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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 : 현재와 미래와의 소통

기고자.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장봉준 객원교수
장봉준 객원교수 증명사진
장봉준 객원교수

산학 협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지자체에서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산학 협력을 위하여 수많은 보고서들이 나왔으며, 또한 이들을 쉽게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도 있다. 22년 기준 국내 대학의 87%인 359개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만들어져 있으며1), 산학 협력 관련 정책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학회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아울러, 모든 정부에서 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을 국책 과제 등의 주요 R&D 운영 방향으로 삼고 있으며,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하여 실효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세금 낭비, 예산 나눠 먹기 등과 같은 따가운 평가와 함께, 성공적인 산학 협력 사례가 부족하고 실효적인 결과가 드물다는 산업체와 학계의 개인적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는 국가나 산업체 그리고 학계가 산업 협력의 필요성은 높게 인식하고는 있지만, 실효적인 협력 및 이해관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많은 과제가 추진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과 대학의 이해 갈등 및 상호 불신이 산학 협력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는 흡사 서로 상대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백년해로하자고 결혼식을 올리는 격과 비유될 수도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과 체격의 남녀가 있고, 이들이 이룬 모든 가정 역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듯이, 다양한 산업체와 대학교가 있으며 이들 모두 내부 역량과 희망 사항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특정한 협력 모델이나 방식이 최선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30여 년을 산업체에서 연구 개발 및 기술 전략을 주로 담당하다가, 최근에는 모교에서 산학 협력을 맡게 되면서, 두 주체인 산업계와 학계, 특히 연구 능력이 우수한 서울대학교가 향후 더 다양한 산업체와 실효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그동안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중에 일부를 기술해보기로 한다.

세상에 공짜 돈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모든 돈은 목적을 가지고 사용된다는 말이다. 더욱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기업 활동에서, 산학 협력 비용 역시 투자 활동이다. 단지 단기적이냐 장기적이냐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흔히 돈의 무게감은 객관적으로 평가되지 못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고, 같은 회사에서도 불경기와 호경기, 집행 부서에 따라, 담당자의 생각에 따라 돈 즉 예산의 무게감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이에 반하여, 지자체 및 정부 주도의 국책 과제에서는 결과의 만족 여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예산의 엄밀성은 가볍다고 할 수 있다.

과제를 실제 진행하는 학계의 입장에서는, 병원에 오는 환자의 경제력에 따라 치료비를 달리 받을 수 없듯이, 상대방 예산의 무게감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과제 배경 및 추진 과정 등에 대한 적정한 수준에서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은 앞서 언급한 상호 불신과 이해 부족을 해소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 기술의 적용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기술의 효용 가치는 사용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지기도 하며, 주변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기도 하여,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에서는 기술 기획 능력이 확대되고 있고, 시스템에 따른 평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러한 부분을 많이 해소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 평가 방안으로, 제품 개발 로드맵(Roadmap) 도입과 기술 성숙도 평가(Technology Readiness Assessment)를 들 수 있다. 특히 많은 산학 과제의 목적이 요소 기술 개발인 점을 고려할 때 전후 개발 단계 연결과 적용성이 전체 개발 과정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

단계별 기술 성숙도 평가(Technology Readiness Assessment)

그러나, 작은 형상의 차이로 블록 장난감이 연결되지 못하듯이, 개발된 기술이 사소한 요인으로 전후 기술과 연계되지 못하여 사장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개발 로드맵은 보안 등의 이유로 제공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후 연계 기술에 대한 상호 설명 및 이해가 필요하며, 특히 계약 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의 전후 연계 방법과 주체를 상호 협의하여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역으로, 산업체에서는 협력 대상인 대학의 존재 목적 및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필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로, 일반 기술 용역회사 또는 전문 연구기관과 동일한 시선으로 산학 과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들과 비교하면서 산학 과제의 결과를 평가하기도 한다. 여기서, 용역회사 또는 연구기관과 협업 시에는 상대 조직이 계약 주체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지만, 대학과의 협업 시에는 형식상 계약 주체는 학교 및 연구 센터일 수 있지만, 결과는 전적으로 담당 교수의 능력에 의존하게 되며, 드물겠지만 분쟁 시 결과에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학(College)의 어원이 Collection이라고 한다. 교육을 목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모으고, 동시에 영속적인 교육을 위하여 연구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안 기술 문제 해결 능력보다는 인재 양성 및 미래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위상과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이들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체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산학 과제 및 협력 방안을 만든다면, 상호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의 입장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내재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과 협력도 필요하며, 미래 산업을 위한 창업 보육 역할도 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성 높은 국책 과제 참여 의무도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치 감기 환자부터 심각한 암 환자까지 모두 돌보아야 하는 종합 병원과 비견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계층의 기술 수요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업체 입장에서는 해당 학교가 보유한 전문 기술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할 필요가 있으며, 학계에서도 확보되지 못한 기술을 무리하게 제시하지는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학 협력은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주체들이 만나서 시너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체와 교육 및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계의 만남이며,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실 중심의 산업체와 미래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 학계의 만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이질적인 두 주체가 만나서 협력하는 이유는 미래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체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하여 미래를 준비하여야 하며, 학계에서는 실현 가능한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산학 협력은 현재와 미래가 소통하면서, 실현 가능한 미래 기술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산학 협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도 않고 오랜 기간 숙고하지도 않으면서 주제 넘는 이야기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단지 산업체와 학계에 있으면서, 아쉽게 느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산학 협력이라는 것이,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체와 학계 모두에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경험 및 보완할, 중요한 기회라는 점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산학 협력 또는 과제가 실패한 경우, 상호 불만과 비난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회 상실을 더 아까워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양하고 성공적인 산학 협력을 위하여 두 주체에 대한 상호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학계에 있는 후배들에게 첨언을 한다면, 작더라도 기술 성숙도가 높은 사업화 단계의 과제를 한두 번은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비록 낮은 산일지라도 정상이 주는 풍광이, 높은 산의 7부 또는 9부 능선보다 멋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조

1) 2022년 대학 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 한국연구재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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