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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컬럼
아마추어의 명반 사냥 이야기 마흔 네번째: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시간을 훔친 자들
“Omega : Time Robber”
LP (Bellaphon, 음반번호 : BLPS 19233)
오메가(Omega)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헝가리를 대표하는 밴드다. 1962년 부다페스트에서 결성하였고 이후 헝가리어, 영어로 20개가 넘는 앨범을 발표하였다. 결성 이후 수차례 멤버 교체를 겪으며 진통을 겪었지만,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1968년에는 영국 투어를 하게 되고 영국의 메이저 음반회사인 데카(Decca)와 계약, 〈Omega Red Star - From Hungary〉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이듬해에는 그들의 곡 "Gyöngyhajú lány (The Girl with Pearls in Her Hair)“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명성을 널리 떨친다. 이 곡은 훗날 ”Still Loving You“, ”Wind of Change“ 등의 곡으로 유명한 독일의 록밴드 스콜피온스(Scorpions)가 ”White Dove“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오메가는 1972년 그들의 4집
〈200 évvel Az Utolsó Háború Után (200 Years After the Last War)〉가 금지앨범이 되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헝가리의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록 음악은 체제전복의 위험성이 있어 주시의 대상이었다. 오메가는 앨범 발매가 어려워지자 관중의 환호와 박수 소리를 임의로 집어넣어 일부 곡을 가짜 라이브 레코딩으로 바꾸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싸구려 장비로 재녹음하여 〈Elö Omega〉란 앨범으로 발매한다. 그리고 2년 후, 그들이 자주 투어 공연을 가던 독일에서 〈200 Years After the Last War〉로 원 앨범의 제목을 바꾸어 앨범을 발매한다. 조국 헝가리에서는 1998년이 되어서야 원래 앨범이 CD로 발매할 수 있었다.
오메가는 1976년 본 앨범 〈Time Robber〉를 발매함으로써 본격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스페이스 록 밴드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앨범에서 연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오르간 솔로가 대대적으로 증강되었으며,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우주소리’들이 곡 중간중간에 나타난다.
〈Time Robber〉 앨범은 대곡 “House of Card Part I, II”를 필두로 하여, “Late Night Show”가 앨범의 백미로서 대단원을 장식하는데, 이 두 곡은 1982년부터 84년까지 방송되었던 성시완 씨 진행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서 선정했던 아트록 200곡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Late Night Show”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도의 서정미로 무장한 기타 멜로디는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아 메아리친다. 오메가는 이 앨범을 독일에서 먼저 발매하고 이듬해 헝가리어 제목, 〈Omega 7: Időrabló〉로 바꾸어 헝가리에서 발매한다. (음반사 : Pepita, 음반번호 : SLPX 17523)
필자는 “Late Night Show”를 처음 듣고 난 후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독일에서 발매된 초판 LP를 사기로 결심했었다. 다행히 음반 가격이 높지 않아 상태가 아주 좋은 LP를 해외사이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후 헝가리에서 발매된 밴드 싸인반 초판 LP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해외에서 구매하였다.
오메가는 그들의 대표적 명반이 된 〈Time Robber〉에 이어 〈Skyrover〉등 또 다른 명반들을 남기고, 80년대에 들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지만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끝으로 해산하고 만다. 그러나 90년대에 그들의 음반이 CD로 재발매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자 밴드를 재결성하여 부활을 알린다. 이후 계속해서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2020년 키보디스트 László Benkő, 베이시스트 Tamás Mihály가 나란히 타계하고, 밴드의 리더였던 보컬 János Kóbor마저 2021년에 코로나로 타계함으로써 공식 해산하기에 이르렀다.
COVID-19 팬데믹은 수년 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했다. 이제 오메가는 화려했던 Late Night Show를 마친 채 무대를 내려오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음악은 시간을 훔쳐 아름다운 멜로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림〉
1976년 〈Time Robber〉 발매 당시 오메가 라인업
(좌로부터 Ferenc Debreczeni, János Kóbor, László Benkő, Tamás Mihály, György Molnár)
https://en.wikipedia.org/wiki/Omega_(band)#/media/File:Omega_egy%C3%BCttes_fortepan_88423.jpg
〈그림〉
헝가리에서 1977년 헝가리어로 발매된 〈Time Robber〉 앨범, 〈Omega 7: Időrabl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