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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명반 사냥 이야기 마흔세 번째: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다시 찾은 고향

“이무하 – 고향”
LP(킹, 음반번호 : HNL-006)
CD(킹/하나뮤직, 음반번호 : HNCD-006, 8801035312265)
Tape(킹, 음반번호 : HNM-006)


이무하는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시 시대상 만큼이나 허무와 관조 그리고 삶과 음악 울타리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며 노래 부르던 운수객(雲水客)이었다. 해병대 제대 후 전인권의 사촌 형인 이철웅 교수에게 석 달 만에 피아노와 화성악을 속성으로 배워 아버지의 강권으로 느지막하게 경북대 음악학과 1기로 입학하게 된다. 이로써 본격적인 가객(歌客)의 길로 들어선다.

카페 ‘처용’, 레스토랑 ‘엑스트라’ 등 대구 음악인들의 피난처에서 전인권, 함춘호, 하덕규를 비롯하여 대구 포크의 아이콘이었던 문무상 등과 교류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어느 날 조악하게 녹음된 그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 정태춘이 그를 직접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40년 지기 우정이 시작된다. 이무하는 정태춘 음반에 피처링하는 등 두 사람은 많은 시간과 고민을 함께 하게 되고, 정태춘의 주선으로 이무하의 첫 번째 앨범을 한국음반을 통해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때 이무하는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대부’ 조동진을 만나게 되는데, 당시 조동진은 국내의 역량 있는 포크 뮤지션들의 음악 공동체인 ‘하나뮤직’을 이끌고 있었다. 조동진은 이무하에게 하나뮤직 합류를 간곡히 요청하였고, 그의 CD 음반에는 하나뮤직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채 발매된다. 정혜선을 이은 제2호 하나뮤직 앨범의 탄생이었다.

이 앨범에는 십여 년간 이무하가 작사, 작곡한 8곡의 노래를 담았다. 이 중 “이 슬픔을 팔아서”, “햇빛 밝은 날”은 이정우 신부의 시에 곡을 붙였다. 하덕규가 기획하고 조동진의 동생 조동익과 함춘호가 베이스, 기타 등 악기연주와 편곡을 맡았고, 조동익의 아내인 장필순은 “아이들에게”를 함께 불렀다.

앨범이 발매된 날, 이무하는 김민기와의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되었다. 김민기는 이무하의 음반을 듣고 “내 혈액형에 맞는 음악이다”라고 극찬했고, 학전소극장 단독 콘서트를 비롯하여 그가 제작 및 연출하는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같은 하나뮤직의 정혜선 1집과는 달리 이무하 1집은 발매 후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되지만, 이무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생에 대한 근원적 물음은 기독교 귀의로 정점(點睛)을 찍고, 준비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그는 강원도로 종적을 감추고 만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함이 몰려와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갈 생각으로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가 한 사람의 인생에는 누군가의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회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그의 1집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비운의 앨범으로 남고, 그의 마음속에는 두고두고 하나음악에 대한 빚이 남게 된다.

앨범은 1991년 LP, CD,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되었다. CD는 김두수 2집, 정혜선 2집 등과 더불어 초희귀 음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음반으로 손꼽힌다. 심지어 이무하 본인도 1집 CD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필자도 이 음반을 구매한 이후 중고장터나 매장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매물이 나오면 200~300만원에 거래된다는 풍문도 있다. 심지어 카세트테이프도 20여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무하는 이후 CCM으로 2집 <다시 동산으로 > 와 3집 <휘장을 열고>를 발매하였고, 이후 4집 <그리움>으로 대중음악으로 돌아왔다. 2015년 7월 '무하지경'을 타이틀로 첫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이 공연을 기획한 문화행동바람 김재욱 목사는 “이무하는 노래하며 바라본 세상의 아픔과 기독교인으로서 교회를 바라보며 갖게 되는 아픔 등을 가사로 녹여냈다. 그는 화려한 박수갈채를 갈구하며 오던 음악인이 아니다. 화려한 족적도 한번 없다. 그가 추구하는 노래가 그만큼 진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30년 음악 생애 동안 한 번도 단독 무대에 서지 않은 그를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그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하덕규가 가장 존경하는 음악인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무하는 “나에게 노래라는 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통로이자 도구인 셈”이라고 한다. 그의 1집은 이전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포함한 세상에게 잃어버린 고향과 지난 날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그리고 본향으로서의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기타 소리는 부드럽고, 노랫말은 서정적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의 냄새가 난다. 내 이름을 부르시며 손짓하시는 어머님의 촉촉한 눈망울과 함께.
이무하
출처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906010000661
이무하
출처 : https://blog.naver.com/newsmission/22040227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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