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학생·직원 소식
2025 건축학과 졸업전시
건축학과 22학번 권나경들어가는 글

안녕하세요. 건축학과 22학번 권나경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건축학과는 공과대학 소속임에도 마치 미술대학처럼 졸업 전시를 진행하는 특별한 학과입니다. 저는 올해 전시에서 건축공학 전공 졸업 전시자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졸업 전시의 기본적인 흐름과 건축학/건축공학 전공 졸업 전시의 차이점을 설명 드린 후, 저희 팀의 작품 전시 과정을 예시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문
졸업 전시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건축학과의 전공 분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모든 건축학과 학생은 입학함과 동시에 '통합 교과 과정' 이라 불리는 공통 과정을 이수합니다. 해당 과정은 학생들이 설계 스튜디오1), 구조 설계, 환경 설계, 건축 시공 등 다양한 건축 관련 세부 분야의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2년의 통합 교과 과정이 끝난 후, 그동안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전공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설계 스튜디오와 같은 예술 분야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주로 건축학 전공에, 구조/환경/시공과 같은 공학 분야 흥미가 있는 학생은 주로 건축공학 전공에 진입합니다.
졸업 전시는 건축학 전공, 건축공학 전공 졸업자가 모두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학기 중, 담당 교수님께 매주 발전된 결과물을 말씀드리고, 이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특히 5주마다 서로 다른 분야를 담당하시는 건축학과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피드백을 남기는 시간이 있는데, 이를 '마감'이라고 부릅니다. 한 학기 동안 세 번의 마감이 있으며, 마지막 마감 이후에는 2주간의 보완 과정을 거친 후 외부 심사위원과 일반 대중 앞에서 최종 발표 겸 전시를 진행합니다.



건축학 전공자는 5학년 1학기에 1인 프로젝트로 졸업 설계를 진행합니다. 설계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전시 준비는 1학기 종강 이후, 약 2주간 이루어집니다. 이 시기에 각 마스터2)는 학기 중 구상한 내용을 건축학과 소속 도우미와 함께 모델(physical model)3), 도면, 드로잉, 영상 등의 형식으로 실물화합니다. 이후 완성된 산출물을 대중에게 발표함으로써 전시가 시작됩니다. 졸업 전시는 매년 바뀌는 정해진 주제를 기반으로 진행되는데, 올해의 주제는 '위기'였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스스로 현대사회의 위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화하여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건축공학 전공자는 4학년 1학기에 3인 프로젝트로 졸업 설계를 진행합니다. 팀원들은 각각 구조설계(Structural Design), 환경설계(Environmental Design), 건설관리(Construction Management)를 담당하여 해당 주제를 어떻게 공학적으로 구현해낼지 고민합니다. 1학기 종강 이후, 한 학기 동안 발전시켜온 내용을 정리하여 포스터로 제작합니다. 포스터 앞쪽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모델, 영상 등을 배치합니다. 건축공학 분야 전시는 건축학 분야 전시와는 다르게 팀별로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졸업 전시에서는 '재난 상황을 대비한 오리가미 구조의 주거 형태'(그림4), '사우디아라비아의 기후 조건을 고려한 지속 가능 아파트'(그림5) 등의 주제가 있었습니다.
즉, 건축학 분야 졸업 전시는 공간 구성과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건축공학 분야 졸업전시는 공학적 분석과 건설 과정에 중점을 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다음으로, 저희 팀이 출품한 작품을 예시로 들어 건축학과 학부생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울릉도4)해저 아쿠아리움 및 호텔 건설 사업'이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의 아쿠아리움들이 해양 생물의 생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좁은 수조에 해양 생물을 가두고 관찰하는 인간 중심적 방식에서 벗어나, 그들의 터전에 인간이 직접 찾아가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습니다. 해당 아이디어를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Rhino 프로그램5)을 이용한 3D 모델링(Modeling)6)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먼저 특정 이슈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건축물의 주제와 형태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이후 상상한 건축물을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내고, 디지털 상에서 세부 사항을 추가하며 이를 완성해 갑니다.
학기 말이 되어 건물의 최종 형태가 확정된 후, Rhino로 만든 가상의 건물을 Twinmotion 프로그램7)으로 옮겨와 렌더링(rendering)8) 작업을 진행하여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영상 제작 기능을 통해 홍보 영상을 제작하여 전시에 활용하였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이미지와 영상은 건축학과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또한 쉽고 빠르게 건물의 용도와 형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2025년 건축학과 졸업 전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전시까지의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작품을 만드는 일은 끝없는 고민과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시행착오로 인한 낙담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건축학도의 끈기와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종강 후, 햇빛이 기분 좋게 내리쬐는 여름날 건축학과 졸업 전시를 둘러보면 어떨까요? 매년 7월 초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건축전,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들이 등장할지 기대가 됩니다!
참고
- 1) 매 학기 정해진 대주제에 맞추어, 학생들이 소주제를 선정한 후 이를 물리적인 형태 혹은 디지털 형태로 구현해내는 수업
- 2) 졸업전시에 참여하는 건축학 전공자이다. 마스터 1명당 도우미 5-10명이 배정된다.
- 3) 실제 건물과 동일한 형태의 미니어처로, 실제 크기의 1/100, 1/50 등의 비율(scale)로 축소하여 제작된다.
- 4) 대한민국의 섬으로, 해양 생태계 다양성이 높다.
- 5) 건축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이다.
- 6) 디지털 상에서 3D 건물을 구축하는 기법이다.
- 7) 건축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렌더링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재질과 객체를 삽입할 수 있으며,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하기에 좋다.
- 8) 실제 공간처럼 보이도록 디지털 상에서 건물에 재질을 입히고, 사람, 사물 등을 삽입하는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