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 LINE RESEARCH신기술 동향
Home > 서울대 공대 연구소식 > 신기술 동향



한지숙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한지숙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화학 소재 생산 기술



미생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는 DNA에 암호화된 유전정보에 의해 그 형태와 특징이 결정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일한 DNA를 자손세대에 전파하여 종족을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DNA에 도입되는 돌연변이는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합성생물학은 바로 이러한 원리에 기반하여 DNA의 재설계를 통해 개선된 생물체 또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물체를 만들어 내는 기술입니다. DNA의 전사 및 번역에 필요한 요소들이 공급된다면 무세포 상태(cell-free)에서도 재조합 DNA로 암호화된 정보를 발현하여 mRNA와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합성생물학은 DNA 재설계를 통해 세포 또는 무세포 환경에서 인간이 의도한 방향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술 분야를 포함합니다.

합성생물학 기술은 1976년 Stanley Cohen과 Herbert Boyer에 의해 개발된 재조합 DNA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 DNA 염기서열 분석, DNA 합성기술, 유전자 편집 등 다양한 분자생물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더불어 DNA를 원하는 형태로 합성, 재조합, 변형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2000년 정도에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합성생물학 기술은 미생물, 동물,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와 무세포 시스템에 적용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기술은 생물체를 이용한 다양한 유용 물질(의료용 및 산업용 단백질, 화학물질 등)의 생산, 세포 치료제 (미생물 치료제, 면역세포 치료제 등), 진단 시스템 개발 등에 활용되어 산업, 의약학, 식품, 환경, 에너지, 농업 등 인간 생활 대부분의 영역에 적용 가능합니다. 현재 수많은 합성생물학 startup 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성장에 대한 전 세계적 요구와 더불어 합성생물학 시장은 2022년에서 2027년 사이 연간 약 25.6%의 급속한 성장이 예측됩니다1 (그림 1). 본 글에서는 합성생물학 영역 중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바이오화학 소재 생산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1. 합성생물학 분야 회사들과 적용 분야1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바이오화학 소재 생산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바이오화학 소재 생산 합성생물학의 가장 활발한 응용 분야는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화학 소재의 생산입니다. 다양한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대사 경로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대사 경로를 도입하여 바이오연료, 화학소재, 의약품 소재, 화장품 소재, 식품 소재 등 다양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문영역은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으로 불리는데 합성생물학 기술, AI 기술, 자동화 등의 접목을 통해 그 발전이 고도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1. 바이오플라스틱의 생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질 대부분은 석유화학 소재를 원료로 생산됩니다. 이러한 화학물질 중 일부는 미생물의 대사를 이용해서 생산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물질이 다양한 플라스틱의 단량체입니다. 원유를 이용한 정유(oil refinery)에 비유해서 미생물을 이용해 다양한 바이오매스로 부터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biorefiner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바이오매스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바이오매스에서 목질계 바이오매스, 조류 (algae), 폐기물 등 비식량 자원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화 가스도 이들을 이용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 가능합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석유화학 기반 고분자를 대체할 수 있는 drop-in 고분자 단량체의 대부분은 합성생물학을 이용하여 생산 가능합니다2 (그림 2). 또한, 새로운 변형된 구조의 단량체 생산도 가능합니다. 현재 상용화된 바이오플라스틱으로는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젖산의 중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PLA(polylactic acid)와 미생물이 생산하는 고분자인 PHA(polyhydroxyalkanoate)가 있습니다. PLA는 연간 25만 톤 이상 생산되고 있으며, PHA는 연간 10만 톤 이상의 생산이 예상됩니다. 연간 3억 8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지만, 현재 100%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약 200만 톤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욱 다양한 바이오플라스틱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바이오 기반 단량체 생산의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림 2. 기존 석유화학기반(traditional refinery)과 바이오기반(biorefinery) 플라스틱 생산2

2. 천연물(natural products)의 생산
천연물은 미생물, 식물 등에서 생산되는 특정 효능을 가진 물질을 의미합니다. 유용한 효능을 가진 대표적인 대사산물로는 알칼로이드(alkaloids: 코카인, 카페인, 모르핀 등), 테르페노이드(terpenoids: 베타카로틴, 레티놀, 라이코펜 등), 폴리케타이드 (polyketides: 테트라사이클린, 로바스타틴 등), 비리보좀 펩타이드 (nonribosomal peptide: 페니실린, 인디고이딘 등) 등이 있습니다 (그림 3A). 이들 물질은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면역억제제, 항산화제, 염료 등 다양한 활성을 가지고 있어, 의학, 화장품, 식품, 섬유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3. 이러한 천연물을 생산하는 식물 등으로부터 추출하는 현재의 방법은 식물 공급의 불안정성, 낮은 추출효율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이들을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대장균, 효모 등 유전 조작이 쉬운 미생물을 이용해 대량 생산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천연물들은 전구체로부터 다양한 효소 반응 경로를 통해 합성되는데, 생합성에 필요한 유전자군을 biosynthetic gene clusters(BGCs)라고 합니다. 특정 천연물을 생산하는 BGC를 발굴하여 생산에 유리한 미생물에 도입한 후 유전자 발현과 대사 경로를 최적화하여 타깃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3 (그림 3B).

대표적인 사례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artemisinin을 효모에서 생산한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 개똥쑥(Artemisia annua L)에서 추출하던 방식에서 효모에 생산경로를 도입하여 amorphadiene 또는 artemisinic acid까지 생산한 후 추가적 화학적 전환을 통해 최종 물질인 artemisinin을 생산함으로써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었습니다4,5 (그림 3C).

그림 3. 미생물을 이용한 천연물 생산. (A) 천연물의 종류3 (B) BGC 발굴과 재설계를 통한 물질 생산3 (C) 효모를 이용한 artemisinin 전구체 생산 4, 5

3. 살아있는 합성 미생물의 활용
위의 사례들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된 다양한 화학물질들은 분리정제 이후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한편, 특정 물질을 생산하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을 생균 치료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 LBP)로 사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합성생물학을 이용하여 유전자 회로를 디자인하고 유산균과 같은 장내 상재균에 도입함으로써 질병을 감지하여 다양한 치료물질(단백질 또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질병 치료용 재조합 LBP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6 (그림 4A).

살아있는 미생물은 환경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startup인 Pivot Bio는 합성생물학을 이용하여 질소고정 능력이 향상된 미생물 천연 질소 비료를 개발하였습니다.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능력을 향상시킨 미생물을 토양에 첨가하였을 때 질소비료와 같은 작물 성장 증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7 (그림 4B).

유전자 조작 미생물은 식품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하여 실제 홉(hop) 맥주와 유사한 향이 나도록 적정 수준의 monoterpene 물질들을 생산하는 효모를 제작한 후, 홉을 사용하지 않고 홉 향이 나는 맥주 생산에 활용한 사례가 있습니다8. 살아있는 유전조작 미생물을 치료제나 식품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안전성 평가와 규제 가이드라인 확립 등의 장벽이 존재하지만,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된 미생물은 미래에 무궁무진한 활용 범위를 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4.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제작한 생균의 활용. (A)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6 (B) 질소고정 미생물 비료7 (C) 유전조작 효모를 이용한 홉향 맥주 생산8


[참고문헌]


[1] https://www.cbinsights.com/research/synthetic-biology-startup-market-map/
[2] J. Rosenboom et al., Bioplastics for a circular economy, Nature Reviews Materials, 7: 117-137, 2022
[3] A. Awan, et al., Biosynthesis of therapeutic natural products using synthetic biology,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 105:96-1-6, 2016
[4] D. Ro et al., Production of the antimalarial drug precursor artemisinic acid in engineered yeast, Nature, 440: 940-943, 2016
[5] P. Westfalla et al., Production of amorphadiene in yeast, and its conversion to dihydroartemisinic acid, precursor to the antimalarial agent artemisinin, PNAS, 109:E111-E118
[6] D. Pedrolli et al., Engineering Microbial Living Therapeutics: The Synthetic Biology Toolbox, Trends in Biotechnology, 37:100-115, 2019
[7] A. Wen et al., Enabling Biological Nitrogen Fixation for Cereal Crops in Fertilized Fields, ACS Synth. Biol. 10:3264–3277, 2021
[8] C. Denby et al., Industrial brewing yeast engineered for the production of primary flavor determinants in hopped beer, Nature Communications volume 9:965,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