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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암 교수
서울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송재준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에너지자원공학과


거대 에너지 지하 저장 기술



1. 서론

암반 공학은 암석과 암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성상 그 적용 대상이 대부분 지하 구조물에 속하며 그러한 지하 구조물의 용도는 주로 저장 또는 분리/폐기이다. 이는 지하 암반이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나 온도변화에 둔감하며 소리나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탄소중립과 그에 따른 에너지 변환이 핫이슈인 요즈음, 지하에 저장되는 에너지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한국은 1980년대부터 지하공동을 만들어 석유류를 대규모로 장기간 저장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축적된 건설 및 운영 기술이 차세대 주력 에너지로 손꼽히는 천연가스와 수소의 지하 저장에도 활용될 날이 온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하 에너지 저장의 알파라 할 수 있는 석유류 지하 저장과 이미 관련 기술이 검증되어 적용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액화천연가스 지하 저장, 그리고 기술적으로 어려워 앞으로 활발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수소 지하 저장에 대하여 차례로 간략히 소개한다.

2. 석유류 지하 저장
* 국내 현황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2023년 현재 정부 비축량 기준으로 9천67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이는 현 소비량을 기준으로 약 110일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인데 참고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비축량이 90일분이고 선진국 중 일본이 129일,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116일, 82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이렇게 비축된 원유는 주로 국제적 비상시기에 방출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과거 걸프전, 리비아사태를 포함하여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시기에 6차례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한국은 2025년까지 1억 배럴 비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국내 9곳에 산재한 석유 비축기지의 총비축 가능용량이 1억 4천600만 배럴로 규모 면에서는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다. 상기 비축시설의 80%는 지하 공동이 차지하고 있어 지하저장소의 건설과 운영 기술이 석유비축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 중인 지하 유류저장소는 원유의 경우 여수와 거제, 울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품유가 구리에, LPG는 평택에 있다. 국내 민·관 석유류 지하 비축기지의 용도와 규모, 건설 시기 등이 표1에 정리되어 있다.
표 1. 국내 석유류 지하 저장 공동의 현황[1]

* 장점과 특성

지하암반은 기밀성, 내충격성(지진, 폭격), 항온성 등 석유류 저장소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건설비용 면에서는 저장용량이 일정량(1980~1990년대 국내 유류비축기지 건설 당시 원유의 경우는 약 5.6백만배럴, LPG는 약 6만톤) 이상이 되면 지상 탱크보다 지하암반에 저장하는 것이 유리한데 운영비 면에서도 지하저장이 지상저장에 비해 원유의 경우 1/3, 제품유는 2/3에 지나지 않으므로 안정성이 확보되는 한 저장 공동을 최대한 크게 건설하는 것이 유리하다.

* 저장 원리

석유류는 휘발성이 있어서 공동 굴착 후 자연 상태 그대로 활용할 경우 암반에 존재하는 불연속면을 통해 누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반 내 공동을 굴착한 후 무복공(unlined) 상태에서 공동 주변에 수벽공을 설치, 수압으로 저장물의 누출을 막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그림1 참조). 이때 수압은 저장류의 증발 압력과 공동 단면 형상에 따른 영향에 안전율을 더하여 결정한다. 수벽공을 통해 공급되는 지하수는 공동내부로 흘러들어 가스누출을 막는 역할도 하지만 공동에 인입되는 지하수로 인하여 해당 지역의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동 바닥에 모이는 지하수는 지속해서 외부로 배출한다. 저장 공동은 규모의 경제를 따르므로 클수록 유리하나 외국의 사례와 국내 암반 공동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원유의 경우에는 공동의 폭과 높이를 각각 18m, 30m로 설계하였고 LPG의 경우에는 이보다 단면적을 40% 정도 감소시켜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도록 하였다(그림2 참조). 참고로 지하 저장 시 원유나 제품유는 15°C 내외의 상온과 대기압을 유지하고 LPG의 경우에는 상온에서 부탄(butane)과 프로판(propane) 각각 2.5 bar와 8.5 bar 이하의 압력으로 저장한다.
(a) 단면도
(b) 수벽공 조감도

그림1. 지하유류저장소 개념도(한국석유공사 제공)
그림 2. 원유비축공동(좌)과 LPG비축공동의 내부 사진 예[2]

3. LNG 지하 저장

* 국내 현황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차질에 대한 두려움과 사상 최고 수준의 가스 가격, 온화한 겨울철 기온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이 200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감소(1.4%) 했다[3]. 그러나 지구 온난화 시대 유망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는 최근 수십 년간 전 세계와 대한민국(2022년 기준 59 bcm, billion cubic meter) 모두 점진적으로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은 천연가스 소비량 증가에 따라 저장용량도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주요 저장 방식인 지상 탱크식과 지중 탱크식에 더하여 지하 저장 방식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석유류 지하 저장에 사용하는 무복공식 암반 공동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에 적용하는 방안이 시도된 바 있으나 액화온도가 –162°에 이르는 LNG의 경우 공동주변 암반이 냉각되면서 생기는 균열로 인해 저장물이 누출/기화되는 문제가 발생, 결국 무복공식은 빛을 보지 못하였다. 이에 프랑스의 Geostock과 Technigaz, 그리고 국내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공동으로 LNG를 복공식 저장 공동(Lined Rock Cavern, LRC)에 저장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고, 2004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액화 질소가스를 이용한 LRC pilot plant를 통하여 기술의 완성도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였다.

* 주요 원리 및 검증

LRC 방식은 국내에서 1980년대부터 원유 및 LPG 지하 저장기지에 활발히 적용해 온 지하공동 저장 기술과 LNG 운송선박에 적용해 온 내조 시스템(containment system)을 결합하여 건설하고 건설/운영 과정에는 배수시스템 및 아이스 링(ice ring)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지하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지상 토지 이용률을 높이고 외부로부터의 위해 요인을 제거하며, 금속 멤브레인과 콘크리트 라이닝을 설치함으로써 기밀성 확보와 함께 주변 암반에 전달되는 냉열을 상당 부분 차단하게 된다. 또한 공동주변에 형성되는 아이스링을 통해서도 만일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가스누출을 막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LNG 저장의 효율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액화가스의 기화율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수행한 pilot tunnel의 검증 결과와 함께 수치/이론 해석 및 계측자료를 통하여 세 종류의 LNG 저장 방식을 비교해 보면 기화율(vol%/day) 면에서 지상식과 지중식이 각각 0.075 이상, 0.1 이상인 데 반해 지하공동식은 0.05 이하로 나타났다. 또한 지하공동식은 다른 두 방식에 비해 큰 규모의 저장시설을 구축할 수 있고 유지관리, 보안성, 환경 친화성, 경제성 면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4]. 현재 LNG 지하공동 저장 방식의 현실화를 위한 기술적 장애 요소는 대부분 해결되었으므로 앞으로 실증 및 적용만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3. LNG 지하 저장 기술의 구성도[4]

4. 수소 지하 저장

* 국내외 현황

현재 전 세계는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 감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자동차 보급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의 정책을 내세웠다. 수소는 상기 전략에 잘 부합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열이나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있고(그린수소의 경우) 전기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은 1억 2천만 톤에 달하며[5] 앞으로 2030년까지는 그레이수소가, 2030년~2050년까지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6].

수소의 공급량과 수요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용량의 수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문제가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최선의 선택은 지하 저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 지하 저장을 위해 앞서 소개한 석유류 지하 저장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데 참고로 미국은 석유류 지하저장소로 폐가스전(88%), 대수층(9%), 암염공동(3%)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입지 특성상 위 세 가지 방식 모두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용량 수소 저장을 위해 암반공동을 이용하는 방법이 실질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 향후 과제

단위부피당 에너지밀도 면에서 액화수소가 기체 상태의 수소보다 8배 이상 높으므로 저장 효율 면에서 액화수소 저장 방식이 바람직하나 극저온유지에 따른 기술적, 경제적 난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LNG 지하 저장의 경우 저장온도가 –162°이나 액화수소의 경우는 액화점이 –253°로 더욱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액화수소를 단독으로 지하에 저장할 경우 LNG보다 높은 성능의 단열재를 사용해야 하며 저온 상압 외에 저온 고압 조건을 함께 고려하여 안전성과 효율성 면에서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 해외사례에서는 천연가스 저장시설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혼합하여 메탄가스를 생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소 저장 기술의 선도기업인 독일의 Linde사는 암염공동을 이용하여 고압 수소가스를 저장하는 기술을 모색하고 있으며 ESS 기반 에너지 저장 기술의 선도기업인 일본의 Mitsubishi Power 사도 고압 수소가스 지하 저장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


[참고문헌]


[1] Chung-In Lee, Jae-Joon Song, 2003, Rock engineering in underground energy storage in Korea, Tunnelling and Underground Space Technology 18, pp. 467-483.
[2] 김호영, 김중현, 2005, 석유류 지하 저장 시설의 현황과 전망, 한국지구시스템공학회지 Vol. 42(4), pp. 280-286.
[3] Enerdata, 2023, https://yearbook.enerdata.co.kr/natural-gas/gas-consu mption-data.html
[4] 박의섭, 정소걸, 이대혁, 김호영, 2008, LNG 지하 저장 기술의 현황과 향후 전망, 한국암반공학회 국제학술회의, 2008.10.21.~10.23.
[5] IEA, 2019, The Future of Hydrogen – Seizing today’s opportunities. Report prepared by the IEA for the G20, Japan.
[6] IEA, 2020,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20. Flagship report, IEA
[7] 박의섭, 정용복, 오세욱, 2022, 탄소중립과 수소에너지 지하 저장, 한국자원공학회지 Vol. 59(5), pp. 462-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