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동향
친환경 선박 추진 시스템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강상규 교수본론

지속 가능한 해운 산업으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현재 해운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지구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점차 증가하는 해상 물동량으로 인해 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가능한 한 빨리 정점에 도달시키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Net zero'를 달성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됨에 따라 선박의 전통적인 추진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은 고효율 운전이 가능해 탄소 배출량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선박 추진 시스템은 기계적 에너지 전달 방식으로, 주기관이 추진축을 통해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구조가 단순하고 신뢰성이 높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여 배출가스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공간 활용의 제약이 크고, 유지보수가 빈번하게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기 추진 시스템은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전동기로 전달하여 추진력을 생성한다. 이 방식은 발전 장치와 추진 장치의 물리적 분리를 가능하게 하여 선박 설계의 유연성을 높이고, 다양한 에너지원(디젤, LNG, 배터리, 연료전지 등)과 연계가 가능해 환경적·운항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아래는 선박에 적용될 수 있는 전기 추진 시스템의 종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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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기반 전기 추진: 디젤, LNG 및 메탄올을 엔진에 공급하여 발전기를 구동하고,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추진력을 제공한다. 대형 유조선, 쇄빙선, 크루즈선 등에 적용된다. 발전기 수를 가변적으로 운용하여 저부하 구간에서도 엔진을 최적 효율로 가동할 수 있다.
그림1 엔진 기반 전기 추진 그림2 배터리 기반 전기 추진 -
배터리 기반 전기 추진: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주로 단거리 여객선, 도선, 소형 어선 등에 사용된다. 무공해, 저소음 운항이 큰 장점이다. 다만 현재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한계로 운항 거리가 짧은 소형선 위주로 충전 인프라가 확보된 항로에 적합하며, 도시 내 수상 교통수단으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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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 기반 전기 추진: 수소 및 암모니아 등의 연료를 연료전지에 공급하여 발전하며, 완전 무탄소 운항이 가능하다. 높은 발전 효율과 함께 그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 CO₂ 배출이 없고 순수 물만을 배출하므로 차세대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과 수소 인프라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림3 연료전지 기반 전기 추진 그림4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디젤 또는 가스 엔진과 배터리 또는 연료전지를 조합해 운항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저속이나 정박 시에는 순수 전기 추진을 통해 무공해 운항이 가능하며, 고속 운항 시에 엔진을 병행하여 효율을 증가시킴으로써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은 크게 ① 발전기 및 전원 시스템 ② 전력 변환 장치, ③ 추진 모터, ④ 에너지 저장 장치, ⑤ 제어 및 관리 시스템 등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발전기 및 전원 시스템은 디젤 또는 가스 엔진, 그리고 연료전지 등을 통해 전력을 생성한다. 주로 디젤 또는 가스 엔진이 발전기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연료전지 기반 발전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일부 시스템은 항만 전력 공급(shore power) 또는 풍력,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보조 전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전력 변환 장치는 발전기에서 생성된 전력을 추진 모터에 적합한 형태(교류 또는 직류, 주파수, 전압)로 변환 및 분배하는 역할을 하며, 인버터와 컨버터, VFD(Variable-Frequency Drive) 등이 포함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고정 주파수의 AC 그리드가 전기 선박에 주로 적용되나, 직류 전원 기반 전기 추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안정성이 높은 DC 그리드가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다중 변환 구조는 모터의 최적 조건 운전을 가능케 하여 전력 손실을 줄이고, 시스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추진 모터는 전력 변환 장치에서 공급된 전기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변환하여 프로펠러를 구동한다. 부하에 따라 회전 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전통적 기계 추진 시스템과 대비되는 점이다. 대형(수 MW급 이상) 선박 전기 추진에서는 교류 유도전동기(Asynchronous/Induction Motor) 또는 동기전동기(Synchronous Motor)가 주류이며, 최근에는 영구자석 모터(PMSM)와 같은 고효율·고출력 모터가 적용되고 있다.
에너지 저장 장치는 급격한 부하 변동 시 즉각적인 전력 공급(Peak shaving)과 백업 및 추가 전원으로 사용하며 추진 감속 또는 제동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하여 전체 시스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주로 배터리, 납축전지 및 슈퍼 커패시터 등이 사용된다.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는 선박용 배터리의 양극재 조성에 따라 리튬 배터리는 NMC(니켈 망간 코발트), LFP(리튬 철 인산), LTO(리튬 티타네이트 산화물)등으로 구분되며, NMC가 전력 성능 측면에서 높은 유연성으로 널리 사용된다. 슈퍼 커패시터는 전력 밀도는 높으나, 낮은 에너지 용량을 가져 피크 쉐이빙에는 적합하나 백업 전력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제어 및 관리 시스템은 발전, 변환, 저장, 추진의 모든 시스템 요소를 통합적으로 운영하여 선박의 전력 수요에 맞게 전력원의 전력 출력을 관리할 수 있다. EMS(Energy management strategy)를 통해 추진력, 연료 소비, 온도, 전압, 배터리 충전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추가 전력을 공급하거나 남는 전력을 다시 저장하는 등 제어 전략을 최적화한다. 이를 통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안전한 운전을 보장할 수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의 주요 장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에너지 효율 향상 측면에서 발전기 출력을 전력 수요에 따라 탄력으로 제어가 가능하여, 기존 기계적 추진 시스템에 비해 효율적인 구간에서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여러 대의 발전기를 사용하여 저부하 운항 시 불필요한 엔진을 끄고 나머지 발전기를 고효율 구간에서 운전하는 식으로 효율적인 연료 사용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CO₂, Nox 및 SOx 등 배출가스가 적어 친환경성이 강조된다. 발전기는 디젤·가스 엔진, 연료전지, 배터리 등 다양한 전원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이 중 연료전지·육상전원·재생에너지를 채택하면 운항 단계의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거나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Emission Control Area(ECA) 진입 시 유리하다. 전기 추진은 발전부와 추진부가 분리되어 있어 Azipod와 같은 360도 회전 프로펠러를 사용할 수 있어 선박의 기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연료 전환·하이브리드 구성이 용이하고 선체 내부 공간 활용이 유용하여 화물·여객 공간을 극대화하거나 무게중심 최적화가 가능하며, 장차 엔진을 신기술 동력원으로 손쉽게 교체하는 등 선박 설계 자유도 증가와 업그레이드의 유연성이 높아진다. 전동기의 저소음 특성으로 인해 정숙성 및 진동 저감 효과를 보이며 여객선, 해양 조사선, 군용 선박에 적합하다.
전기 추진 시스템의 가장 큰 단점으로 높은 초기 비용 부담이 지적된다. 현재로서는 대용량 전력 변환 장치(인버터, 컨버터 등)와 에너지 저장 장치(배터리)의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구매 단계에서 높은 비용 지불은 선주 입장에서 꺼려질 수 있다. 둘째로, 배터리 화재 위험성이 있다. 고출력 배터리의 경우, 열폭주 및 화재 위험이 존재한다. 대양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쉽지 않다. 전기차의 경우,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급격한 부하 변동이 요구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 이온 배터리 종류 중 에너지밀도가 높은 NMC배터리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NMC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선박의 경우, 급격한 부하 변동을 요구하는 상황이 적어 NMC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안정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화재 위험성이 훨씬 낮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 적용을 통해 배터리 화재 위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전기 추진 선박에 대한 기술 표준 및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료전지 및 배터리 시스템의 해상 적용에 대한 국제 기준과 표준의 미비는 전기 추진 선박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다. IMO에서는 2021년에야 '연료전지 추진 선박의 안전 운용을 위한 잠정 지침'을 채택하는 등 관련 기술 기준을 정립해 나아가고 있다. 이전까지는 '저인화점 연료에 관한 규칙(IGF code)'을 우선적으로 따랐다. 또한, 항만의 연료전지용 연료 또는 전기 충전 설비 등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IMO의 환경 규제, 특히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와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기준은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전 생애 주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선사들은 더 전기 추진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전환을 넘어 해운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흐름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전기 추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거나 기존 디젤 엔진 기반 선박에 비해 배출량이 낮으며 이산화탄소 외에도 NOx, Sox 및 PM과 같은 유해 물질의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기존 선박이 IMO Tier III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SCR(선택적 촉매 환원)이나 EGR(배기 재순환) 같은 복잡한 후처리 장치를 필요로 하는 반면, 전기 추진 선박은 추진 시스템의 구조상 배출가스 규제에서 자유로워 연안과 내항 해역에 밀집된 도시형 항만에서의 대기질 개선 효과도 크다. 그러므로 여객선, 도선, 관공선, 관광 선박 등에 전기 추진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또한, 전기 추진은 진동과 소음이 적어 MPA(해양보호구역)에서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친환경적 특성은 ECA(배출 통제 해역) 등 환경 규제가 엄격한 해역에서 더욱 큰 장점을 발휘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비록 초기 도입 비용이 디젤 추진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기 에너지의 단가는 일반 해양 유류(MGO 및 HFO 등)에 비해 낮고 향후 전기 및 수소 가격 하락이 예측됨에 따라 운용 비용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부족한 전기 충전 및 수소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장기적 선박 운용 기간을 고려할 때 전기 추진 시스템은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 추진 계통은 내연기관에 비해 기계적 부품이 적어 구동 부품 유지보수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연료 다양화가 가능해 국제 연료 시장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도 높아진다.
아래는 몇 가지 전기 추진 선박의 주요 적용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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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암페르(Ampere)': 2015년 운항을 시작한 세계 최초의 완전 전기 여객선. 1회 충전으로 20분 이상 운항 가능하며, 연간 약 1,000톤의 CO₂ 감축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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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V Hydrogen One': 세계 최초 메탄올(MeOH) 연료 수소 전기 선박으로 미국 연안에서 사용하는 예인선이다. 메탄올을 수소로 개질한 후, 2000kW의 연료전지로 작동한다.
그림5 Ampere (Norway) 그림6 M/V Hydrogen One -
대한민국 관공선 전기화 사업: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주도로 관공선(해경정, 환경 조사선 등)을 전기 추진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제주도와 부산에서는 시범 운항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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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히메선' 및 유럽의 하이브리드 선박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탄력적인 전력 운용을 실현하고 있으며, 향후 연료전지 탑재를 위한 기술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향후 전망 및 제언
전기 추진 시스템은 단순한 추진 방식의 전환을 넘어, 미래 해운 산업의 디지털화, 자동화, 그리고 지속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계된 핵심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수소 연료전지, 암모니아 엔진, 해상 태양광 및 풍력 시스템 등과의 에너지 하이브리드 통합을 통해 더 자율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운용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율 운항 선박 개발과 연계하여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AEMS),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실시간 운항 최적화 기술, 그리고 예지 정비 시스템 등 지능형 전력 관리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정책 및 제도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글로벌 탄소세 도입과 같은 기후 제도는 전기 추진 선박의 상대적 경제성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탄소 배출 성능을 인증하는 국제 친환경 선박 등급제나 선박 전 과정 평가 기준 도입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고출력 연료전지, 고속 충전 기술의 상용화가 가속되며, 해양 환경에 특화된 전기 추진 시스템의 안전성 기준, 충격 내구성 등 국제 기술 표준 정립도 병행될 전망이다. 특히, 극지방 운항, 장거리 연속 항해, 고출력 선박 적용 등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기 추진 선박의 적용 범위는 중소형 선박을 넘어 대형 상선까지 점진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박 전기 추진 시스템은 친환경성, 에너지 효율성, 설계 유연성을 갖춘 차세대 해운 기술로, 국제적 규제와 산업 변화에 대응할 실용적인 해법이다. 특히 연료전지,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 기반 제어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기술의 접목은 상업적 활용 가능성과 운용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현재는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일부 선박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정부 정책의 지원과 시장 수요의 증가로 인해 보급 확대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또한, 항만의 전력 공급 인프라 확충과 연료 다양화 전략이 병행되면서 선박의 운항 패턴에 따른 맞춤형 전기 추진 솔루션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결국 선박 전기 추진 시스템은 단순한 추진 장치의 대체를 넘어, 해운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저탄소 전환을 실현하고, 전력, 배터리, 소재 등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을 이끌어내는 핵심 매개체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에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국제적 협력을 통해, 전기 추진 시스템은 해운 산업의 주류 기술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