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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기업에서 과학기업으로 도약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Q. 안녕하십니까. 서울대 공대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신학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1975년도에 서울대 자연계열로 입학하여 75학번입니다. 당시에 계열별로 모집하여 1년간 같은 교양과정부를 관악 캠퍼스에서 마쳤고 관악 캠퍼스의 1회 입학생입니다. 저는 2학년 때부터 기계공학과로 들어가게 돼서 공릉동으로 갔습니다. 3년 동안 기계공학과에서 공부해 사실은 관악캠퍼스의 첫 졸업생이었고 75년도에 입학해 79년도에 졸업했습니다.
저는 3M이라는 기업에서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1984년에 한국3M 기술 지원부로 입사해서 10년 근무 후 1994년에 필리핀3M의 지사장으로 떠나서 3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 미국3M 본사로 들어가 22년 동안 근무를 해서 25년 만에 정확하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한 3년 반 전에 3M에서는 주로 매니지먼트 경영 쪽을 많이 했고, 인터내셔널 담당 총괄 수석 부사장 그리고 마지막은 3M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대부분의 R&D, 생산, 서플라이 체인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3M에서 2018년 말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LG화학의 대표이사로 2019년 1월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3년 반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3M에서 20~30년 쌓은 경험을 한국의 대표적인 화학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LG화학에서 공유하고 발전하고자 LG화학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Q.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은사님이 있으십니까?
A. 그 당시에 기계공학과의 대표적인 이량 교수님이라고 계셨습니다. 고체역학을 담당하셨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고 백발인 데다가 연세가 좀 있으셨는데, 강의마다 늘 칠판에 기가 막힌 필체로 쓰셨던 기억이 남습니다. 열역학 개척자인 노승탁 교수님과 기계 진동, 바이브레이션이라는 학문을 수업하신 이장무 교수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그 당시에는 특히 제가 2~4학년 때 공과대학의 취업 환경이 최고 좋았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야말로 점심시간 저녁 시간 할 것 없이 채용 담당자들이 우리 공대에 와서 진을 치고 있었거든요. 늘 만원버스라 빡빡했던 공대 스쿨버스도 떠오르네요.

Q. LG화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LG화학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화학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7년도에 설립됐으니까 지금 76년째 되어 역사가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하여 당시 LG그룹의 모태였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 이후에 화학은 주로 기술 플랫폼을 이용해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계속 개발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LG생활건강, 건축장식자재 등을 다루는 LX하우시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등 여러 우수한 기업들을 육성해냈습니다. 이처럼 LG화학은 산업의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지속 성장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매출이 10배가 넘게 빠르게 증가했고, 올해 매출은 40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LG화학은 석유화학본부, 첨단소재본부 그리고 생명과학본부 이렇게 큰 사업 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사업이 아직도 기둥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양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들도 LG에너지솔루션으로 공급이 증가하며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본부는 글로벌 혁신 신약 회사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인재들이 LG화학 생명과학본부에서 나왔을 정도로 제약이나 바이오 쪽에 뿌리가 깊고 전통이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매출액 1조가 조금 안 되는 수준이지만 2030년까지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신약 회사로 도약해 미국ㆍ유럽 등 선진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과거에는 화학 기업이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첨단이랄지 생명과학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기업에서 과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현재 추진 중입니다. 그래서 우리 지향점을 ‘Top Global Science Company’라고 명명하고 직원들을 독려해 글로벌 기업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LG화학의 사업 및 분야 등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희는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Sustainability 비즈니스 ▲전지 소재 중심의 e-Mobility ▲글로벌 혁신 신약을 선정하고 해당 분야에만 ‘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친환경 소재 중심의 Sustainability 비즈니스입니다. 지금 석유화학 쪽은 에틸렌 C2에서 나온 여러 가지 플라스틱 제품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재활용(Recycle), 생분해성ㆍ바이오(Bio), 신재생에너지(Energy Transition) 소재 사업 중심의 친환경 Sustainability 비즈니스 매출을 1.4조원에서 ‘30년 8조원으로 6배가까이 확대하며 저탄소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글로벌 화학 업계를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물리적(mechanical) 혹은 화학적(Chemical) 재활용(recycling)을 한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 최근에 수요도 많이 증가하고 있고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신성장 동력은 전지 소재입니다. 양극재ㆍ분리막ㆍCNT(탄소나노튜브) 등의 글로벌 생산량을 확대하고, 배터리 Recycle 사업에 진출하는 등 세계 최고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양극재와 분리막만 해도 전체 전지 소재 밸류 체인 중에 굉장히 많은 포션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는 전지 밸류체인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들입니다. 전체적으로 EV(Electric Vehicle) 마켓이 성장하기 때문에 배터리와 거기에 들어가는 소재까지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이런 산업의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LG화학도 그 이상으로 성장해야 되는 겁니다.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이 분야에만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신성장 동력은 글로벌 혁신 신약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한국과 동북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신약을 연구개발하여 상업화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만 8년에서 10년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과감하게 당뇨, 대사, 항암, 면역 4개 전략 질환군에 집중하여 글로벌 신약을 스스로 개발하고 상업화하겠다 하는 포부를 발표하고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이 약 23개 정도 있고, 그 중에서 미국에서 3상까지 들어가는 제품이 올해 생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2개 정도는 미국에서 완전히 3상을 통과하고 상업화에 성공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인베스터 데이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인베스터 데이에서
배터리 소재 매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3대 신성장 동력에서만 2030년까지 약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잘 추진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우리의 탄소감축 전략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020년 7월에 국내 화학기업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포했습니다. 사실 화학기업으로서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저희가 2019년에 1년간 배출한 탄소량이 950만 톤 정도 됩니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2050년까지 약 2천만 톤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것을 2050년에도 2019년 수준인 950만 톤으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올해 이 목표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 아닌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2050년에는 전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런 사업을 영유하겠다는 것이 목표 입니다. 이러한 저탄소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기조가 앞으로 회사의 큰 경쟁력이 되리라고 봅니다.

아까 말씀드린 3대 신성장 동력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동시에 ESG에 기반한 2050년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공정에서 탄소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 알아야 됩니다. 이것이 환경전과정평가(LCA)입니다. 제품 하나하나, 공정 하나하나에서 탄소가 어느 정도 배출되는지를 수량화(quantify)하는 작업입니다. 이 영역은 굉장히 구현이 어렵고 상당히 시간과 투자가 많이 필요하는 일입니다. 올해 말까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 제품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해외까지 포함한 전 제품에 대해 LCA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지금 우리 같은 화학 기업, 소재 기업, 과학 기업 중에서 달성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저탄소 기조, 탄소 저감 쪽에 좀 선도적으로 앞서가며 선제적으로 투자도 하고 기술 개발도 할 계획입니다. 2050년 넷 제로는 저희 LG화학의 궁극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1 LG화학 기자간담회
Q. 공대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리더 양성을 강조합니다. 오피니언 리더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로서 활약하기 위해 공대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저 역시 젊은 산업 현장에 거의 30년 이상 있었고 LG그룹 전체적으로 또 LG화학에도 AI를 R&D와 생산 공정 전반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국은 AI나 머신러닝 같은 전문 기술을 가진 그룹을 저희가 계속 육성하고 있고 사람을 더 충원하고 전문성을 계속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문가를 각 파트와 붙여주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AI나 머신 러닝이 학문에서 실제로 생산 현장 또는 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임팩트는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활용 기회가 있다고 생각할 때 이런 것들이 그 학문 자체로 있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애플리케이션 포텐셜을 찾아내느냐 이며 이것은 혼자로는 되지 않습니다. 이런 서브젝트 메러 엑스퍼트(Subject Matter Expert)들하고 같이 팀업을 계속해서 소위 융합 복합의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 공과대학 학생들이 열역학이 됐건 AI가 든 좀 더 포괄적이고 융복합적인 개념을 가지고 산업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정, 생산, 제품, 디자인, R&D에 대한 이해를 같이 곁들여서 그 아이디어를 파일러팅하면 어떨까 합니다. 저는 이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파일러팅이라는 말 속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볼 때 그런 4차 산업의 데이터 사이언스나 이런 쪽을 그 자체로 계속 열망하는 것과 아울러 무궁무진한 산업의 적용 가능성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이냐 하는데 저는 굉장한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하기 위한 우리 공과대학 학생들의 준비라고 한다면 그 학문 자체를 깊이 파고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적용시키고 소위 유스케이스(use case)를 만들 건가를 생각해본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하기 위한 준비를 좀 해 주셨으면 하는데 그러려고 하면은 산업계하고 자꾸 접촉을 해야 되고 생산 현장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을 실제로 한번 구현해 볼 수 있는 파일럿팅 투자를 학교와 기업이 조인트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철 부회장 상생협력을 위한 협력사 방문
신학철 부회장 여수공장 현장경영
Q.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논어 헌문 편에 나오는 '치기언이과기행'이라는 말입니다. '그 사람의 말이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한다' 이런 말입니다. 대게 고객을 상대로도 그렇고, 고객이라면 내부 고객 외부 고객을 합쳐서 고객이라고 하는데 말이 앞서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특히 경영자이고 리더라면 항상 경계해야 될 부분이 우리의 말과 행동이 결과에 앞서 나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상당히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업에 오래 있으면서 느낀 것은 고객과 시장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야만 그야말로 진실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리더나 경영자 또는 누구든 간에 실제로 액션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 가서 팔을 걷어붙이고 그 사실을 경험할 때만이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고 혁신도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리더나 경영자가 실제로 경험하면서 얻은 그런 지식에서 나오는 소위 퍼스펙티브(perspective)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경영진들 그 다음에 우리 직원들 구성원들에게도 직접 경험하고 거기서 얻은 팩트나 데이터를 가지고 본인의 퍼스펙티브를 양성하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공대 동문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사실 저보다 굉장히 훌륭하신 동문들이 많이 계시고 각계에서 활약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 제가 이런 자리에 인터뷰를 할 자격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해외에서 오래 있다가 한국에 와서 특히 우리 서울 공대 동문들이 반겨주셨습니다. 참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력이나마 우리 공과대학의 발전과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을 위해 LG화학도 그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러한 뜻에 더욱 많이 일조할 수 있는 저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 선배님들 또 동료들 또 후배님들 많은 지도 편달을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