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만나고 싶었습니다
Home인물/정보/컬럼 > 만나고 싶었습니다

아주대학교 최기주 총장


Q1. 안녕하십니까? 서울공대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아주대학교 총장 최기주입니다. 1980년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해 토목공학과 도시공학전공 학사, 1986년에 교통공학 석사까지 마쳤습니다. 이후 석사장교를 거쳐 1988년 도미하였고, 1992년에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에서 박사학위(교통계획)를 취득하였습니다. 1992년 귀국 후, 서울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 책임연구원으로 약 2년 근무하였고, 1994년부터 아주대 공과대학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2010년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 ERC 센터장을 7년 수행하고, 2017년부터 2년간 대한교통학회장을 수행하였으며, 2019년부터 2년 반 정도 초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지난해 2월에 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Q2. 학생으로서 본 서울대와 교수님들은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쓰라린 추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입학 후 1980년은 그야말로 대학이 아니었습니다. 최루탄과 교내에서도 학생이 연행되는 그러한 끔찍한 시절이었고, 제대로 공부가 되질 않았습니다. 휴교가 되고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더구나 황정하처럼 같은 과 친구들이 민주화운동을 하다 안타깝게 사망하였고, 군대에 끌려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용기의 부재와 함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까지 일말의 부채의식을 달고 사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점을 고백하게 됩니다.

한 2년을 그렇게 보내던 중, 공대 내에서 작은 것을 다루는 학문분야보다 다소 커다란 대상을 다루는 건축, 토목, 도시, 교통 등등에 관심이 발동했습니다. 그 중 교통공학이란 학문이 저를 공부로 다시 회귀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강의를 해주신 박창호 교수님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유체역학도 재미가 있었는데 결국은 따스하게 해주신 박창호 교수님 연구실로 석사과정 진학을 하게 되어 본격적인 교통 분야의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사회의 불안은 계속되었고, 여러가지 생각에 번뇌하면서 관악에서의 6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사실 도시공학이란 학문이 그 역사가 일진하여 우리는 일본 동경대의 도시공학과 미국의 토목공학의 중간정도 혼합을 가지고 학과가 형성되었다고 보는게 맞는데, 저는 2학년까지 거의 토목공학의 역학 중심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2학년 때 구조, 토질 등의 과목보다는 편종근 명지대 교수님이 오셔서 강의한 유체역학에 재미를 붙였고, 3학년에 올라가면서 교통공학이란 학문을 처음 접하면서 인생이 그리로 가게 되었습니다. 유체와 교통은 흐름현상으로 연속방정식의 구조와 같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면 결국 좋아하는 학문분야를 대학 3학년 때 제 스스로 결정한 셈입니다. 그로 인해, 동기들과는 다른 시간대의 수업을 듣게 되었고, 스스로 융합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연대 통계학과 경제학과의 수리경제학, 산업공학 등등을 수학하면서 교통이란 학문에 더욱 빠져들었습니다. 박창호 교수님도 통계학을 많이 배우신 분으로 비행장공학으로 텍사스대학에서 박사를 받으셨는데, 통계와 대기이론이 중심을 이룬 논문이었습니다. 약주를 좋아하신 도시계획의 윤정섭 교수님, 색시 같으셨던 도시설계의 주종원 교수님, 측량의 안철호 교수님, 환경의 박중현 교수님과 정태학 교수님의 모든 수업이 새로운 것들이었습니다. 재미있었고 열심히도 했습니다. 수학여행도 있었고, 교수님들과 함께했던 졸업 사은회를 강남의 영동호텔이란 곳에서 했었습니다. 고인이 되신 교수님들께 다시 한 번 은사님이 계시었기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교수님들 덕분에 교수의 길을 걷게 되었고, 교수가 된 후에는 저도 과거 저의 교수님들의 훌륭한 점을 실천하고 있는지, 과연 학생들에게는 좋은 교수인지, 교수님들과 점철된 추억에 비추어 늘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Q3.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융합인재 육성을 강조해 오셨는데 서울공대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지나고 나니 정말이지 데모하는 용기, 공부를 더 크게 해보려는 용기 모두 부족한 자신이었던 같습니다. 저의 책임과 교수님들의 적극적 충고가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서울공대생들은 다르게 교육받고 더 크게 생각해야 합니다. 크게 생각한다는 것은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입지와 할 것들을 설정하여야 한다는 뜻이며, 다르게 교육받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여 융합하고 사고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방향, 이수과목, 이수패턴 등등이 모두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1학년부터 전공도 맛보고, 인문사회적 소양도 겸하면서, 경영학적 사고의 틀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융합은 과거의 소극적 엔지니어에서 미래의 적극적 Techbiz 기반의 엔지니어로 자랄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을 제시할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함은 물론 기존의 것들을 연결하는 지성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Connect the dots에 해당하기도 하지요.

2023학년도 1학기 전체교수 워크숍 발표


이러한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글로벌을 담보하는 데에는 외국어와 체력이 기본입니다. 이런 점에서 아주대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교환학생 제도입니다. 2주 유료교육, 1달, 2달 반, 1학기 또는 1년 교환학생, 2년+2년으로 양쪽의 학교에서 모두 학사학위 취득, 3년+2년으로 아주대 학사 및 자매교 석사취득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주대도 그렇습니다만, 서울대는 하버드대 등 해외 유수 대학과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해 학생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쌓는 기회를 꼭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세계 속의 본인의 위치를 매일 확인하고, 할 일을 점검하는 루틴을 확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를테면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한다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어떤 모습인지 찾아가보고, 더 적극적이라면 실무자와 대화해보며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기 바랍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섭렵함은 물론 종이신문과 종이책을 읽는 습관도 버리지 말고 길렀으면 합니다. 저도 물론 공대생이었습니다만 나름의 인문사회적 소양 및 외국어 능력은 저의 성공을 담보하는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 믿었던 SSCI저널 창간 [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Transportation] 및 에디터 역할의 수행은 저의 다방면적인 개척정신의 결과라고 봅니다. 대한교통학회의 영문저널지는 지금도 세계적인 저널이고 2007년부터 SSCI로서 한국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저널이 되었습니다. 에디터로서 제가 여러가지 모험과 실험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고요. 예를 들면 금년 6월 중국 시안에서 한중 젊은 학자들 50여명이 모여서 발표를 하고 그곳에서 잘된 20여편을 추려서 Special Issue로 발간하는 것이나, 2018년에도 이러한 한중행사를 만들어 그때에도 심사 및 편집을 거쳐서 특별호 special issue를 냈던 일들 말이죠. 이러한 모든 것은 ‘생각하면 절반은 이루어진다’라는 적극성 및 외국어와 교섭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일들을 밤낮으로 할 수 있는 체력도 물론 필요하고요. 변화무쌍한 시대를 사는 여러분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세상사에 밝아야 합니다. 우리 서울공대 학생들은 핸드폰 속 세상에 갇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일상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남과 교류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를 기원합니다.
미국 미시건대 방문
Q.4 아주대학교 개교 50주년을 앞두고 계신데 남은 임기 간 목표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작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남은 임기가 절반보다 훨씬 많습니다. 아직은 평판도 등 여러가지 면에서 서울대보다 열세더라도, 작지만 강한 아주대학교를 만들고 아주대학이 세계 유수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현 위치를 발전 및 견인하고, 더 많은 세계 유수 대학과 교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주대에 더 좋은 교수진과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함이죠. 우리 아주대 학생들은 대학 시절 반드시 특별한 교육 [전공, 인성교육, 체육교육, 외국어교육 등등]을 받으며, 아주혁신 ai(ajou innovation)을 통해 아주정신이 깃든 졸업생으로 재탄생 될 것입니다. 세계 속의 아주대가 아닌, 아주대가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주역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생중심, 학생성공의 대학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수요자는 학생입니다. 대학의 중심도 크게는 학생이어야 합니다. 수요자들에게 저희가 최선을 다할 때, 대학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연구도 중요합니다. 연구는 결국 교육으로 이어져 더 훌륭한 연구자는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잘 가르치고 학생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하며 더욱더 건강하게 캠퍼스 생활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총장이 되고나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추진한 일이 학생 휴게 공간 조성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로 학교 본관인 율곡관에 혁신공유라운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학생들을 만나 소통하는 총장공감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지요. 제가 교통을 전공한 만큼, 어떡하면 더 효율적으로 캠퍼스 동선을 개선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F45 운동과 친구를 사귀면서 운동도 하는 프로그램 등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주의 지난 50년을 바탕으로 미래 50년 후의 100년 아주를 생각하면서 아주를 World Class University로 자리매김하는데 초석이 되는 여러가지 사업을 시작하고 그러한 문화를 창달하여 임기 내의 급박하고 초조한 성취욕구 대신에 아주의 도도한 문화를 확립하고, 구성원 모두가 협업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도모하는 것이 저의 총장으로서의 목표입니다.

아주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주간 행사 프로그램
Q5. 꾸준히 기부를 해오시고 교내에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 기부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부에 힘을 쓰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기부라는 행위는 무엇이 남아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TV를 보면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 생명이 영상으로 들어오고,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면 유니세프가 있어 모금을 하지요. 한 달 3만 원 정도의 작은 나눔은 지구를 살아가는 저 하나와 타인의 엮임으로부터 오는 작은 의무에서 시작을 한다고 봅니다. 과거 20여 년 넘게 이같은 작은 기부를 매년 5군데 정도 꾸준히 하였습니다. 한 10년 전부터는 아주대에 1년에 제가 받는 봉급의 10% 정도는 기부하자는 취지로 매해 조금씩 꾸준히 하였습니다. 누적 1억을 작년에 돌파하였고 기부하는 재미는 기부하는 자만이 알 수 있는 것 같다는 진리도(?) 얻었습니다. 금년에 수상을 개시하였고, 향후에도 작지만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계속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총장으로서 솔선수범도 필요하니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교인 서울대에는 사실 너무 많은 분들이 기부해주셔서 놀랍기도 한데, 저는 오히려 모교에는 잘 못한 거 같습니다. (웃음)

아주대학교 개교 50주년 기금 기부 및 'ai 융복합 장학기금' 조성으로 누적 기부액 1억 돌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외국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습니다. 작은 도시에 입지한 미국의 대학은 그 고장의 주민들이 생을 마칠 때 기부를 많이 하기도 하고 졸업생들도 많은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이것은 확대된다고 봅니다. 기부는 곧 학교와 학생에 대한 투자입니다. 여기에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우러진다면 그 의미는 더욱 빛날 것입니다. 저는 총장으로 취임한 후 ‘총장이 간다’ 프로그램을 통해 매월 2~3차례 동문기업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동문기업을 격려하고 아주대학교의 한 가족임을 서로 얘기하면서 기부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대학성장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게는 한 번에 1억 원에서 적게는 1천만 원 등 다양한 금액의 기부금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동문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회에 기부 문화가 정착할수록 그 사회는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동문기업을 방문하는 ‘총장이 뛴다’ 프로그램
Q6. 마지막으로 서울공대 동문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얼마 전 일요일에 혼자서 서울공대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제 양적으로 서울공대는 전 세계의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사실 저희가 공대에 입학할 무렵은 예비고사와 본고사가 있었던 시절인데, 전체적으로 의대, 자연대, 공대 등의 수준이 비슷하였고, 우수한 공학도가 필요한 시절이었습니다. 서울공대는 지금까지 보면 섬유공학, 화학공학 등 우수학생을 모집하던 초기 전성시대, 그리고 삼성전자, 현대차 및 우주항공분야 성공에 밑거름이 된 전자공학, 기계공학, 항공공학과 중동의 건설붐과 국내 신도시 발전에 기여한 토목공학 및 도시공학의 역할 완수, 물, 대기 및 쓰레기 처리공학으로서의 건설환경공학, 최근의 조선업 활황과 조선공학, 원자핵공학과의 역할, 광산공학과 자원공학에서 에너지로 이어지는 변혁, 신소재공학의 성장 등을 보면 서울공대는 사회발전에 어느 하나 기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현재의 문제는 공학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고 의학과 공학의 급여 및 사회적대우의 격차에 따른 의대 편중현상과 이로 인해 공학도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점은 공과대학의 모든 분들이 함께 노력하여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마케팅이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공학인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와 AI 등의 기반으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될 것이고 현재 학문체계의 융합 및 재설정도 필요합니다.

서울공대 동문들은 제가 총장이 되기까지 참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금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우리 동문들 덕분에 제가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저와 옷깃이 닿았던 모든 서울공대 동문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서울공대가 세계의 무대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가족 송년의밤에서 아주가족들과의 기념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