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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명반 사냥 이야기 마흔 번째: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벽이 가로막은 방랑자의 노래
“Camel : Stationary Traveller” LP (Decca, 음반번호 : SKL 5334)


대학 시절 쌍둥이 동생과 함께 ‘남도학숙’을 주축으로 밴드 “Breakthrough”를 결성했었다. 필자는 보컬을 맡고 동생은 일렉트릭 기타를 맡았다. 메탈리카나 드림씨어터 등 주로 헤비메탈이나 스래쉬메탈,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카피하던 우리는 남도학숙의 축제 공연에 이어 신촌의 한 카페를 빌려 일일호프를 한 적이 있었다.

역시 헤비메탈을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간에 우리는 기타 연주곡을 하나 넣었다. 카멜(Camel)의 “Stationary Traveller”였다. 나는 동생이 이 곡을 꼭 연주해 주길 바랐고, 동생도 이 곡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이 곡에는 팬 플룻이 등장하는데 원곡에서는 기타를 연주한 앤디 레이티머(Andrew Latimer)가 연주하였다. 당시 필자는 ‘저사랑’이라고 하는 대금동아리에서 대금을 배우고 있었는데, 공연에서는 저사랑에서 만난 선배가 팬플룻 부분을 대금으로 연주해 주었다.

카멜은 1964년 앤디와 이안 레이티머 형제가 영국의 길드포드에서 결성한 밴드이다. 1973년 밴드와 동명 타이틀로 1집 발매 이후 연이어 <Mirage>, <Snowgoose> 그리고 <Moonmadness>에 이르기 까지 명반을 남겼다. 그들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아트록의 계보를 잇고 있었지만 난해하고 복잡한 곡 구성과 고 난이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타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과 달리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멜로딕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들의 흐름은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이어지게 된다.

는 1984년에 발표한 정규 10집 앨범이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특히 한국에서의 성공으로 초판을 비롯해서 음반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앨범은 동서로 분단된 독일 베를린의 정치적, 감정적, 지리적인 분열을 배경으로 동독을 떠나 온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컨셉트 앨범이다. 앨범의 백미는 역시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Stationary Traveller”인데 이 곡에서 앤드류 래이티머는 극도로 감성적인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그는 비브라토를 비롯해 과장된 기교를 떨구어 버리고 스산해져 가는 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처연함을 노래한다.

이 앨범을 장식하고 있는 앞 표지와 뒷 표지 사진 속 여인은 바라보는 방향만 바꾸었을 뿐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다. 그림자 또한 여인을 따라 방향이 바뀌어 그녀가 머문 시간을 은연 중 알려준다. 태양은 늘 여인의 뒤편에 머문다.

그녀의 비밀은 앨범의 마지막 곡인 “Long Goodbyes”에 담겨있다. 짙은 크리스 레인보우의 보컬은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긴 안녕의 인사를 하는 여인의 심정을 담담히 노래한다.

“Long in the day
moon on the rise
she sighs with a smile in her eyes.
In the park
it's late after all,
she sits and stares at the wall
And she recalls the day,
when she left home

ㅡ Long Gooodbyes 中

장벽에 막혀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여행자가 여행을 멈출 수 밖에 없었던 한 방랑자의 기록이 이 앨범에 쓸쓸하게 남아있다.
<그림> 앤드류 레이티머 (기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Camel_(band)
<그림> 초창기 Camel5일
출처 : https://blog.daum.net/mspark615/16159973?category=357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