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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민 팀장
현대자동차 기초소재연구센터 전산재료과학연구팀


경우민 팀장
현대자동차 기초소재연구센터 전산재료과학연구팀


양자컴퓨터에 대한 오해



그림 1.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 콜로서스 (Colossus)1)

그림에서 보는 장면은 무엇일까요? 여성 두 분이 어떤 기계와 같이 있는 장면으로, 왼쪽 여성 분은 기계를 조작하고 있고, 오른쪽 여성 분이 실패와 같은 것을 이용해서 실이나 테이프를 감으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장면은 콜로서스(Colossus)라고 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전자 디지털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으로, 콜로서스는 1943년에 영국에서 개발되어 세계2차대전 중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림 2. IBM 왓슨 연구소 초전도체 양자컴퓨터 (IBM Q-system1)2)

그럼, 다음 사진은 어떤 장면일까요? 최근에 촬영된 사진으로 보이지만, 두 여성 분이 매우 복잡한 기계를 조작하고 있는 장면이 콜로서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비슷할 뿐 아니라, 실제로 이 장치는 IBM의 왓슨 연구소에서 개발한 초전도방식 양자컴퓨터로, 약 80여년의 시차를 두고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두 여성 연구자 분들이 서로 교류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IBM 왓슨연구소 사진에서 왼쪽에 앉아 계신 분은 한국인이신 백한희 박사님으로,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하는 데 크게 공헌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들어 양자컴퓨터는 전 산업군에서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양자 하드웨어 개발 글로벌 플레이어인 IBM이나 구글, 또는 IonQ와 같은 스타트업이 초전도체 및 이온트랩 기반의 양자 하드웨어를 공개했으며, 약 5년 이내에 고전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양자컴퓨터를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림 3은 IonQ에서 2020년 말에 발표한 하드웨어 개발 로드맵으로, IonQ는 2025년경 개발될 양자컴퓨터로는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시점까지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들의 개발 로드맵은 각 마일스톤에서 제시한 목표들을 순조롭게 달성하고 있습니다.
그림 3. IonQ 하드웨어 개발 로드맵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은 양자컴퓨터의 실용화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을 흔히 하십니다.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고전컴퓨터와 같이 상용화 되면, 그때 양자컴퓨터를 구입하거나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우리가 가진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풀면 되는 것 아닌가요?’ ‘양자 우위를 달성하게 되면 더 이상 고전 컴퓨터는 필요 없게 되는 것 아닌가요?’ 아마도 양자컴퓨터의 기본이 되는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어렵고, 또한, 양자컴퓨터가 기술적으로 정책적으로 큰 이슈가 되다 보니, 생기는 오해가 많습니다.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이용하여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산업계의 연구자로부터 양자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런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어볼 수 있겠죠?
그림 4. 양자 시뮬레이터(KIST)4)

양자컴퓨터가 받는 오해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서 나타납니다. 첫번째는 바로 양자’컴퓨터’라는 이름 때문이죠.

그럼, 양자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닌가요?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 알고리즘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컴퓨터 아닌가요? 맞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컴퓨터가 맞고, 위의 정의와 같이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컴퓨터가 맞습니다.
즉, ‘양자’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만 정확하고 빠르게 풀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하지 않고 고전 알고리즘으로 쉽고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좋은 성능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양자컴퓨터 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1+1’도 제대로 풀 수 없는 컴퓨터라고 비난을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1+1’과 같은 연산을 빠르게 하는 컴퓨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을 이용해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계산 화학, 대량의 정보를 이용한 최적화 등, 이미 수십년 전부터 양자 물리학자와 양자 화학자들이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정확하게 풀 수 있음을 밝혀낸 문제를 풀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입니다. 그러니까, 그 동안은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풀이가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알고리즘을 실제로 구현하는 장치가 없어서 문제를 풀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은 양자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이전에, 특정 알고리즘을 잘 풀어낼 수 있는 양자 시뮬레이터4)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IBM, 구글, IonQ와 같은 양자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범용 양자컴퓨터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여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아직 ‘완벽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양자역학의 독특한 성질인 중첩(Superposition), 얽힘(Entanglement), 간섭(Interference)을 이용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특정 알고리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자컴퓨터는 중첩, 얽힘, 간섭을 완벽하게 구현해서 정보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어느 양자컴퓨터 업체도 양자 정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하드웨어를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99% 안팎의 정확성(fidelity)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IonQ에서 Microsoft Azure를 통해 제공되는 IonQ Harmony의 경우 Single qubit gate fidelity는 99.35%라고 소개되었습니다.5) 여기서 게이트라는 것은 양자컴퓨터에서 정보가 처리되기 위해 통과하는 과정으로, 양자 알고리즘은 게이트를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구성된 회로(circuit)를 통해 구현되게 됩니다. 99.35%라면 꽤 높은 정확성이라 할 수 있지만, 양자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gate를 통과하면서 99.35%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하면, 싱글 게이트를 100번 정도만 통과할 때 정확도는 약 52%로 떨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문제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통과해야 하는 게이트가 많아지기 때문에, 양자 정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게이트가 없다면, 양자 컴퓨터가 풀 수 있는 문제는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흔히들 ‘Toy problem’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실제 공학적 의미가 있는 문제가 아닌,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같은 수준의 문제이죠. 따라서, 양자컴퓨터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분들은, 현재 산업계에서 해결하기를 요구하는 수준의 문제와는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하십니다. 예를 들면, 차세대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의 특성을 고전 컴퓨터를 이용한 계산 화학으로 예측하고 설계할 경우, 보통 원자수 500개 안팎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계산 화학의 경우, 가장 최근에 발표된 양자 알고리즘으로 리튬 산화물과 같이 원자 수 3~4개 정도 되는 단일 분자에 대한 바닥 상태 에너지(Ground state energy)를 예측하는 정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를 극복하고, 양자컴퓨터를 꼭 필요한 분야에 제대로 활용한다면, 양자컴퓨터는 전 산업 분야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적으로 의미가 없는 장난감과 같은 작은 문제를 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 수 있지만, 낮은 수준의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것은 곧 고전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여러 가지 가정과 실험적 경험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양자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제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 로드맵에 맞춰 양자 알고리즘의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양자 알고리즘이 필요한 영역에서 양자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우리에게 다가올 양자 시대에 대한 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43년에 개발된 콜로서스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외형도 다르고, 성능이 보잘 것 없지만, 1943년에 암호 해독 문제를 풀기 위해 콜로서스에 대해 연구하고 활용하지 않았다면, 우리 생활과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컴퓨터가 있을 수 있었을까요?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보잘것없고, 실제 활용하기에도 제한점이 많지만, 이를 극복하고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한다면, 분명 빠른 시간 내에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는 기술과 인프라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컴퓨터에 대해 배워보고 싶으신 분들께는, 아래 강의와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김태현 교수님께서 공개하신 ‘양자 컴퓨팅 및 정보의 기초’, SNU eTL는 양자컴퓨팅과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과 실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서울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 링크는 Qiskit이라고 하는 양자컴퓨팅을 위해 필요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에서 제공하는 양자 알고리즘 강의 자료입니다. 우리가 양자 알고리즘을 배울 때 흔히 예제로 이용하는, 관찰하지 않고 결과를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Mine sweeper라고 하는 간단한 사례로 설명하고, 또한 코딩을 실제로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유튜브채널 : Quantum Minesweeper: How to See a Bomb Without Looking - YouTube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컴퓨팅,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자연계는 양자 역학을 따라 거동하기 때문에(Richard Feynman, “Nature isn't classical, dammit, and if you want to make a simulation of nature, you'd better make it quantum mechanical, and by golly it's a wonderful problem, because it doesn't look so easy.” 1981), 우리의 삶을 기술하기 위해 필수적인 양자 알고리즘을 배워보는 것은 공학도로서는 무척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Colossus computer - Wikipedia
[2] 엉뚱한 아이디어로 양자컴퓨터 상용화…한국인 연구업적 공인 | 연합뉴스 (yna.co.kr)
[3] Scaling IonQ's Quantum Computers: The Roadmap
[4] 양자시뮬레이터 설명 듣는 임혜숙 과기부 장관 | 연합뉴스 (yna.co.kr)
[5] IonQ quantum computing provider for Azure Quantum - Azure Quantum | Microsoft Do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