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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산학협력 활성화 방안




이종수
서울대 공과대학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교수



이종수
서울대 공과대학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교수

공대와 산학협력
대학의 첫 번째 역할은 인재양성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가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공학기술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공대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게 되었다. 공학기술은 기초 연구와 함께 기술을 응용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공대를 통해서 유능한 기술인재를 확보하고, 첨단 공학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매우 높다.

이를 위해 대기업에서는, 채용을 통하여 우수 공학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채용과 함께 공대의 우수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바로 산학협력이다.

지금까지 서울공대는 국내외 많은 대기업들과 매우 성공적으로 산학협력을 진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큰 산업적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노력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한 대학교 산학협력 지원 조직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업환경의 변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산학협력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겨났다. 두 가지만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4차 산업혁명 혹은 지식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이다.

산업화 시기에는 산업 간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기계공업, 화학공업, 조선업,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금융업, 소프트웨어산업 등과 같이 우리가 듣기만 해도 어떤 상품을 만들어서 누구에게 파는 것인지 명확하게 보였다. 그런데 지식산업 시대가 오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술발전이 시간적 지연 없이 즉시적으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일과 엔터테인먼트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불과 수년 만에 우리 옆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통적인 산업계에서도 산업 간의 구분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로 함께 공대 학부, 학과 간의 경계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대형 선박이 자율주행 기능으로 바다를 누비고 있다. 대기업들 역시 자체 기술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발생하다 보니, 공대를 찾아와서 신기술을 가진 인재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학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신산업에 필요한 기술 인재들의 육성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절박한 산업계 니즈를 해결하기 위하여 서울공대에서는 2014년부터 SNU공학컨설팅센터라는 학내 기술컨설팅 지원 조직을 운영 중이다.

이 센터에는 공대의 모든 전공 분야의 교수님들 200명 이상이 연구원 겸 컨설턴트로 참여하여, 산업계의 급한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계가 어려워하는 기술 문제를 받아서,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 교수님들을 각 학부, 학과에서 매칭하여 학제간 협력을 통해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함께 찾아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출현이다.

얼마 전에 카카오뱅크가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되었다. 상장 전에는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가 18조 원으로 추정되어, 기존 전통 은행의 최대 기업인 KB금융에 이어 2위 금융회사 규모라며, 거품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상장 첫날 마감 기준 기업가치 32조 원으로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회사가 되었다. 기존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가치가 적절하냐 따지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향후 카카오뱅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지 누구도 지금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점이 더 무서운 것이다.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균열이 없던 산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테슬라로 인하여 글로벌 공룡들이 흔들리고 있다. 전통 제약 산업은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같은 새로운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이 시장을 흔들기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세계 제약 산업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증권시장 1,2위는 반도체 회사, 3,4위는 네이버, 카카오가 지배하고 있다.

바로 스타트업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이에 편승한 기업들이 높은 미래 가치를 인정받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대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자금과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기존 대기업들과 태생적 유전자(DNA)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어록처럼 모든 것을 다 바꾼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과연 어느 정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상의 2가지 변화로 인하여, 이젠 공대의 산학협력 시스템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학협력의 현황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공대에서는 2014년부터 SNU공학컨설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대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은 이전부터 각 전공 교수님들과 연구실 중심으로 잘 이루어져 왔으며,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형 연구소를 잘 운영하면서 대학과 협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서울공대가 국가발전에 기여할 새로운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까지 7년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478건의 기술의뢰를 받아 컨설팅하고, 그중 215건의 산학협력 과제 수행이라는 성공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개선점들도 발견되었다. 대학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전문가 매칭 과정의 어려움, 협력 결과의 현장 적용의 어려움 등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아래에 언급한 3가지 측면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중소기업과 기술 스타트업의 차이점 (산학협력 관점에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산학협력 관점에서 전통적인 일반 중소기업과 기술 스타트업의 차이점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의 종류이다.

대학은 첨단 기술과 주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일반 중소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상업화 양산기술은 오히려 대학이 아닌 산업계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회사들과는 대학과 산학협력을 진행하기보다는 기술상담을 통해서 어떤 기술을 활용하면 좋은지를 자문해 주는 것으로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었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의 수요 공급 관계에서 볼 때 현재 공과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최신 첨단 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에서 지불할 수 있는 산학협력 자금 마련이다.

스타트업은 투자유치를 통해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에 일반 중소기업은 투자유치가 어려우므로, 영업이익금이나 대출금으로 산학협력을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어렵게 벌어들인 돈이나 빌린 돈으로 산학협력을 과감히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고급 기술인력의 차이이다.

일반 중소기업은 고급 기술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대기업에 비하여 열악한 급여와 복지 및 직업 안정성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고급기술 인력들이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하여, 스타트업은 고급 기술인력이 직접 창업하기 때문에 창업 초기의 열악한 근무 조건에도 불구하고, 고급 기술인력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업하는 경우들이 많고 함께 동업자로 창업에 참여한 우수한 팀원들도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은 일반 중소기업에 비하여 최신 첨단 기술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기술창업지원 강화를 통한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


향후 공대의 중소기업 산학협력 활성화는 기술창업지원 활성화 활동과 연계하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술 스타트업들은 대학에서 연구 중인 고급 공학기술을 받아들여서 사업화를 하기에 적합한 “기술인력”과 “R&D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캠퍼스 창업 활성화를 통해서, 많은 고급 인력(교수, 대학원생, 학부생, 졸업생 등)이 기술창업에 도전하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BM)을 통해 초기 벤처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잘 만들어진 우수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진행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기술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이나 대기업 연구소에 비하여 기술인력의 숫자도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최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 서울공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연구실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공학 신기술을 연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이 기술을 받아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우수한 제품개발에 활용한다면, 대한민국의 기술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2019년부터 서울공대가 발굴하여 육성한 대표적인 초기 스타트업들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들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창업지원시스템을 통하여 창업하고, 사업 자금 조달에 성공(정부지원사업 및 벤처투자유치)하고, 관련 분야 교수님 연구실과 산학협력 계약을 통해 협력하여 성장하는 성공적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림1. 기술창업-산학협력 기본 모델
그림2. 기술창업-산학협력 시너지 모델
(그림1)은 기술 스타트업 산학협력 모델의 가장 기본적인 유형을 보여준다. 공대에서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관련 공학기술 전문 교수님과 연구실을 매칭하여 산학협력을 진행하는 형태이다

이에 반하여 (그림2)는 기본 모델에 비하여 2가지 중요한 요소가 추가된 시너지 모델이다. 공대가 외부 투자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벤처펀드를 만들어서 직접 투자를 하고, 이와 더불어 서울공대 교수 및 대학원생이 산학협력뿐 아니라 스타트업 구성원으로 적극 참여하는 모델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시너지 모델이 공대의 새로운 산학협력의 방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는 대학 고급 기술인력의 스타트업 창업 참여, 전문 벤처투자 자금의 투자 유치, 산학협력의 3개 사이클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새로운 구조의 산학협력 구조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 이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