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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복 교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민기복 교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결자해지(結者解之) 해법으로서의 사용후핵연료 지하암반 심층처분



들어가며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25기의 원자력발전소는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력 비중의 약 30%를 담당하며 전세계 전력 비중의 약 10%를 차지한다. 원자력발전은 월등히 적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하여 기후변화 시대에 주요한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으나 원전가동 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장기간 방사선을 방출하여 오랜 시간동안 관리가 필요하다. 본 원고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효과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지하암반 심층처분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지하암반 내 심층처분

원자력발전소를 위한 사용전 핵연료는 통상 4-5년 정도 사용되고 배출된다. 사용후핵연료는 외형상 사용전의 연료와 동일하나 연소 중의 핵반응에 의해 에너지 발생에 수반하여 다양한 사용후 핵연료 물질이 발생하여 방사성 붕괴에 의한 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통상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약 30만년이 소요된다고 한다.1) 우리나라에는 1978년 이래 약 18,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누적되어 발생되어 있고, 매년 7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새로이 발생되고 있다. 현재는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통해 관리하고 있으나 영구적인 관리 방안이 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초장기간 인간과 생태계로부터 격리하여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방식은 우주처분, 빙하처분, 해양투기 등의 방식이 논의된 바 있으나 국제원자력 기구는 경제성과 기술성 등을 고려했을 때 심층처분을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처분(disposal)이라는 용어는 인간에 의한 개입이 최소화되고, 향후 지상으로의 운반 등을 원칙적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장(storage)과 다르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더 이상 도모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처리(processing)와 차별화된다. 심층처분 개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방식은 그림 1에 나타나 있는 KBS-32) 시스템으로 지하 약 500미터 내외의 심도의 암반에 동굴을 굴착하여 그 속에 처분공을 만들어 처분하는 개념이다(그림 1).
1)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통합정보 시스템
2) 이는 스웨덴어로 KärnBränsleSäkerhet (원자력연료안전, Nuclear Fuel Safety)의 줄임말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채택하고 있다.

KBS-3 시스템에서는 직경 약 1.75미터, 깊이 약 8미터의 처분공에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처분용기(캐니스터라 불림)를 적치하고 벤토나이트 완충재를 채운 후 처분터널은 유사한 벤토나이트 등으로 뒷채움한다. 이 방식에서는 구리용기, 벤토나이트 및 뒷채움재로 구성된 공학적 방벽(Engineered Barrier), 그리고 지하암반으로 구성된 자연방벽 (Natural Barrier) 등 3중의 다중방벽이 사용후핵연료를 인간 생태계로부터 격리 시킨다. 구리는 부식에 강하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를 대표하는 정문경(精文鏡, Bronze Mirror with Fine Linear Design; 일명 다뉴세문경, 국보 141호)3)은 직경 21cm의 청동거울로 거울 뒷면에 0.3mm 간격으로 13,000여개의 잔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2,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부식의 영향 없이 그 무늬를 뚜렷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부식의 정도는 미약하다. 벤토나이트는 지하수가 통과하기 힘든 낮은 투수율과 높은 흡착 특성이 주요한 특성으로 만에 하나 발생할 용기의 부식에 따른 방사성핵종의 이동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변의 암반은 공학적 방벽으로 구리용기와 벤토나이트의 2중 방벽이 훼손되어 방사성핵종이 유출되었을 때 암반의 낮은 지하수유동 특성으로 이를 다시 한번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하심부에서의 지하수 유동은 매우 제한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지하 500m 정도의 심부에서는 지하수의 유동을 발생시키는 압력구배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심부암반의 투수율 또한 매우 작은 데 기인한다. 심층처분의 기간을 30만년으로 설정하면 이는 오랜 기간이나 지질학적 연대로는 짧은 시간에 불과해 우리나라에서 처분의 대상이 되는 화강암, 편마암 등은 적게는 1억여년 많게는 수십억년 전에 형성이 되어 지각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곳에 부지를 선정할 경우 그 연대의 0.1% 내외에 해당하는 기간에 조사과정에서의 확인한 수리적 역학적 특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방사성핵종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므로 지하수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작동하는 3중의 방벽은 사용후핵연료를 수십만년 동안 처분할 효과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

여기 소개한 KBS-3 방식처럼 동굴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 약 5km 심도의 시추공(직경 약 50cm ~ 1m)에 처분하는 심부처분공 기술4) 이 있으나 이 기술은 심도가 10배 더 깊어 그만큼 생태계로부터 이격되는 이점이 있지만 심부 시추 및 캐니스터의 적치 등과 관련된 기술이 아직은 높은 정밀도가 보장된 기술이 아니기에 검토기술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3)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jsessionid=vMGA1PaOewLKtagQtHxaMjM2wQ0cjVDTM8NhcxkiZ8c1Z5afnagC167PhH6wXhss.cpawas_servlet_engine1?pageNo=1_1_2_0&VdkVgwKey=11,01410000,11
4) 박보나, 권새하, 민기복,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부시추공 처분 기술의 현황과 전망 – 대구경 장심도 시추공 거동 특성을 중심으로, 한국자원공학회지, 2017, 54(4), 377-388

심층처분 개념의 장단점과 특징

지하 암반에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심층처분 개념의 장점은 안전성, 경제성, 기술성 등의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다5).

첫째, 암반내에 심층처분하는 방법은 벽 두께가 500미터 정도인 튼튼한 집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지표에서 관리하는 것에 비해 더욱 안전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다중방벽 시스템이 모두 기능을 못하고 지하수 등을 따라 누출이 일어날 확률은 각종사고, 테러, 지진 등에 의해 지상의 시설에서 방사능 오염이 일어날 확률보다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지하시설은 지표에 비해 지진에 의한 지반가속도가 반 이하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매우 두꺼운 외벽이 구조물을 둘러싸고 있는 지하구조물의 근본적인 특징으로 인해 지진에 대해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5년 일본 고베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으로 인해 지상의 피해는 컸으나 터널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손상이 발생하였음이 보고된 바 있다6).
5) 민기복, 2021,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 이슈와 대책, 원자력산업 8월호, p56-60, 한국원자력산업협회
6) Sakurai, 2014, Case studies on the dynamic behavior of tunnels caused by Hyogoken-Nanbu Earthquake whose epicenter was very close to the tunnel, 8th Asian Rock Mechanics Symp, Paper No. ERD 2-6

그림 1. 스웨덴에서의 사용후핵연료 심지층 처분 개념

둘째, 암반 심층처분은 적게는 수십킬로미터 많게는 수백 km의 동굴이 건설되지만 모두 지하심부에 존재하여 최소한의 출입구만 외부에 노출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를 지표에서 초장기간 동안 저장하는 것에 비해 추가적인 관리 필요성이 최소화되므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암반 심층처분 방식은 이미 검증이 된 기술이 적용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심도 4km 이상의 광산이 존재(링크)하며, 지하 1-2km에서 존재하는 광물자원을 굴착을 통해 개발하는 기술 등은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 지하철, 터널 등 지하공간의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하며 우리나라는 특히 관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심층처분 방식은 어려움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첫째, 초장기간의 처분 개념과 연관된 불확실성이다. 구리용기는 장기간 부식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낮은 벤토나이트의 투수율과 흡착특성은 방사성 핵종이 처분공 주변으로 벗어나는 것은 방지해 줄 것이다. 또한 견고하고 낮은 투수율을 갖는 암반에 의한 자연방벽은 다시 한번 지하수를 통한 방사성 핵종의 유출을 막아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용기-벤토나이트-암반에 이르는 다중방벽이 수십만여년 동안 온전히 기능할 것이라는 것을 직접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간접적인 유추, 컴퓨터 모사, 자연유사 등의 방법에 의존한다.

둘째, 적합부지의 불확실성이다. 심지층 처분의 주요 개념은 공학적 방벽과 더불어 지하의 암반 자체가 방벽이 되어 방사성핵종이 지하수를 통해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또한 약 100여년 동안 운영될 심층처분장은 강도가 높은 견고한 암반내에 건설이 되어야 적치, 운반 등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게 해 준다. 마치 사람의 개성이 다르듯이 개별 암반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심지층 처분장 건설을 위해 부지조사를 통해 적합한 암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즉, 우리는 자연방벽을 우리가 원하는 데로 ‘제작’ 혹은 ‘발명’ 할 수 없으며 심층처분장에 적합한 부지를 ‘발견’하여야 한다7). 심층처분장에 적합한 암종은 통상 셰일, 이암 등의 퇴적암 계열, 화강암, 편마암 등의 결정질암 계열, 암염, 화산암 계열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해당 국가의 지질 특성에 따라 적합한 암종을 찾아야 한다.
7) 배대석, 고용권, 이상진, 김현주, 최병일,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을 위한 지하연구시설(URL)의 필요성 및 접근 방안,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지, 2013, 11(2), 157-178


암반 심층처분을 위한 연구

암반내 심층처분을 위한 연구는 적합한 지질학적 부지를 찾기 위한 부지조사, 암반 심층처분 시설의 성능평가 등을 위해 진행된다. 부지조사는 근본적으로 불투명한 지하암반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원격탐사, 물리탐사, 시추코어(직경 5cm 정도의 연속적인 원통암석시료)를 통한 조사 등으로 진행이 된다. 암반의 성능평가는 처분에 따른 온도 증가, 처분시설 주변의 지하수 유동, 굴착에 따른 암반 처분시설 주변의 역학적 변화, 처분시설 인근의 지구화학적 변화 등 다양한 열적, 수리적, 역학적, 지구화학적 거동과 서로 연관이 되어 발생하는 복합거동에 대한 신뢰성 있는 예측과 검증 등을 포함한다. 특히, 심층처분 관련기술은 의술에서의 임상과 같이 실증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사들이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서 양성되듯 실제 암반에 대한 관찰과 조사, 예측 및 확인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지질학자, 지하수기술자, 암반공학 기술자 등이 양성이 된다. 따라서 심층처분 시설과 관련된 기술은 인수합병, 기술이전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제조업 기술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러한 측면은 원전 수출 등 제조업 중심의 개념에 익숙한 우리나라 정책담당자가 간과하기 쉬운 측면으로 선진국 등지에서 지층처분 관련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지질조건에 맞춘 우리 스스로의 기술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림 2. 스웨덴 애스푀(Äspö) 지하연구실의 다양한 실험 공간 https://skb.se/

또한 심층처분 관련 연구에서는 지하연구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하연구실은 심층처분을 지원하기위해 현장실증, 예비안전성평가, 지하심부 지질특성 조사를 위해 유사 심도(약 400-500미터)에 건설한 연구실을 말하며, 의술에 비유하면 핵심 임상시설이라 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미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벨기에 등 원자력 이용국들은 대부분 20-30년전인 1990년대부터 지하 400미터 이하 지하연구실을 운영해 오고 있는 반면 아직 우리나라에는 지하연구실이 없어 원자력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위상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2006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지하연구시설 (KURT8))를 건설하여 운영해오고 있으나 최고심도 120미터, 총 터널 길이 551미터로 스웨덴의 지하연구실의 심도 450m, 터널 총길이 3.5km 에 비하면 심도는 약 4분의 1, 총연장은 6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KURT의 심도는 심층처분시설의 목표 심도가 아니기에 온도, 압력, 용존산소량 등 핵심 인자가 다르다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기에 선진국 기준에 맞는 지하연구실 건설이 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일반인들 중 지하 500 미터에 직접 내려가 ‘지하세계’를 체험해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국 선진국들은 지하연구실을 대중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지하시설이 공포스러운 곳이 아니라 오히려 지하방공호처럼 안전하고 지상세계와 유해뮬질을 효과적으로 격리시키는 유익한 시설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을 위한 대중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지하연구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8) 김건영, 김경수, 이종열, 조원진, 김진섭,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KURT)현황과 장기 현장 시험, 한국자원공학회지, 2017, 54(4), 344-357

결언

2015년 세계최초로 핀란드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의 허가가 발급되어 현재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사용후핵연료 처분 전담기관은 2009년 최종 부지를 확정하였고, 스웨덴 정부는 2022년 1월 심층처분장의 건설을 결정하였다. 특히, 작년의 심층처분장 건설 결정 발표를 통해 스웨덴 환경부장관은 그동안 심층처분을 위해 충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었고, 건설 결정후에도 원자력 규제기관의 검토가 계속될 것이며, 임시저장고에 사용후핵연료를 마냥 둘 수 없음을 설득하고 심층처분장 건설 결정은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한 우리세대의 책임이라는 점을 설득력있게 호소하였다9).

유럽연합에서는 2022년 7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disposal facility for high-level radioactive waste)을 위한 문서화된 계획 존재를 전제로 원자력발전을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의 심층처분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세계최고의 원전기술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원전가동 후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원전기술과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 수준의 비대칭성”이 매우 심각하다.

결국 사용후핵연료의 심층처분은 원자력에너지의 혜택을 받은 우리 세대가 배출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를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고, 우리 세대가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9) https://www.svt.se/nyheter/inrikes/regeringen-ger-beslut-om-slutforvar-av-karnbrans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