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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명반 사냥 이야기 마흔 일곱 번째: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일렉 기타로 완성한 혁신

“Jeff Beck : Blow by Blow” LP (EPIC, 음반번호 : PE 33409)

2023년 1월 제프 벡(Jeff Beck, 1944년 6월 24일~2023년 1월 10일)이 우리 곁을 떠났다. 말년까지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였고, 2022년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과 협연했던 “Patient Number 9” 앨범이 2023년 그래미상을 수상했기에 그의 부고는 더욱 안타까웠다.

제프 벡은 영국 출신 기타리스트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지미 페이지(Jimmy Page)와 더불어 ‘3대 기타리스트’1 로 혹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지미 페이지와 더불어 ‘3J 기타리스트’로 록 음악을 견인하였고,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로 기타 음악의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1992년에 그룹 야드버즈(Yardbirds)의 멤버로서 그리고 2009년에는 솔로로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두 번씩이나 헌액되었다.
1) 세 사람은 모두 그룹 야드버즈 출신이다. ‘3대 기타리스트’는 1970년대 일본의 대중음악 기자의 기사가 한국에 들어와서 통용된 것으로 사실상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이다. 참고로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이 2015년 선정한 100대 기타리스트에서 1위는 지미 헨드릭스, 2위는 에릭 클랩튼, 3위는 지미 페이지, 4위는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 5위는 제프 벡이 차지했다.

어릴 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레스 폴(Les Paul)의 기타 연주에 감명을 받고,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함께 하던 친구들과 기타를 치면서 음악에 입문한 그는 그룹 야드버즈를 거친 후 그의 이름을 건 ‘제프 벡 그룹’을 결성한다. 1968년 발매한 데뷔 앨범 <Truth>는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평단으로 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앨범에서 제프 벡이 시도한 하드록 연주는 이후 등장하게 될 헤비메탈의 자양분이 되어, 이 앨범은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이후 벡, 보거트 & 어피스(Beck, Bogert & Appice)를 결성하여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고, 확고해진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기 위해 솔로 활동으로 다시금 변모를 시도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타 연주 앨범으로 꼽히는 <Blow by Blow>이다. 블루스, 록, 재즈의 퓨전 사운드 바탕에 정교한 테크닉과 뛰어난 사운드 메이킹 그리고 혁신적인 연주력으로 완성된 이 앨범은 일렉트릭 기타가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보여준 ‘일렉트릭 기타의 교과서’가 되었다.
이 앨범의 백미는 미국의 블루스 기타리스트였던 로이 부캐넌(Roy Buchanan)에게 바친 “Cause We've Ended as Lovers”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시각장애인 가수로 유명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원래 스티브 원더는 제프 벡이 그의 앨범에 기타를 연주해 주는 대가로 제프 벡에게 주려고 “Superstition” 곡을 만들었는데, 당시 스티브 원더가 소속되어 있던 모타운 레코드의 사장이었던 베리 고디 주니어는 이 곡이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스티비 원더를 강요하여 제프 벡 보다 한 달 먼저 이 곡을 발표하고 만다. 제프 벡의 버전은 벡, 보거트 & 어피스의 1집에 수록되어 발매되었지만, 이미 한발 늦은 후였다.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은 엄청난 대중적 성공을 얻었고,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러한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고자 스티비 원더는 제프 벡을 위해 “Cause We've Ended as Lovers”를 써주어서 둘의 관계는 회복되었고, 이 곡은 제프 벡을 대표하는 명곡이 되었다. 두 사람은 훗날 “Superstition”을 함께 라이브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제프 벡은 “Cause We've Ended as Lovers”에서 기타의 볼륨을 조절해 클래식 현악기 같은 효과를 내는 '볼륨 주법'을 선보이고, 한 음 한 음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정점을 찍었다. 제프 벡은 텔레캐스터와 깁슨이 결합된 Fender 1959 Telecaster "Tele-Gib" 기타로 이 곡을 녹음하였다. 스티비 원더는 “Cause We've Ended as Lovers” 이외에도 “Thelonious”라는 곡도 써주었는데, 이 곡은 위대한 재즈 음악가였던 셀로니어스 몽크(Theonious Monk)에게 헌정하는 곡이었다. 스티비 원더는 이 곡에서 클라비넷(clavinet)을 연주하였다. 이외에도 이 앨범에는 비틀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She's a Woman”도 담겼고, 앨범의 프로듀싱은 비틀즈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조지 마틴(Sir George Martin)이 맡았다. 제프 벡은 완벽주의로 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는데, 기타 솔로를 다시 녹음하고 싶다고 마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틴이 “제프, 그 레코드는 이미 상점에서 팔고 있다네”라고 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앨범에 실린 "Freeway Jam" 또한 제프 벡의 대표 곡 중 하나로 강력한 멜로디가 어떻게 해체되고 핵심을 유지하면서 재창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Blow by Blow> 앨범 표지로는 Gibson 1954 Les Paul "Oxblood"를 들고 있는 그의 초상화가 선정되었다. 이 전설의 기타는 Gibson 사가 2009년에 'Jeff Beck 1954 Les Paul Oxblood'이란 이름으로 생산하면서 불멸화되었다.

<Blow by Blow> 앨범은 워낙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기 때문에 음반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필자는 진정한 초판을 구하고자 음반 정식 발매 이전 홍보를 위해 한정으로 발매한 “Promotion” LP를 미국에서 구매하여 소장하고 있다.

딥 퍼플의 기타리스트인 리치 블랙모어는 “제프의 연주는 하늘로 치솟아 마법을 그려내었다. 그가 연주한 음들은 완벽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충격적일 정도였다.”라고 평한 바 있다. 그는 기타 연주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고 한계를 넘어 지경을 넓힘으로 수많은 뮤지션들의 경외를 받았다. 피크 없이 손가락으로만 연주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하였으며, 기타 연주를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 시켰다. 블루스에 기반한 록음악으로 시작하여 하드록·헤비메탈 연주의 기반을 닦았고, 이후 재즈를 거쳐 컨트리/서던록을 섭렵하였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까지 확장하였다.

많은 록스타들이 술, 담배, 마약으로 찌들어 갔지만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끊임없는 혁신을 견인해 간 시대가 낳은 진정한 기타리스트였다.


제프 벡 (Jeff Beck, 1944년 6월 24일~2023년 1월 10일) http://www.jeffbeck.com/photos/

록앤롤 명예의 전당(Rock & Roll Hall of Fame)의 25주년 기념 연주회에서의 제프 벡과 스티비 원더 (2009년 10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출처 : Rock & Roll Hall of Fame https://www.freep.com/story/entertainment/music/brian-mccollum/2023/01/13/stevie-wonder-reflects-on-the-late-jeff-beck-a-great-soul/6980207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