 공식적인 주소여서 편지 겉봉에 수신인을 산타클로스로 명기만 하면 우표 없이도 자동으로 이 마을 우체국으로 우송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보내는 수많은 우편물을 받고 여러 언어로 답신해야 해서 외국인이 여러 명 근무한다고 했다. 전 세계의 이백여 국가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약 육십이만 통(2010)의 편지가 도착한다 했다(하루 평균 약 삼만이천 통). 가장 많이 보내는 6개 국가는 미국, 이탈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핀란드, 일본 순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오는 우편물도 많아서 한국인을 한 명 우체국 임시직원으로 채용한다 했다. 이 우체국에서 기념으로 엽서 한 장을 사서 집으로 발송하는 멋을 부리기도 하였는데, 해외에서의 엽서 발송은 거의 삼십 년만이었다.

오우나스(Ounas)강에서의 훼리 보트 크루즈.

강가의 자작나무 숲 사이 산책길과 사우나 오두막집.

한적한 로바니에미 시내.
방문 기간 중 악티쿰 박물관을 찾아 북극 오로라의 장관을 누워서 구경하기도 했다. 오우나스(Ounas)강에서 출발 케미(Kemi)강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갔다 오는 훼리 보트로 두 시간 크루즈를 했다. 호숫가의 흰 자작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며 사우나 오두막집을 지나기도 하였다. 계절적으로 여름임에도 인적이 드물고 오히려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워낙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북극권 도시를 여름 계절에 방문하였기 때문이다. 방문 기간이 8월 하순임에도 극지방에 가까워 선선하고 더운 줄 몰랐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12월에는 산타마을 방문으로 인해 순례객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했다. 매년 일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했다. 빨간 모자와 빨간 옷을 걸친 흰 수염 얼굴의 인자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의 기념사진 촬영이 가장 인기이다. 여름 계절에도 산타할아버지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었다. 유료로 기념사진을 구매해야 하는 상술이 거북하지 않았다.

로바니에미는 대부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이다. 너무도 조용하고 깨끗하여 오히려 쓸쓸함이 감도는 거리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핀란드에 유학 와서 현지인과 결혼하고 이곳에 정착한 한 젊은 한국 여성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마을 우체국에서 시간제로 봉사한다 했다. 이 쓸쓸한 도시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위상을 꿋꿋이 빛내고 있는 그녀가 대견하고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