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창업

산학협력·칼럼 소식

"청년창업 관점에서 바라다 본 기후 기술 사업 기회"

기고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박성철 객원교수
박성철 객원교수 증명사진
박성철 객원교수

기술 창업이 주도하는 현대사회의 변화

나는 서울공대 기술창업플라자(약칭 공존34)의 스타트업 멘토로 활동하면서 모교의 여러 청년 사업가를 만나보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과거 SK에서 직원 시절 고안한 작은 아이디어로 5명의 사내 벤처로 출발하여 매출 1조 원, 직원 1천 명의 회사로 성장시켜 본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들이 사업 모델 개발부터 성장통으로 겪게 되는 자금, 채용, 보상,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경영상의 문제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벤처 생태계는 정부와 그리고 벤처 업계가 잘 협력하고 있어, 예비 창업 프로그램이나 SNU 유니콘 펀드 등 사업 초기부터 펀딩받기 좋은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존34에서는 스타트업 업계 경력이 풍부한 교수님들이 매년 모집하는 산하 100여 개 스타트업 팀에게 상시로 멘토링을 해 주고 있어서 창업에 관심이 있는 누구든 좋은 여건에서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좋은 기업들의 채용 관점도 많이 바뀌어서 이제 창업해서 고생해 본 경력이 비중 있게 어필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30년간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모바일 통신 및 인터넷 플랫폼이나 바이오,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여럿 나왔다면 향후 30년간은 AI와 기후 테크 분야에서 커다란 사업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본다. 여기서는 기후 기술이라는 방대한 분야를 쉽게 정리하기 위하여 존 John Doerr의 책을 참고, 왜 지금 청년 사업가들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기회에 도전하기에 적기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한다.

2006년 전설적인 스타트업 투자가인 존 도어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관람한 후 다섯 살 된 딸이 "아빠, 무섭고 화나요.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해결하세요."라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초창기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함으로써 큰 난관을 극복하고 큰 해결책에 투자해 온 성공적인 창업 투자가로서 환경 위기는 그 어떤 난관보다도 거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후 벤처 투자를 시행한 이래 사업적으로 수많은 실패와 커다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생애에 가장 큰 난관인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얼마나 훌륭한 기회가 되는지를 2021년 저서 'Speed & Scale: An Action Plan for Solving Our Climate Crisis Now'를 통해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전달하였다. (한국에서는 '존 도어의 OKR 레볼루션, 기후 변화와 새로운 부의 기회'라는 제목으로 2023년에 출간되었다.)

출처: https://berkeleyearth.org/data/ 재가공

전반적으로 지구의 평균온도는 1880년 이후 약 1도 상승했다. 이 작은 수치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와 인간의 활동으로 방출한 1조 6천억 톤의 온실가스로 인한 것임을 과학자들 99%가 동의하고 있다. 특히 이 중 절반은 1990년 이후 이루어졌으며 이를 극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80년 내 4도의 온난화가 진행될 것이고 그 경우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것이고 생태계 붕괴로 거주 불능의 지구가 될 것이다. 일단 우리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효과를 측정하는 CO2eq(이하 탄소 또는 이산화탄소)양의 증감을 고려해서 순수한 증감량을 0으로 만들려는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해야 한다는 웅장하고도 절박한 목표를 설정하면, 2050년까지 여섯 가지의 큰 목표가 생긴다.

저자는 클라이너퍼킨스라는 투자회사의 의장으로 이 목표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때 교통을 전기화하라는 목표 아래에서 저자에게 두 엔지니어가 찾아왔었다. 한 명은 BMW의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은 피스커였고, 다른 한 명은 페이팔에 크게 투자하여 성공한 일론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고가 스포츠카부터 먼저 출시한 후 고급 세단과 보급형 저가차를 출시하겠다는 3단계 전략을 가지고 있었고, 피스커는 10만 달러가 넘는 고급 세단부터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훌륭했지만 저자는 불행하게도 피스커를 선택했다. 테슬라를 선택했다면 그전에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했던 것 못지않은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피스커와 사업은 실패였다. 비싸서 잘 안 팔리고 의존했던 배터리인 A123이 장착된 세단 2대가 화재가 생긴 데다 폭우에 300대가 침수되면서 16대가 폭발하고 말았다.

실패한 투자가 되었지만 존 도어는 전기차에 배터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고 이후 지구를 구한다는 뜻의 전기 버스 제조 업체인 프로테라를 통하여 버스 배터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수많은 스쿨버스와 버스 운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2030년까지는 모든 주에서 전기버스가 가격, 성능, 안전 모든 면에서 경유 버스를 앞지를 수 있다고 본다.

현재도 교통의 전기화 측면에서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도록 배터리 효율과 안전성을 올리고 무게와 가격을 낮추고 충전을 쉽게 하기 위한 수많은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선박과 열차, 항공 분야에도 저탄소 연료 비중을 높이거나 태양열 이용 비중을 높이도록 하는 데서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력망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이 넘어서는 최대 탄소 배출원이다. 전력망을 탈탄소화하지 않으면 교통을 탈탄소화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 그러면 전력망을 탈탄소화하라는 두 번째 목표가 잘 보이게 된다. 독일은 연방의원 쉐어의 입법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 최초로 대규모 국가적 재생에너지 시장을 열었다. 태양광의 가능성을 알아챈 중국이 엄청나게 저가로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여 본격적으로 태양광 이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일반 주택까지 태양광 보급을 촉진하는 적절한 서비스가 부족했다. 이를 해결해 준 모델이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썬런(Sunrun)이다. 스탠퍼드 졸업 후 홍콩 은행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린 주니치는 주식 발행으로 모은 자금으로 가정용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주고 유지 보수까지 해주는 조건으로 해당 주택 소유자들이 20년 전기 구매 계약에 서명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밤낮의 발전량과 수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저장용 배터리를 복합 설치하여 분산형 전력망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몇 번의 재정적 위기를 벤처 자금 덕분에 넘긴 썬런은 미국 최대 주택 지붕 태양광발전 설비 업체가 되었다.

풍력발전 분야를 보면 기술의 발달로 더 큰 날개와 더 큰 터빈이 가능해졌지만 육상에서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레고(LEGO)를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시킨 전임 CEO 헨리크 포울센은 재정 위기에 처한 덴마크의 국영 전력 기업 DONG의 리더로 선임되어 해상 풍력 단지의 초대형화에 승부를 걸었다. 초기 35미터 날개를 현재 164미터까지 키웠으며 주민들의 반대와 비싼 설치 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마침 전 세계적 리뉴어블 에너지 붐이 불면서 현재는 세계 최고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 개발사가 되어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전력망에서 건물의 에너지 효율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빌딩이 전력의 75%를 소모한다. 패시브 설계, LED 조명, 좋은 히트펌프의 도입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의 사업 기회는 무수히 많다.

다음 과제는 식량을 바로잡는 것이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재배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토양은 대기 중 탄소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양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탄소를 많이 머금을수록 비옥한 땅이 된다. 농사를 위해 자연의 균형을 깨면 토양의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는데 지금까지는 기계화로 인한 과도한 쟁기질과 다량의 비료 사용으로 아산화질소를 배출시켰다. 살충제와 제초제는 지하수로 유입되며 좋은 미생물을 죽이게 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표토층의 3분의 1이 고갈되어 위험에 처했다. 식량을 바로잡으려면 농지의 표토층의 탄소를 늘리도록 토질을 개선해야 하고, 친환경 비료로 대체해야 하며, 소고기와 치즈 등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쌀 경작 시 나오는 메탄양을 줄여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3분의 1로 줄여야 한다. 정말 어려운 난제이긴 하나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 좋은 과제들이기도 하다.

낙농업 집안에서 큰 이선 브라운은 20대 후반 클린텍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끝나고 수천 명의 참석자가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는 현실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 한 마리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소형 자동차가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는데... 그는 해결책으로 식물성 단백질로 소고기를 대체할 식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비욘드 미트를 창업한다. 그 후 임파서블 푸드나 업사이드 푸드 같은 기업이 잇달아 나오며 배양육 산업을 탄생시킨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도전할 만한 사업이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물 중 무려 33%가 버려진다. 유통 업체와 무료 급식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나 식품 저장, 가공, 운송 방식을 개선하는 모델을 잘 만든다면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지구는 대단히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처럼 생각된다. 대기에 축적된 탄소는 지구를 덥히고 높아진 대기 온도는 삼림에서 물을 빨아 들인다. 건조한 열기는 산불을 촉발하고 확산한다. 산불은 나무에 저장된 탄소를 대기 중에 흩뿌린다. 이 탄소는 기온을 더욱 높인다. 지금 이것이 우리가 처한 난처한 상황이다. 기온이 올라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몇 억 년 동안 얼어 있던 식물성 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동토층은 탄소 흡수층에서 배출원이 되어 버린다. 시간을 놓치면 되돌릴 수가 없다. 탄소를 흡수하는 대지와 삼림 그리고 해양에서 탄소 순환을 안정화해야 한다. 저인망 어업은 심해 탄소를 많이 비축한 해양 침전물을 건드려 탄소 발생원으로 바꾸는 짓이다. 해초숲인 켈프를 밀림처럼 바닷속에 잘 조성하는 방법이 나오면 이산화탄소를 머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화재와 개발로 전 세계적으로 6초마다 축구장 하나씩의 산림이 파괴되고 있다. 화재를 잘 막고 잘 진압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고, 세계적인 식품회사들이 원재료를 확보할 때 삼림을 보존할 수 있는 경작 모델이 나와야 한다.

네 번째 목표인 '산업을 정화하라'는 무슨 의미일까? 콘크리트 다리, 강철로 지은 고층빌딩, 플라스틱으로 된 음료수통, 의류, 유리, 알루미늄 등등 인간이 구축한 모든 것은 만들어질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전략으로는 사용을 덜하고, 재활용하고, 열원을 저탄소물로 대체하고, 생분해되는 용기를 발명하는 것이다.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섬유를 만든 파타고니아, 사탕수수로 신발 중창을 만든 올버즈, 중고 의류의 트로브와 트레데시, 탄소 중립 시멘트 공정을 개발한 라파지홀심, 압연 공장에 친환경 수소 시스템을 설치한 린데가스 등 산업을 정화하기 위해 도전하는 기업이 있으나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다섯 번째 목표인 탄소를 제거하라. 이는 단순히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넘어서서 이산화탄소 분자를 포집한 다음 저장하는 다양한 활동을 의미한다. 조림이나 재삼림화, 혼농임업처럼 자연 기반 해결책도 중요하고, 더 나아가 대기와 토지, 해양에서 공학적으로 탄소를 포집, 보관 또는 제거하는 공학적 해결책을 찾는 담대한 도전을 필사적으로 해야만 한다.

스위스 공대생인 크리스토프와 얀은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직접공기포집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 크라임웍스를 창립했다. 지금은 포집한 탄소를 지하 암석에 영원히 격리시키는 사업으로 발전 중이다.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은 빌 게이츠의 지원을 받아 연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대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참인더스트리는 고속 열분해 공정으로 농장 쓰레기에서 액체 연료를 만들어 오래된 유전에 가두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IT 분야에서도 관련 스타트업이 나오는데 2천여 개 기업 중 자기 매출의 일부로 탄소 제거 서비스를 구입해주는 기업회계 소프트웨어인 스트라이머 클라이밋이라든지, 기업이 생산망과 에너지 효율, 공급망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탄소 발자국을 관리해주는 탄소회계 플랫폼 워터쉐드 등이 대표적이다.

청년 사업가들을 위해 소감을 간략히 말해본다면 잘사는 국가일수록 교육을 잘 받은 투자가일수록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큰 관심과 큰돈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벤처 자본들은 초라하게 시작한 스타트업일지라도 거대한 메가 트렌드에 과감히 뛰어들어서 작더라도 의미 있는 해결책을 보여주기만 하면 과감히 투자해 들어오는 속성이 있다. 더 큰 자본과 더 좋은 인재로 기술을 가속화할 수 있고 그러면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심화되고 있으나 지금부터 기후 테크 스타트업에 과감히 도전하는 사람은 인류의 미래 보존에 기여한다는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커다란 성공 가능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세상을 바꾸려는 젊은 열정을 가진 청년 창업가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라며 그리하여 후손에게 덜 위태로운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행동했던 자랑스러운 혁신가가 되시길 부탁드린다.

'산학협력·칼럼 소식' 이전 호 보기
이벤트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