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진 교수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심형진 교수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과 소형모듈원자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전 세계 경영진 의견조사를 통해 발간한 올해의 ‘글로벌 위험 보고서’는 인류의 주요한 위협이 COVID-19 대유행 이후의 사회적 결속력 약화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실패, 극한 기후, 생물 다양성 훼손 등 환경 문제들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온실가스 발생에 의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와 정부의 공격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아니더라도, 향후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 강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이하 IPCC 특별보고서)가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에너지 수요 감소, 에너지 소비의 전력화, 그리고 전력의 저탄소화를 제시하였다. 즉, 에너지공급 부문의 기후위기 대처 수단은 전주기 탄소 발생량이 화석연료보다 현저하게 낮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이용 확대에 있는 것이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이하 IPCC 특별보고서)가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에너지 수요 감소, 에너지 소비의 전력화, 그리고 전력의 저탄소화를 제시하였다. 즉, 에너지공급 부문의 기후위기 대처 수단은 전주기 탄소 발생량이 화석연료보다 현저하게 낮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이용 확대에 있는 것이다.
IPCC 특별보고서에서는 2100년까지 1.5℃ 상승 제한 목표달성을 위한 네 가지 대표 경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 경로에서는 원자력을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59~106%만큼 증대시켜야 하고, 2050년까지는 98~501%만큼 증대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방식의 사회·기술적 발전을 전제로 한 대표 경로에서는 전 세계 원자력 공급량을 2050년까지 6배로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인 바클리즈(Barclays, PLC)사는 ‘탈탄소 미래를 위한 원자력(Nuclear for a Decarbonized Future)’ 보고서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다음의 특성들을 근거로 원자력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보다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① 무탄소 에너지: 원자력은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과 마찬가지로 가동 중 직접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② 높은 이용률: 풍력과 태양광의 이용률이 각각 30~40%와 10~25%인 반면, 원자력의 이용률은 80~90%에 이른다.
③ 수용 가능한 경제성: 원전의 운영 기간이 연장되거나, 지속적 원전 건설로 건설 기간 및 건설비가 감소할 경우 원자력의 높은 초기 자본비는 감소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저장비용을 고려할 경우, 원자력은 상대적 경제성을 갖는다.
④ 높은 안전성: 원자력의 단위 전력생산 당 사망률은 0.04 Deaths/TWh로써 석탄발전 161, 태양광 0.44, 풍력 0.15, 수력 0.10 등 모든 발전원들을 통틀어 가장 낮다. 또한, 피동안전계통 등 지속적인 원전 안전기술의 발전과 적용은 원자력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⑤ 적은 폐기물량: 체적기준 원자력의 폐기물 발생량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리튬 배터리 폐기물 등에 비해 현저히 적다. 또한, 원자력의 고준위폐기물 재활용 기술은 고준위폐기물 발생량을 97%까지 줄여줄 수 있다.
또한,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사에서 발간한 ‘탈탄소 포트폴리오(The decarbonizing portfolio)’ 백서에서는 저탄소 미래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을 제안하면서, 2020년대 기후 혁신기술 10개 중에 전기출력 300 MWe 이하에 모듈러 설계/제작/건설공법이 적용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를 선정하였다.
즉,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정치 및 경제 환경변화 속에서 각국의 저탄소 전원믹스 계획에서 원전은 주요한 발전원으로 고려될 것이며 원자력에 대한 세계 수요는 지속해서 증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각국의 기후기술 혁신 경쟁 속에서 차세대 원전기술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에 대한 기술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제 소형모듈원자로가 왜 차세대 원전기술로 각광 받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는 우선 700 MWe급 이상의 대형원전이 맞닥뜨린 위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대형원전 시장의 수출 경쟁국은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며, 친서방진영에 속한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의 수출 경쟁 원자로형은 각각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cooled Reactor, PWR)형 3세대 원전인 APR1400, AP1000, EPR이다. 미국에서 현재 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사의 AP1000 모델의 정격출력 1,117 MWe의 보글(Vogtle) 3, 4호기로, 2013년 3월과 11월에 착공되어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운영 시작을 목표하였으나, 공사비 증대와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해 현재는 각각 2022년 및 2023년 4분기에 운영 시작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초기 140억 달러로 예측된 총건설비는 최종 285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EDF사의 정격출력 1,600 MWe의 EPR 모델인 플라망빌(Flamanville) 3호기가 건설 중이다. 플라망빌 3호기는 2007년 11월에 착공되었으나 공기가 지연되어 현재는 2022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분석에 따르면 건설공기의 지연으로 자본비용이 증대되어 총건설비가 191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의 3세대 원전인 APR1400 모델의 경우만 유일하게, 국내 건설이 아닌 아랍에미리트 건설임에도, 4개 호기에 대해 총건설비 200억 달러 규모의 예산과 공기에 맞춰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원자력 강국인 미국과 프랑스가 대형원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 다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3세대 원전 모델에 대한 설계변경으로 순건설비를 감소시키는 한편, 20여 년간 단절되었던 원전 건설공정관리 능력과 신뢰도 높은 기자재 공급망 확보를 통해 건설공기를 단축시켜 자본비용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때, 건설공기 단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규 모델에 대한 연속 건설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나, 이들 모델의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길어지는 건설공기에 의한 투자 불확실성은 추가 건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전기 출력기준으로는 ‘소형(small)’을, 기기 설계, 제조 및 건설 공법으로는 ‘모듈형(modular)’을 적용한 원자로를 가리킨다. 소형원자로는 단위출력당 투자비용이 대형원전에 비해 다소 높더라도 원자로당 투자비용이 대형원전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어 대형원전이 갖는 높은 초기투자비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공장제작/현장조립’ 혹은 ‘공장작업최대화/현장작업최소화’라는 원칙을 적용한 모듈러 공법은 미국과 프랑스가 겪고 있는 신규 원전 건설의 ‘긴 건설공기’ 문제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으며, 양산형 제작을 통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도 된다. 여기에 더하여, 소형모듈원전에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특장점들을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대형원전과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① 강화된 안전성: 자연력에 의한 다양한 피동안전계통 등 최신 안전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대형원전 대비 1,000배 이상의 높은 안전성을 갖도록 설계한다.
② 다수모듈 건설 유연성: 원전 시장수요에 맞추어 한 원자로 건물에 원자로 모듈을 1기, 2기, 4기, 8기 등 가변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③ 높은 탄력운전능: 소형원자로가 갖는 고유의 부하추종운전(load-following operation) 용이성으로 자유로운 출력변화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④ 지하건설: 극한 자연재해, 전자기펄스 위협, 고의적 파괴행위 등에 대비하여 지하에 건설될 수 있다.
⑤ 전력 섬(islanding): 전력망과 독립적으로도 운영될 수 있으며, 마이크로 전력망에 연결될 경우에는 병원, 데이터센터, 군사기지 등 주요 시설의 전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소형모듈원자로의 특장점들과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전 세계 노후 석탄화력발전 대체 수요를 반영하여, 세계 여러 기관에서는 소형모듈원전의 수요를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Bloomberg (2027~2040) |
OECD NEA (2030~2040) |
Rolls-Royce (2035년까지) |
1,376 GWe | 38~120 GWe | 65~85 GWe |
현재 개발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 중에서 구체적 상용화 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 절차에 진입함으로써 30년대 초반까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모델은 미국 NuScale Power사의 NuScale, GE Hitachi사의 BWRX-300, 영국 Rolls-Royce SMR 등 3개 내외로 한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SMART 원자로가 2012년 소형 일체형원자로 중 세계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으며 선두에 있었지만 지난 5년간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제 우리나라도 작년 초부터 원자력 산업계와 연구계가 합심하여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nnovative SMR, iSMR) 개발에 착수하였으며, 상세설계 및 인허가 획득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의 선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iSMR 개발의 성공은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기술 역량 결집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산업계, 연구계, 학계가 단합하고 정부에서 이를 지원함으로써 앞으로 6여 년이 소요될 iSMR 개발의 성공으로 2030년대 한국 원자력이 새로운 비상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작년 초부터 원자력 산업계와 연구계가 합심하여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nnovative SMR, iSMR) 개발에 착수하였으며, 상세설계 및 인허가 획득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의 선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iSMR 개발의 성공은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기술 역량 결집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산업계, 연구계, 학계가 단합하고 정부에서 이를 지원함으로써 앞으로 6여 년이 소요될 iSMR 개발의 성공으로 2030년대 한국 원자력이 새로운 비상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