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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상
재료공학부 교수


도준상
재료공학부 교수


코로나19와 면역


요새 ‘면역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하는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면역에 대해 연구하는 입장에서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감이 오지는 않지만, 전 국민이 <면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SARS-CoV-2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2)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하여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SARS-CoV-2 감염자가 무증상 혹은 경증이지만 일부 중증으로 가는 경우는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치명률(fatality rate), 즉 총 SARS-CoV-2 바이러스 감염자 중 사망한 환자의 백분율, 의 예측이 어려운 것은 상당수의 감염자가 무증상이나 경증이라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감염자를 추적하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통계가 2% 정도의 치명률을 보이니 실재 치명률은 1% 이내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질병인 사스가 10% 정도, 메르스가 30% 정도의 치명률이며, 계절 독감의 일반적인 치명률이 0.1% 정도이다. 치명률만 놓고 보면 그렇게 위험한 질병은 아니지만, 문제는 전염력이 높다는 것이다. 방심하면 빠르게 퍼지며, 환자의 입원기간이 길기 때문에 병원의 중환자실이 넘치면서 의료시스템이 마비된다. 더불어, 전염에 대한 두려움은 사회를 마비시킨다.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 뛰어난 치료 효능을 보이는 치료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이 완치가 되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재로 감염자의 무증상/경증/중증을 가르는 것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다.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날 경우 중증으로 가지 않는다 (그림 1).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단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증식하며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은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바이러스가 감소하면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도 따라서 감소한다.

그림 1 코로나19 비중증 감염자의 바이러스와 면역의 시간에 대한 변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중증은 면역 결핍이 아닌 과한 면역 반응으로 유발된다. 중증의 경우 과한 면역 반응으로 폐를 포함한 다양한 장기가 손상되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러한 중증이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증식하면서 과잉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바이러스는 제거되었으나 면역 반응이 제어되지 않고 폭주하여 나타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전자의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데이터가 최근에 나오고 있다.) 그렇기에 덱사메타손과 같은 면역억제제가 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면역억제제는 항 바이러스 면역을 떨어뜨리고 세균 감염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림 2 코로나19 중증 감염자의 바이러스와 면역의 시간에 대한 변화
바이러스 특이적 면역 반응을 조금 더 세분화하면, B세포에 의한 항체 반응과 T세포에 의한 세포 매개 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B세포가 분비하는 항체는 세포 밖에 있는 바이러스에 붙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죽인다.

혈액 내 존재하는 항체는 상대적으로 쉽게 검출할 수 있으며, 특정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붙는 항체를 가졌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의미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질병 확산 초기에는 항체 검출을 진단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항체 검출을 통한 진단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하는 바이러스의 RNA를 검출하는 RT-PCR 방법에 비해 검출 민감도가 떨어지고 감염 후 항체가 생성되는데 까지 며칠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조기진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한계점을 가진다. 그렇지만, 임신진단키트와 같이 빠르고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어서 감염이 통제가 잘 안 되거나 고가의 장비를 가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항체 생성이 항상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항체가 바이러스에 붙는 위치에 따라 특정 바이러스의 확산을 저해할 수도 촉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림 3).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데 핵심적인 부위에 부착하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주는 항체를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라고 하고, 이러한 기능이 없는 항체를 비중화항체(non-neutralizing antibody)라고 한다. 비중화항체는 단순히 효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항체가 부착된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대식세포(macrophage) 등에 바이러스가 들어가 증식하도록 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항체의존강화(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라고 한다. ADE는 뎅기 바이러스나 지카 바이러스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현상인데, 백신 개발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ADE를 일으키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앞으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그림 3 중화항체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 저해 및 비중화항체에 의한 ADE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더라도 항체가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B세포 중 일부는 기억세포로 분화하여 항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이러한 현상을 면역 기억(immunological memory)이라고 한다. 면역 기억이 있으므로 우리 면역 시스템은 동일한 병원체로부터 재감염 될 경우 훨씬 더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림 4). 만약 장기 면역 기억이 형성된다면 한 번 감염된 사람은 한동안은 감염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면역 기억이 짧게 형성되거나 형성되지 않는다면 감염되어 치유된 사람도 몇 달 후에 재감염이 될 수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 장기 면역 기억을 형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림 4 면역 기억
그러므로, 중화항체가 생성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체 생성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도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에서 항체 유지 기간은 길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자에서 항체의 양이 몇 개월 이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수 십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이므로 좀 더 큰 규모의 체계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요즈음 세계 곳곳에서 무작위로 항체검사를 수행한 결과를 뉴스에서 종종 보는데, 대부분의 경우 기대보다 항체 보유율이 낮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으로 생성된 항체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여서 일 수 있다. 항체 보유율이 중요한 이유는 60~70% 정도의 사람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억을 가지고 있을 때 집단 면역(herd immunity)에 도달하여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항체가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의 전부라면 참 절망스러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고 전체적인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T세포가 있다. B세포에 의한 항체 반응에 비해 T세포에 의한 면역 반응에 대한 연구가 더딘 이유는 혈액 내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T세포를 찾아내는 것이 항체를 검출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과학자들은 T세포 면역 반응을 규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약을 많이 개발하였고, 최근 한 달간 항 바이러스 T세포 면역 반응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은 회복 후 항체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상당 수의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T세포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T세포의 항 바이러스 면역 반응에 대한 연구 결과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하여 어떤 종류의 면역 반응이 중요한 것인가를 규명하는 것은 기초 연구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백신 개발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백신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면역 반응 지표가 감염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Correlates of Protection, CoP)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 5 백신의 요구 조건
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백신이다. 그런데, 백신 개발에는 통상 5~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이러한 백신 개발을 1년 내외로 당기기 위하여 많은 연구 기관과 회사가 전 세계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활발하게 임상 시험이 진행중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연초 즈음이면 몇몇 회사가 임상 3상을 마칠 것으로 기대한다.

New York Times Corona vaccine tracker (바로가기)에 들어가면 들어가면 백신 개발 과정과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백신 개발은 크게 전임상-임상 1, 2, 3상으로 이루어진다. 전임상 과정에서는 동물 모델에서 백신의 효능을 검증하는 것이며, 임상 1상은 작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투여 용량의 적정성을 주로 본다. 임상 2상은 수 백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효능을 보기 시작하며 임상 3상은 수 천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백신이 사람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일반인에게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

백신에 필요한 많은 요건 중 몇가지 핵심적인 요소만을 추리면 그림 5와 같다. 우선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강한 면역 반응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투여 용량의 조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백신이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성공하였다. 이 부분은 뒤의 문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쉽다. 다음으로 보호면역을 형성하여야 한다. 즉,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감염되었을 때 증상이 약하고 빨리 호전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human challenge라고 한다. 이 방법은 직접적으로 백신의 효능을 볼 수 있지만, 정상인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증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 감염이 만연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일부는 백신을 일부는 위약을 접종하고 나중에 감염된 정도를 분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통계분석에 민감하고 직접적으로 백신 효능을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세번째로,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 기억이 얼마나 오래 가는가도 중요하다. 만약 면역 기억이 1년 정도 간다면 매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할 만하다. 그렇지만 면역 기억이 1~2개월밖에 가지 않는다면 백신 접종이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네번째로, 안전성의 문제가 있다.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정상인이 맞는 것이다. 정상인이 예방을 위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무릅쓰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하여 공대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간략히 서술하도록 하겠다. 공학은 과학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과학을 가능하도록 하는 학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한 우리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면 궁극적으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공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자 공학 기술과 바이오 센서 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감염자 추적에는 이미 다양한 IT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인권과 사생활 침해 논란을 해결하는 것도 공학의 역할이 될 것이다. 치료제 개발에 있어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적절한 동물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장기 및 조직을 모사하는 organ on a chip 기술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개발중인 백신의 효능이 기대보다 높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보다 정교하게 백신 물질을 전달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이 효능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백신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면역 시스템은 바이러스 감염 뿐만 아니라 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천식 등 다양한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 시스템을 정교하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앞으로 공학의 중요한 한 분야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