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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중 임업연구사
국립산림과학원


한연중 임업연구사
국립산림과학원


국내외 목조건축 사례 및 고층 목조 건축물을 통한 탄소중립 기여




목재는 나무로부터 얻어지는 재료이다.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그 자체로 경관, 휴양,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다양한 가치를 갖는다. 또한 숲속의 나무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생장하기 때문에, 최근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흡수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이러한 숲의 혜택으로 인하여 숲에서 목재를 수확하고 이용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목재는 예로부터 인간의 주거와 생활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어 온 소재이다. 우리나라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목재를 건축물과 생활 도구 등의 재료로 활용하여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목재는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대체되었다.

수확된 목재제품(Harvested Wood Products; HWP)은 제재목, 합판, 파티클보드, 구조용재, 건축내장재, 가구, 종이제품 등과 같이 나무를 원료로 가공하여 생산된 제품으로 정의된다. HWP는 제품이 수명을 다하여 폐기될 때까지 숲에서 생장하며 저장했던 탄소를 장기간 제품 내에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 목재제품의 이용은 숲에서 목재를 수확한 후 재조림(reforestation)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하면, 기존의 숲을 보전하는 것보다 많은 탄소저장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nment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1988년에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와 국제연합 환경프로그램(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설립한 기구이다. IPCC는 1990년 이후에 6~7년 주기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분석과 정책적 제언을 담은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 AR)를 제공하고 있다. IPCC 1996 가이드라인에 수확된 목재제품의 탄소계정 접근법이 제시된 이후, 2011년 11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에서 “국가 내에서 자란 나무를 수확하여 생산한 원목으로 국가 내에서 가공한 목재제품이 지닌 탄소”만을 HWP의 탄소저장량으로 인정하는 “국산 목재제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생산접근법”이 HWP의 탄소계정방법으로 결정되었다. IPCC에서는 HWP의 탄소저장량을 계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수함수 모델을 적용하여 연간 목재제품의 분해가 일정하게 진행된다는 일차부후방법(First-order Decay Method)을 제시하였다. 이때 HWP에 저장된 탄소에 연간분해율을 적용하여 제품의 질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을 반감기(half-life)라고 하며 목재제품의 수명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된다. 현재 IPCC에서는 제재목, 목질계 판상제품, 종이제품의 반감기를 각각 35년, 25년, 2년으로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숲에서 수확된 원목을 제재목으로 이용하는 것이 HWP의 탄소저장 개념에서 유리하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탄소중립 2050 전략을 수립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제화 및 세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러 세부 정책들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공통점은 재생 가능한 친환경 소재인 목재와 바이오 기반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캐나다, 미국 등의 몇몇 국가에서는 목재이용을 장려하기 위하여 건축물에 사용되는 재료의 일정 비율 이상을 목재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고층의 목조건축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높이의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다.

우드스크레이퍼(Woodscraper)는 목재(Wood)와 고층 건물(Skyscraper)을 결합한 신조어로 목조 고층 건물을 의미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세계 최고(最高) 목조건축물은 2022년에 건설된 2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축물인 어센트(Ascent)이다. 미국 밀워키에 위치한 어센트는 콘크리트 하부층 위에 구조용집성재(Glued laminated timber)를 보와 기둥으로 사용하고, 구조용 직교집성판(Cross laminated timber; CLT)을 바닥으로 사용한 목재-콘크리트 하이브리드 건축물이다. 어센트의 높이는 86.6m로 2019년에 완공된 노르웨이 오슬로의 18층 규모인 미에스토로네(Mjøstårnet)보다 1.2m가 높다. 이 외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높이 84m, 24층 규모인 호호비엔나(HoHo Wien),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기숙사인 높이 53m, 18층 규모인 브록 커먼스(Brock Commons Tallwood House), 일본 요코하마의 높이 44m, 12층 규모의 포트 플러스(Port Plus) 등이 대표적인 우드스크레이퍼의 사례로 꼽힌다. 2026년에는 높이 100m를 넘는 목조건축물이 등장할 전망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높이 100m의 주상복합 목조건축물이 최초로 높이 100m를 넘을 예정이며, 독일 베를린에 높이 98m, 스위스 로잔에 높이 85m의 목조건축물이 건축될 예정이다.
그림 1. 해외 고층 목조건축물 사례

고층 목조건축물은 대부분 목재 부재의 공장 생산과 현장 조립 과정을 통하여 지어졌으며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서 요구되는 콘크리트 양생기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구조용재 1,675m3와 내장재 315m3을 사용하여 건축된 일본의 포트 플러스의 경우에는 약 1,625톤의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효과가 있으며, 자재생산‧시공‧해체‧폐기에 이르는 건축물의 생애 주기 동안의 전 과정 평가(Lifecycle assessment) 결과에 근거하면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하여 약 1,7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는 공공분야에서 대형 목조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6년에 당시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목조건축물의 높이 제한(18m)에 따라 높이 17.14m, 4층 규모로 건설된 수원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 2018년에 건축법상 5층 이상의 목조 건축물에 요구되는 2시간 내화성능을 국내에서 최초로 충족한 높이 19.12m, 5층 규모로 건설된 영주의 국립산림과학원 한그린목조관 등이 있다. 2024년에는 높이 27.6m, 7층 규모의 산림복지진흥원 본관동이 대전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림 2. 국내 고층 목조건축물 사례


국산 낙엽송(일본잎갈나무)으로 제작된 구조용집성재를 기둥과 보로 활용하여 건설된 수원의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은 구조용재 314.9m3과 내‧외장재 182.7m3을 사용하였다. 목재제품 사용량을 기준으로 497.6m3을 기준으로 421.5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 이중 국산 목재제품은 구조용재 210.4m3과 내장재 182.7m3이며, 국내 생산 HWP를 기준으로 한 이산화탄소저장량은 204톤이다. 반면에 수입된 목재제품은 구조용재 104.5m3, 내장재 117.9m3, 외장재 27.8m3이다. 벽체를 구성하는데 이용되는 배향성 스트랜드 보드(Oriented Strand Board; OSB)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최고(最高)의 목조건축물인 영주의 국립산림과학원 한그린목조관은 국산 낙엽송으로 제작된 CLT를 바닥과 벽체에 적용한 사례로 구조용재 181.4m3과 내‧외장재 8.2m3을 사용하였다. 전체 목재제품 사용량 189.6m3을 기준으로 159.6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 국산재는 구조용재로 활용된 109.3m3으로 이 값을 기준으로 한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90.2톤이다. 국내에서 건축물 시공 시 CLT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건축물의 설계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CLT가 바닥과 벽체에 모두 활용되기 때문에, OSB 등의 수입 목재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서 국산 목재제품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우드스크레이퍼로 불리는 고층 목조건축물의 설계와 시공은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CLT가 개발된 이후에 목재와 콘크리트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되었다. CLT는 판재 상태의 목재를 층별로 직교하게 적층하여 접착한 공학목재로써 목재공장에서 규격에 맞게 가공한 CLT를 시공현장에서 바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목재는 불에 잘 탄다는 인식과 달리 미국 밀워키의 어센트에 이용된 CLT와 영주의 한그린목조관에 이용된 CLT는 각각 3시간과 2시간 내화성능을 만족시킨 상황이다. 목재는 200℃가 넘으면 공기층을 많이 포함한 탄화층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탄화층은 원래 목재에 비하여 열전도율이 낮아져 목재 내부로의 열전달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목조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에 목재는 빠르게 불에 타지만 탄화층이 형성되고 나면 목재의 타는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일정해진다. 화재 발생 30분 경과 후 목재는 25%의 강도 손실이 발생한 반면에, 강재는 749℃에 도달하였으며, 90%의 강도손실이 발생한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림 3. 2018년 국내 CLT 바닥, 벽체 2시간 내화성능 인정

국내 목조건축 분야에서 목구조 설계 기준 및 목조건축 설계 매뉴얼은 완비가 되었으며, 국산 공학목재의 품질규격 및 장기 허용응력의 표준화도 완료되었다. 또한 목조건축물의 성능적 측면에서 내화, 내진, 에너지 및 내구성에 대한 요구기준도 충족되었다. 고층 목조 건축물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목재제품의 수급, 설계와 시공의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건축부재 생산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상황에서 현재의 주문-생산시스템으로 고층 목조건축물의 재료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재료 수급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산 건축부재 생산업체의 저변 확대 및 규모화가 필요하다. 또한 국내 고층 건축물은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설계 및 시공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목조 고층 건축물의 확대를 위하여 디자인 및 구조설계를 위한 전문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목조 고층 건축물은 국산 목재제품의 탄소저장량을 극대화하여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설계, 재료, 성능, 시공의 단계에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현재 상황에서 목조 고층 건축물의 건설을 위하여 건축부재 생산업체의 저변 확대 및 목조건축 디자인 및 구조설계 등의 각 분야에서의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림 출처]


[1-1] 어센트 https://news.nate.com/view/20220814n03483
[1-2] 미에스트로테 https://en.wikipedia.org/wiki/Mj%C3%B8st%C3%A5rnet#/media/File:Mj%C3%B8st%C3%A5rnet.jpg
[1-3] 호호비엔나 https://www.siga.swiss/global_en/projects/hoho-wien#gallery-d041350c-fae2-4bf9-9591-93babf8667b2-2
[1-4] 브록커먼스 https://www.archdaily.com/879625/inside-vancouvers-brock-commons-the-worlds-tallest-timber-structured-building
[1-5] 포트플러스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port-plus-obayashi-yokohama-training-center/571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