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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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 및 응용 동향
기고자.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한승용 교수, 차주경 연구원1. 초전도 기술이란
1-1. 초전도 현상의 정의와 발견
초전도 현상은 특정 물질이 임계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초전도 상태에서는 전류가 흐를 때 에너지 손실이 없어, 대전력을 효율적으로 전송하고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자석을 소형화할 수 있다. 카메를링 오네스가 1911년 액체 헬륨(절대온도 4.2K) 속 수은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최초의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1-2. 초전도 기술 개발 100년의 역사
초전도 현상은 카메를링 오네스의 발견 이후 10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총 5번의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했다(그림1). 특히 베드노르츠와 뮐러는 1986년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한 연구 성과로 발견에서 수상까지 가장 짧은(18개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베드노르츠와 뮐러의 연구를 계기로 임계온도 30K를 초과하는 많은 초전도체 물질이 학계에 보고되었으며, 그중 YBCO 고온 초전도체 물질은 임계온도가 95K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 고온 초전도 기술과 무절연 권선법
기존 '저온 초전도체'는 대부분 합금 소재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실제 초전도 시스템에 적용하는 경우 고가의 액체 헬륨(liquid helium, 1리터당 5만 원 수준)을 기반으로 하는 4K 극저온 냉각이 요구된다. 이에 반하여 고온 초전도체는 임계온도가 30K을 넘는 소재들이 일반적이어서 냉각 비용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게 된다. 특히 최근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RE)BCO 계열(RE: Rare Earth, 희토류)의 고온 초전도체는 임계온도가 액화 질소의 기화점인 77K를 초과함에 따라, 초전도 상태 구현을 위한 냉각제로 기존의 저온 초전도에서 사용하던 액체 헬륨 대신 약 1/50 비용의 액체 질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온 초전도체는 순간적으로 초전도 현상이 사라지는 '퀜치(Quench)'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수초 이내에 전기적으로 타버리는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퀜치 사고의 원인으로는 소재 불균일성이나 설계 결함 등 기술적인 원인도 있으나, 때에 따라서는 초전도 시스템 운영자의 실수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보고되고 있어서 실제 고온 초전도 기술의 상용화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 조건임에도 고온 초전도체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소재 자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이에 따라 고온 초전도 자석에서 발생하는 퀜치는 급격한 발열로 인해 자석이 파손되는 경우가 빈번했으며, 코일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여서 퀜치는 '통제 불가능한 사고'로 여겨졌고 고온 초전도 자석의 응용 분야를 최근까지도 크게 제한하는 기술적 난제로 인식되어 왔다.
2011년 무절연 고온 초전도 기술의 등장 및 고온 초전도 자석 보호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2009년 필자가 MIT Francis Bitter Magnet Laboratory에서 처음 발표한 무절연 고온 초전도 권선법(No-insulation High Temperature Superconductor Winding Technique)은 기존 초전도 코일의 권선에서 턴 간 절연을 의도적으로 제거하여, 퀜치가 발생하여도 사고 전류가 퀜치 발생 지점을 이웃 선재를 통해 '자동 우회 (automatic bypass)'하게 되어 퀜치에 의한 과열 현상을 방지하고 고온 초전도 자석의 운전 안정성을 비약적으로 향상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그림2)1) 이에 따라 고온 초전도 분야에서 '퀜치는 곧 사고'라는 통념을 뛰어넘어 고온 초전도 자석을 보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사실상 '전기적으로 타지 않는' 고온 초전도 자석을 목표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2-2018년 무절연 고온 초전도 기술의 잠재력 입증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초기 연구가 진행되던 2010년대 초반, 국내 연구진(서남)은 26T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개발하여 MIT 팀이 보유했던 7T의 세계 최고 자기장 기록을 4배 가까이 향상했다. 이 성과는 영국 물리학회 산하 Superconductor Science and Technology 학술지의 2016년 최다 인용 논문으로도 선정되었고, 이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무절연 고온 초전도 400M㎐ NMR 시스템 개발 성공, 서남의 18T Axion Detection 자석의 최초 상업적 판매, MIT Commonwealth Fusion Systems 스타트업의 20T 핵융합 자석 개발 성공으로 이어졌다. 2017년에는 무절연 고온 초전도 코일 기술이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정식 기술 항목으로 등재되었고, 유럽 핵물리연구소(CERN)는 2013년 힉스 입자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후 현재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의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며 그 과정에서 2019년 CERN이 주관하는 국제 가속기 워크샵(WAMHTS)의 부제를 "No-insulation"으로 지정하는 등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직류 자기장 세계 기록 달성
2019년 6월 서울대학교 초전도 응용 연구실은 미국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로 45.5T의 직류 자기장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고 Nature 본지에 발표하였다.(그림3) 나아가 해당 결과는 영국 물리학회 산하 Physics World의 'Top 10 Breakthrough for 2019'에 선정되었다. 특히 '그림4'에서 보듯이 기존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의 'Hybrid 45T 자석'과 비교하여 무절연 고온 초전도 방식의 초고자기장 자석이 성능, 활용도 및 비용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되어 현재 국내에서도 무절연 고온 초전도 기술 기반 초고자기장 자석의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이후 글로벌 경쟁 시대
무절연 고온 초전도 기술의 등장으로 고온 초전도 자석의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상용화 단계의 자석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초전도 응용 국제 학술대회에서 No-insulation 세션이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 신물질 개발, 에너지, 환경, 첨단 과학, 전기 추진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고온 초전도 자석 개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과학기술정통부의 주관하에 '고온 초전도 마그넷 원천기술 연구단(단장: 서울대 이상진 전기정보공학부 객원교수)'이 2022년 설립되었고, 27개 기관, 220여 명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고온 초전도 자석 원천 기술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2. 고온 초전도 기술 주요 응용 분야
고온 초전도 마그넷 원천기술 연구단(PRISM)은 고온 초전도의 응용 분야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3단계 산업화 전략(그림5)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고온 초전도 선재의 가격을 기준으로 향후 양산화에 따른 선재 가격의 하락을 반영하고, 해당 분야에서 고온 초전도 기술의 시장 경쟁력을 중심으로 (1)단기 국방 및 의료/바이오 분야, (2)중기 전기 추진, (3)장기 전력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기의 국방 분야는 본 동향 분석 보고서의 핵심으로 4장에서 자세히 다루고, 본 챕터에서는 국방 이외 분야의 동향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참고로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은 '그림6'에서 정리된 바와 같이 3단계 산업화 전략의 핵심 분야 이외에도 광범위한 제조 산업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원천기술로 평가받는다.
2-1. [단기] 의료: MRI 진단 장비 및 치료용 입자 가속기 / 바이오: NMR 신약 개발 장비
단기 분야는 현재 고온 초전도 선재의 가격으로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되는 의료 및 바이오 분야이다. 의료 분야의 경우 질병 진단에 널리 활용되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가 대표적이며 현재 저온 초전도 기술을 기반으로 3T급 MRI가 가정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고온 초전도 기술을 기반으로 최대 14T까지 자기장을 끌어올려서 해상도를 높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에 도입된 중입자 치료기와 같이 입자 가속기를 활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장비에서도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여 10m급 치료용 가속기를 1m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신약 개발 과정에서 단백질 분석에 널리 활용되는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이 대표적으로 현재 저온 초전도 자석의 한계인 900M㎐(21T)급 NMR 시스템을 뛰어넘어 G㎐급 (23T 이상) 고온 초전도 NMR 시스템의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2-2. [중기] 전기 추진: UAM, 하이퍼루프, 친환경 운송 수단
중기 분야는 고온 초전도 자석이 발생시키는 강한 자기장을 활용하는 모터 기술에 기반한 전기 추진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운송 수단의 경량화, 소형화, 고효율, 고출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전기 추진은 기존 버스, 트럭, 선박 등의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배기가스 우려 없이 늘어나는 운송량을 대체할 수 있어서 최근 국내외에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물류 산업 핵심 기술로 관련 연구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소위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UAM(Urban Air Mobility)은 도심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서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Airbus, 일본의 Toshiba 등 유수의 기업들이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고온 초전도 모터를 기반으로 하여 추진 시스템 초경량화 및 고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래의 초고속 열차인 하이퍼루프는 시속 1,000㎞ 전후의 속력으로 이동하여 서울과 부산을 1시간 내외로 주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 예타 사업이 추진 중이며 해당 사업에는 이미 국내 철도기술연구원에서 Prototype 개발이 완료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반 자기 부상 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2-3. [장기] 전력 및 에너지: 핵융합, 대용량 전력 기기
장기 분과는 3단계 산업화 전략의 대상 분야에서 가장 시장이 큰 전력 및 에너지 분야이다. 최근 데이터 센터 및 AI의 대중화 나아가 전기 추진 시스템의 확대 등 인류의 전력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실에서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핵융합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빅테크 및 AI 기업들은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핵융합 분야에 10조 원대의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초전도 전력 케이블은 대용량 전력을 높은 효율로 송전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세계 최초로 흥덕-신갈을 잇는 1㎞ 구간에 고온 초전도 케이블을 설치하여 장기 상업 운전 중이며, 역곡-온수 구간 신설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한국전력은 LS 전선과 공동으로 도심 외곽의 변전소와 도심지의 초전도 스테이션을 고온 초전도 케이블로 연결하는 세계 최초 초전도 플랫폼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온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 장치는 화재 위험이 없고 반영구적 수명, 고출력 특성을 가져 기존 배터리 기반 ESS의 화재 위험성, 짧은 수명 등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2-4. [장기] 전력 및 에너지: 핵융합, 대용량 전력 기기
현재 전문가들은 장기 및 중기 분과의 경우 시장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온 초전도 선재 가격 하락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최근 고온 초전도 기반 소형 핵융합 분야의 요구로 인해 고온 초전도 선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부응하여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온 초전도 선재 대량 생산 설비 구축이 잇따르며 지난 40여 년간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었던 고온 초전도 선재 가격이 최근 수년간 40% 가까이 하락하였다(그림7). 이는 핵융합 분야의 반짝 효과에 기인한 단기 효과라는 우려도 있지만, 고온 초전도 기술 본격적인 상용화의 서막으로 바라보는 평가도 공존하여 국내외 다양한 고온 초전도 응용 기업에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3. 초전도 기술의 국가 대표 브랜드화: 고온 초전도 자석 원천기술 연구단
3-1. 고온 초전도 자석 원천기술 연구단(PRISM)의 구성 및 기본 철학
2022년 출범한 PRISM 연구단은 '국가를 하나의 연구소, 하나의 대학으로'라는 좌우명 아래 5년간 총 464억 원의 예산으로 27개의 산·학·연 기관, 22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기술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연구단은 고온 초전도 기술의 세계 최초 양산화 및 명품화라는 두 가지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은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 주도권이 특정 국가에 좌우되지 않는 상황으로, 광범위한 제조 산업 분야의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을 대상으로 연구단은 First mover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핵심 원천기술 개발 및 선점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림8'에서와 같이, '세계 최초로', 고온 초전도 자석을 4대 형상과 7대 기술로 분류하여 체계적인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국내의 관련 산학연 기관들을 하나의 팀으로 아우르기 위해 연구개발을 위한 '언어'와 '데이터'를 통일하여 연구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3-2. 고온 초전도 자석 원천기술 연구단(PRISM)의 주요 업적
'그림9'과 같이 PRISM 연구단은 국내 관련 연구진을 원 팀으로 통합하고, 4대 형상 7대 기술이라는 세계 최초의 고온 초전도 자석 원천기술 연구 체계를 구축하여 국내외 의료/바이오, 전기 추진, 에너지/전력, 국방, 교통/수송 등 다양한 고온 초전도 응용 분야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연구단 참여 기업인 (주)파워닉스 및 (주)스탠다드마그넷 연구팀은 PRISM 연구 사업의 성과인 '토로이드 자석용 대전류 고온 초전도 케이블' 기술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 원자력청(United Kingdom Atomic Energy Authority, UKAEA)이 주관하는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 핵융합 사업에 2024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STEP은 UKAEA의 자회사 UKIFS(UK Industrial Fusion Solutions)가 이끄는 영국의 대형 국가 사업으로, 2040년까지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UKAEA와 1단계(2024년 3월~2025년 3월)에서 100만 파운드 규모의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3.6m 100kA급 대전류 고온 초전도 케이블 연구를 시작으로, 2단계(2025년 3월~2026년 8월) 30m 급 최종 STEP 핵융합 자석용 고온 초전도 케이블, 향후 전체 자석 시스템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그림10).
4. 고온 초전도 기술과 국방 응용
4-1. 고온 초전도 전기 추진 기술
군함 전기 추진용 고출력 밀도 모터
현재 해군 함정의 추진 시스템은 고온 초전도체 기술을 접목하여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고온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여 적은 발열로 높은 전류를 통전할 수 있어 모터의 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AMSC(American SuperConductor)는 36.5MW, 120rpm 규모의 고온 초전도 회전기를 개발하여 '그림11'과 같이 크기를 저감하면서도 2010년 1월 정격 부하 시험에서 기존 해군 기록의 2배에 달하는 성능을 달성하였다. 이후에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온 초전도 선박용 회전기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SIEMENS는 2010년 4MW급 선박 추진용 고온 초전도 회전기 개발을 완료하였으며, 최근 16MW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대형 선박에 접목되는 고온 초전도 기술은 저속 고토크 선박 추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자기유체역학 추진
자기유체역학(Magnetohydrodynamics, MHD) 추진 기술은 기존의 기계식 추진 방식과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기술이다. 본 기술은 전기장과 자기장만을 활용하여 해수와 같은 '이온 유체' 속에서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이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없다는 점에서 해군의 스텔스 잠수함 기술로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자기유체역학 추진선의 추진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높은 자기장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초전도 응용 연구실은 최근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여 '그림12'과 같이 자기유체역학 추진 실험에 성공하여 그 가능성을 입증하였고, 실제 실험 수치를 바탕으로 대형 자기유체역학 추진 시스템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7)
4-2. 방어/대응 기술
전자기 펄스(EMP) 폭탄
전자기 펄스(EMP) 폭탄은 강력한 전자기파를 이용하여 전자 기기의 회로를 무력화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외부 전원의 강한 전류를 통해 고자기장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림13'은 폭발형 EMP 시스템의 구조도로 금속 실린더, 폭약, 계자 코일(자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폭약 점화 및 폭발에 의한 금속 실린더 이동, 실린더 이동에 따른 코일 내부 자기장 증가, 고자기장의 순간적인 방출 및 전자기 펄스 생성의 순서로 작동한다. 특히 고온 초전도 기술을 활용한 초고자기장 초소형 자석과의 연계를 통해 EMP 폭탄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일건 펄스 전자기 발사기
레일건 펄스 전자기 발사기는 저장된 에너지를 순간 펄스 전류로 변환 주입하여 전자기 발사체를 발사하는 시스템이다.(그림14) 최근 미 해군이 발표한 시스템의 경우 시속 7,200㎞(마하 6)의 총구 속도와 200㎞의 목표 사거리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시스템 운용을 위해서는 25MW(33MJ 샷) 이상의 순간 고속 출력이 필요하며, 고온 초전도 기술은 반영구적 자기 에너지 저장 장치 및 대전류 저손실 케이블 등 레일건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드론용 초고출력 모터
현대전의 주요 특징으로 '그림15'와 같은 드론의 사용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군사용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충돌하거나 폭발력을 이용해서 드론을 타격하는 '하드 킬' 방법이 대표적으로, 미사일과 같은 요격 방식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방법이다. 이에 대부분 하드 킬을 하는 수단은 운동에너지를 사용한 충돌로 수행된다. 즉 드론이 직접 드론과 부딪히는 안티 드론 솔루션으로 현재 미국의 방위사업체인 '안두릴'을 포함해 다양한 군수 업체에서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공격용 드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내는 드론 추진 모터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공기를 통해 냉각하는 드론 구조에는 구동 시 발열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극저온 추진 모터를 고온 초전도 기술과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극저온 냉각 능력을 효과적으로 최적화하면 대드론 대응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고출력 운전을 가능하게 하여 하드 킬 드론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3. 함정/스텔스 기술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자기 기뢰 소해 기술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자기 기뢰 소해 기술은 해저 부설 기뢰를 소해 장치로 유도 폭파하여 제거하는 기술이다. '그림16'과 같이 이 기술은 200~300m의 전선을 해수면으로 연장하여 소해함 또는 헬리콥터로 예인하고, 주전선의 전류를 통전하여 모의 자계를 형성함으로써 기뢰를 유도 폭파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고온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적용할 경우, 전선의 경량화가 가능하며 특히 저전압 대전류의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증대된다. 또한 높은 케이블 유연성으로 인해 해수면 연장 설치 및 회수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함정 탈자 기술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함정 탈자 기술은 지구 자기장 및 함정의 다양한 전자기기 등에 의해 선박에 잔류되는 영구 자기장을 저감히는 기술이다. 수중에 설치되어 있는 기뢰 등은 함정의 자기장을 인식하기 때문에 스텔스 추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그림17'과 같이 주로 부두에 탈자 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기적으로 정박하여 탈자 처리를 통해 선박의 자기장을 저감한다. 현재 탈자 시설은 구리 케이블을 사용하여 교번 전류를 인가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고온 초전도 기술 적용 시 구리 케이블 대비 대전류를 인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부피 감소 효과와 더불어 전원 설비 및 운전 비용의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 일본 함선 자기 수중 전계 연구회에서도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함정 소자 기술
소자 기술은 탈자 기술과 유사하게 선박의 자기장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탈자와 달리 소자는 '그림18'과 같이 선박 내부에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어 선박의 자기장을 실시간으로 저감한다.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함정 소자 기술에서는 고온 초전도 소자 시스템의 적용을 통해 기존 소자 장비 대비 중량, 설치 공간, 전력 공급 및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미 해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 초전도 소자 기술의 장기 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2021년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사인 American Superconductor Corporation에 고온 초전도 소자 기술을 구매하는 계약을 발표하였다. 국내에서도 최근 PRISM 연구단에서 영국원자력청과 협력하여 개발 중인 100kA급 대전류 케이블 기술을 활용하여 소해, 탈자, 소자에 활용 가능한 대전류 고온 초전도 케이블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5. 맺음말
1986년 처음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된 이후 저온 초전도체 대비 낮은 냉각/운전 비용으로 인해 고 온초전도 기술은 광범위한 산업 영역으로 활용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고온 초전도체에서 발생하는 퀜치(Quench) 사고라는 기술적 난제로 인해 2010년도 초반까지도 고온 초전도 응용 분야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다. 2009년 MIT에서 처음 발표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은 퀜치 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고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광범위한 제조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통부에서 2022~2026년 일정으로 '고온 초전도 마그넷 원천기술 사업'을 진행 중이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고온 초전도 자석 원천기술 연구단'이 설립되어 27개 기관 22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PRISM 연구단은 세계 최초로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을 4대 형상 7대 기술로 체계화하고, 사상 처음으로 고온 초전도 자석의 양산화 및 명품화에 초점을 맞춘 원천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의 연구 및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PRISM 연구단은 다양한 기술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 의료, 국방, 전기 추진, 핵융합, 전력 등 광범위한 제조 산업 분야에 파급되는 사업화 성과 역시 도출되고 있다. 국방 분야는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대형 군함의 전기 추진 시스템, 자기유체역학 스텔스 추진 시스템, 고출력 드론용 모터, EMP 전자 폭탄, 레일건, 소해함, 함정 탈자 시스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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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B 파트너스. (2024). TRUST 고신뢰 초고자기장 전고온 초전도 자석 개발. 혁신도전 사업 기획 연구 중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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