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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법적 이슈




임도균 변호사
SNU공학컨설팅센터



임도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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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필자가 지난 1년간 대학에서 변호사로서 근무하며 받은 질의 중 창업과 관련된 내용은 크게 다음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그 유형은 1) 개업준비행위의 법적 절차 2) 기업활동에 관한 규제와 3) 공동기업의 해소 방안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분류에 따라 일반적인 내용의 법적 조언을 하고자 한다.

2. 개업준비행위
법적인 형식에서 개인사업이든 법인사업이든 창업을 한다는 것은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므로 이에 수반되는 많은 법률행위들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자금을 출연하는 행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과 사무용 집기 등 업무시설에 관한 매매 또는 임대차 계약, 사업자등록 신청행위, 실제로 업무를 수행할 인원에 관한 고용 계약 등이 수반되며, 만약 법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한다면 회사설립행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개업준비행위에서는 당장 법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중요한 것은 조건에 맞는 사람과 물건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창업은 본업이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그만큼 더 효율적인 체계를 미리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의사소통 과정, 노력과 비용의 투입 정도, 수익과 손해의 배분방식, 지식재산권의 설정과 활용,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업의 소멸에 관한 사항도 미리 체계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며, 이에 관하여는 따로 후술한다.

개업준비에 필요한 경우 변리사, 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및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개업에 수반되는 전형적인 법인 설립 및 사업자등록 신청 절차는 인터넷에 정보가 많이 있으므로 비용을 절약하고 싶다면 창업자가 직접 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 전문자격자에게 대행시키더라도 절차나 결과 면에서 특별한 장점이 없는데 비용이 소요되고, 상당히 많은 부분은 어차피 직접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표준적인 정관과 계약서는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실정에 맞게 일부를 수정하여 사용하면 된다.

한편 자금조달과 관련하여 투자자가 소위 ‘갑’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제시하는 계약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창업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상을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업의 규모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단계의 투자를 유치하게 되므로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이끌어내는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3. 규제에 관한 이슈
창업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심지어 그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면 규제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규제는 레그테크(RegTech; regulation + technology)와 같이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측면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규제로 인하여 기술혁신이 제약된다. 이 부분이 창의적인 혁신가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산업의 생태계의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여러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행정적 내지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진 경우에도 분쟁이 종국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분쟁 상황은 그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창업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는 것이다.

최근 법조계에서 발생한 ‘로톡’ 사태를 통하여 규제가 야기하는 사회적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므로 법률 소비자는 심각한 정보 비대칭에 놓이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변호사에 관한 정보를 유통하고자 만든 것이 로톡이다. 한편 로톡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효용과는 별개로, 변호사 단체에서는 로톡의 서비스가 일종의 법조 브로커의 역할을 한다고 보아 변호사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제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하여 변호사의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법조인의 자격없이 법률 사무를 알선하는 법조 브로커를 불법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회원을 징계하고 로톡을 고발하였으나 법무부, 검찰, 헌법재판소는 로톡이 불법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협은 논리를 달리 하여 위 징계절차를 계속 진행 중이다. 변협과 로톡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도 규제에 관한 법해석이 극단적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려는 것이다. 의료계, 숙박업, 운송업, 금융업, 세무 등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규제기관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의 단계에서 미리 행정질의를 하고 그 회신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면 규제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 회신의 내용을 수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소송을 통하여 규제의 정당성을 다투어볼 수도 있다.

한편 규제개혁의 바람에 따라 규제샌드박스라는 제도가 시행 중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된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그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제도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실증특례, 임시허가, 신속확인 제도로 구성되며, 사전컨설팅과 특례 신청을 하게 되면 아래 그림의 절차에 따라 심의가 이루어지게 된다.

샌드박스의 심의 절차
4. 공동기업의 해소와 그에 대한 대비
창업 초기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인식하에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사업의 이익 규모가 커지거나 혹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손익의 배분을 둘러싼 명시적 또는 묵시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구성원이 사업에 기여한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쟁은 법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기업 자체에 대한 가치 또는 구성원의 기여분에 관한 평가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 합의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고 이를 법적인 문제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소송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또한 재판은 증거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약서상에 뚜렷한 규정이 없다면 ‘솔로몬의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창업 초기에 충분히 대비하여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법률관계는 마치 유기체와 같아서 발생, 변경, 소멸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소기의 목적 달성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밖에도 목적 달성 불가능의 확정, 법률행위의 취소·무효·철회, 계약의 해제·해지, 기간의 만료, 파산, 이혼, 사망 등 여러 종료 사유가 존재한다.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에는 그 끝을 생각해보고, 일을 마무리할 때에는 그 처음을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창업을 할 때에도 최종적인 기업관계의 해소 단계를 예상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예상에 따라 구성원의 지위와 역할을 포함한 권리의무관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한된 기간과 조건 하에서만 기업이 영위되어야 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며, 오히려 장기 영속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도 대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내지 컴퓨팅 능력을 평가할 때에 평균 또는 최선의 경우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는 것처럼, 창업의 과정에서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보는 것도 합리적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최악의 경우는 소송절차에 의한 해결이므로, 창업의 과정에서도 마치 소송에 대비하여 증거를 수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약서에 명확하게 권리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는 자본 또는 노동력의 투입, 구성원이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 자산의 귀속, 의무 위반 시 손해배상, 손익분배비율, 기업의 매각 내지 청산에 관한 사항 등이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다면 소송까지 갈 정도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게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최악을 대비하는 것은 결코 염세주의적인 관점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지혜인 셈이다.

5. 끝으로
이 기회를 빌려 본 칼럼의 주된 독자이신 공과대학 구성원들께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한다. 법학을 포함한 사회계열의 학문 분야에서는 주로 사회구성원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을 다루는 것이어서 획기적인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공학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여 기술혁신을 이루게 되고, 사회에 효용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사회과학은 존재하던 파이를 어떻게 나누는 것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고 공학은 파이의 크기를 키우거나 아예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파이가 없는 상황에서 파이의 분배에 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아무쪼록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으로 파이를 키우는 성공적인 창업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필자가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영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