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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향한 도약"
선순환 기반 기술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서울공대의 노력

기고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연구원 김장길 교수
김장길 교수 증명사진
김장길 교수

기술 창업이 주도하는 현대사회의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현대사회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산업 구조와 사회 시스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우리의 생활 방식, 업무 수행 방법, 그리고 경제적 활동의 패러다임까지 재편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빅데이터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물인터넷이 일상의 편리함을 증진하고, 로봇 기술이 제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기존에 SF소설 혹은 영화에서나 상상하던 모습이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의 도입은 다양한 측면에서 현대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기술 진보가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술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 창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하여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전환함으로써 사회와 경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이는 단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넘어, 신산업의 창출, 새로운 고용 기회의 제공,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기술 창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난제의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후변화, 공공보건, 교육의 질 개선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 창업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기반 기술 창업의 중요성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정부는 기술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4년 정부는 3조 7,121억 원 규모의 창업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창업 진흥 특구 운영, 창업 융자 및 창업 보증 프로그램, 창업 공간 지원, 창업 교육 및 컨설팅, 창업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기술 창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통해 10대 분야에서 혁신 기술 및 글로벌 진출 역량을 보유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1,030.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팁스(TIPS) 프로그램은 민간 엔젤 투자와 정부의 R&D 지원을 결합하여 창업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수년간 11,443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IPO 6개사, M&A 34개사 등의 성공 사례를 낸 바 있다. 창업 성장 기술 개발 사업은 창업 7년 이하, 매출액 2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R&D 지원을 제공하며, 2024년에는 3,585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통해 정부는 기술 창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경제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유관 기관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기술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 중이다.

그러나 단순히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기술 창업이 쉽게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기술 창업의 성공은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며, 이러한 기술을 상업화하여 시장에 내보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 자원, 그리고 연구 개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 기업이 이런 역량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 기반의 기술 창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학에서는 학문적 탐구와 연구를 통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는 기술을 확보해왔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연구 성과는 사업화를 통해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대학 기반의 기술 창업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학 기술 창업 지원 시스템의 당면 과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2017년부터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기술 창업 지원을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 700명 이상의 기술 창업가를 발굴 및 육성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자를 포함한 서울공대 창업 지원 운영진이 깨달은 것은, 대학이라는 틀 안에서 혁신 기술 창업가를 양성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 창업의 성공은 단순히 고도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당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의 기술 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 지원 체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연구 개발에 필요한 자원과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창업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함으로써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대학이 보유한 혁신 기술이 실제 사업으로 구현되어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각국 대학들은 기술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시행해왔으며, 실제로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성공적인 테크 스타트업을 배출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시작한 창업팀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는 대학의 지원 역량 한계와 창업팀이 본격적인 사업 성장을 시도하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도전에 기인한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런 비영리 기관은 특성상 영리적인 목표를 가진 기업을 육성하는 데 결국 태생적 한계를 노출하게 된다. 대학은 전문 교육 기관으로서 스타트업이 성장할 안정적인 창업 보육 환경을 구축할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대학 교육과 지원을 받아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진출한 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 기술 창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금전적 지원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 대가로 대학에 요구하는 성과 지표들이 스타트업의 실질적 성장과는 관련이 적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자금 조달과 성장을 지원하고자 하는 엑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들과의 연결 노력이 있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상생 가능한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대학 창업 지원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쪽에서는 자금 지원과 함께 겉보기에 좋은 성과를 요구하며, 다른 쪽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성과 지향적인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대학 스스로 자립적인 창업 보육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대표들이 스스로 창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며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순환 기반 기술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서울공대의 노력

지난 몇 년 동안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술 창업 지원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혁신과 도전의 길을 걸어왔다. 단순히 창업 기업에 대한 초기 지원을 넘어, 자율적으로 발전하고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가진 기술 창업 생태계의 조성에 집중해왔다. 외부의 일시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관료적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창업자들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서울공대 내에서만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창업 생태계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윈-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혁신 기술 창업가들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학내 연구와 기술 혁신이 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견인하고 있다.

먼저, 자금 조달 측면에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발전 기금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해동과학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SNU해동주니어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수의 혁신 기술 창업 인재를 양성하고, (주)동서의 후원을 받아 SNU동서프로듀스34와 같은 투자 유치 집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정기적인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여 서울대 내 창업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성장할 환경을 조성했다.

SNU해동주니어스타트업 단체 사진

이에 더하여 2022년 6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서울대 기술지주와 협력하여 서울공대 동문 37인에게서 모금한 53억 원을 기반으로 'SNU 공학기술 유니콘 발굴 투자조합 1호' 펀드를 결성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펀드는 사모 펀드 형태로 조성되어 공학 기술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지원하고, 투자 수익의 일부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창업 기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함과 동시에, 차후 서울공대가 스스로 성장하고 창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해당 펀드의 운영 결과, 기업 공개(IPO)를 앞둔 '설로인'을 포함한 12개 유망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2025년까지 투자 계획이 전액 완료될 예정이다. 1호 투자 조합의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학내에서는 2호 투자 조합의 조기 결성 요구가 증가하여 최근 2호 투자 조합 결성을 위한 협약식이 진행된 바 있다.

SNU공학기술 유니콘 발굴 투자조합 2호 결성 협약식
책, 테크 스타트업 챔피언

한편, 기술 창업 지원 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한정된 인력으로 인한 업무 처리 한계를 극복하고자 서울공대는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협업하여 자생적인 성장 지원이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선후배 간의 모임을 넘어서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네트워킹을 통해 서울공대의 기술 창업 성장 시스템을 강화하는 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2년부터 서울대 공과대학 출신 창업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DB 구축 작업은 창업 백서 연구 과제의 일부로 시작되어, 서울공대 출신 기술 창업가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술 창업가들과 소통하며 창업 및 성장 과정에서의 고민을 듣고,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기술 창업가 육성을 위한 서울공대의 전략 방향성을 더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테크 스타트업 챔피언'이라는 제목의 책이 2024년 2월 29일 발간되었다. 이 책은 서울공대의 전략과 창업가들의 성장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담고 있으며,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테크 스타트업 챔피언'은 향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서울대 공과대학은 창업 생태계 구축과 발전을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수년 전 필자가 서울공대의 기술 창업 보육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했을 때에는 많은 것이 불투명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각각의 프로그램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으며, 모두의 중지를 모아 더 효과적인 창업 보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이제 그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더 이상 의구심이 아닌 확신을 가지고 일을 진행할 시점이 되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국내 기술 창업 지원 분야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기금 마련에서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내 선배 창업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자생적인 지원 체계 구축에 이르기까지, 유망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SNU 공학기술 유니콘 발굴 투자조합' 펀드의 결성 및 운영을 통해, 학내외에서의 투자 유치와 기업 성장 지원 노력은 물론, '테크 스타트업 챔피언' 출판을 통해 기술 창업가들의 경험과 공대의 전략을 공유함으로써,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은 서울공대가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사회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서울공대의 이러한 노력은 기술 창업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공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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