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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곤 원장
한국수력원자력(주) 중앙연구원


김한곤 원장
한국수력원자력(주) 중앙연구원


왜 SMR인가?




1. 탄소중립과 원자력

‘2050 탄소중립’이라는 슬로건은 그것을 어떻게 달성하는지는 모를지언정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그만큼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일반인들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숨을 쉬는 것에서부터, 음식을 섭취하고, 일하고, 이동하는 거의 모든 활동에서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인류는 어떤 방향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노력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에너지 형태를 전기로 바꾸고, 그 전기를 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생산을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변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수송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내연기관이 빠른 속도로 전동기로 바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인류가 소비하는 일차 에너지원 중에 산업 부분이 38%. 수송 부분이 26%, 빌딩 부분이 31%이며, 이중 전력의 비율은 20%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년 대비 화석연료 비중을 80%(460 EJ)에서 20%(120 EJ) 수준으로, 전력 비중은 20%에서 49% (169 EJ)로, 전력 소비량은 81 EJ(총 에너지의 20%)에서 169 EJ(4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참고문헌 1]

이 막대한 전기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생산할 수 있는 수단만 충분하면 ‘2050 탄소중립’은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현재 기술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태양광, 풍력, 수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뿐이다. 원자력은 탄소가 필요한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핵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사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을 배제하고는 실질적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반면에 원자력발전소는 1979년 미국의 TMI 원전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면서 일반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고, 핵무기로 인한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을 탄소중립의 중요한 수단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계는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빨리 NuScale이라는 SMR의 개발에 성공하여 사업화 중이고, 영국, 캐나다 등 원자력 선진국들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1년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한 SMR 포럼이 개최되어 SMR 개발 및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를 해왔고,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혁신형 SMR 개발’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평가를 통과하였다. 왜 지금 시점에서 SMR인가? 이를 논의하기 전에 SMR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원자로는 핵연료를 냉각하는 냉각재로 무엇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경수로(Light Water Reactor, 일반적인 물을 냉각재로 사용), 중수로(Heavy Water Reactor, D2O를 냉각재로 사용), 액체금속로(Liquid Metal Reactor, 나트륨 같은 액체금속을 냉각재로 사용) 등이 있으며, 이들 모두도 각각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중에서 가장 상용화에 근접해있고,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수로를 기반으로 한 SMR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2. 혁신형 SMR 개념

[그림 1]은 우리나라의 주력 원자로인 APR1400과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혁신형 SMR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 1. APR1400과 SMR.

왼쪽은 APR1400 원전의 원자로와 부속계통, 격납건물, 그리고 안전관련 설비들을 도식화한 것이다. 하나하나가 뭔지 따지는 것보다 왼쪽 그림이 오른쪽 그림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고 보였다면, 그것이 내가 의도한 바이다. 혁신형 SMR은 기존 경수형 원전의 원자로와 부속계통, 격납건물, 안전관련 설비들을 철제 용기 안에 넣은 형태를 갖는다. 왼쪽 그림의 그 많던 설비들이 SMR로 오면서 사라지게 만든 것이 자연순환(Natural Circulation)에 의한 냉각이다. 자연순환이란 물이 온도에 따른 밀도 차이, 중력, 증기의 응축에 따른 압력 강하 등의 구동력으로 외부의 힘이 없이도 계통내를 순환하는 것을 의미한다.[참고문헌 2] 자연순환 개념을 도입하면서 극도로 단순화된 원자로 구현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단순성과 외부 전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설계는 SMR의 안전성을 기존 원전에 비해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그림 1]의 왼쪽 그림, 즉 APR1400은 원자로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여 핵연료의 냉각이 안 되면, 이를 냉각하기 위한 물을 주입하기 위해 각종의 물탱크와 펌프들이 구비되어 있다. 당연히 이들 펌프들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전력이 필요하다. 혁신형 SMR에서는 이러한 냉각이 [그림 2]와 같이 구현된다.

그림 2. 혁신형 SMR의 자연순환 냉각.

[그림 2]는 혁신형 SMR의 비상시 자연순환 개념을 나타낸 그림이다. 혁신형 SMR의 노심 및 격납용기 냉각은 방출 밸브와 재순환 밸브 두 가지 수단만으로 가능하므로, 복잡한 펌프, 탱크, 배관 및 밸브가 필요 없는 단순하고 신뢰성 높은 계통으로 구성할 수 있다. 노심 출력 및 온도, 압력 상승 등 비상상태에서는, 원자로용기 상부에 있는 방출밸브가 개방되면서 원자로용기 내의 고온 증기를 원자로용기를 감싸고 있는 격납용기 내부로 방출하게 된다. 격납용기는 냉각수조내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고온의 증기는 격납용기 내부 벽체에서 응축되고, 원자로용기의 열은 격납용기 벽체를 통해 외부 냉각수조로 방출된다. 격납용기 내부에 증기 응축에 의해 내부 냉각수위가 상승하게 되면, 재순환밸브가 개방되고, 이 냉각수는 다시 원자로용기의 강수부를 통해 노심으로 공급된다. 이렇듯 노심을 냉각하면서 발생한 고온증기를 격납용기 벽체에서 응축·냉각하여 다시 노심으로 공급하는 방법으로, 격납용기가 냉각수조 안에 침수되어 있는 한은 외부에서 노심으로의 냉각수 공급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노심 및 격납용기 냉각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사고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노심의 열 발생량이 감소하게 되므로 격납용기 외부에 냉각수가 없어도 공기를 통한 냉각도 가능하여, 추가적인 조치 없이 무한한 기간 동안 냉각이 가능하다. SMR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외부의 지진이나 전원 상실 등 자연재해에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고, 향상된 안전성이 SMR을 탄소중립 시대에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하도록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3. SMR의 경제성

혁신형 SMR이 자연순환에 의한 냉각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력은 제한된다. 자연순환 냉각은 그 자체가 펌프를 이용한 강제 냉각에 비해 냉각성능이 떨어지기도 하고, 원자로 계통 전체를 수조에 침수시키기 때문에 원자로의 크기를 마냥 키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개발된 SMR인 NuScale의 열출력은 200 MWth이고, 혁신형 SMR의 열출력은 540 MWth로 정해지고 있다.[참고문헌 3] 이러한 작은 출력은 SMR이 시장에 등장하는데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어느 물건이든 시장에 나오려면 적정가격 이내여야 하고, 그것은 SMR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설비는 출력이 작아지면 단위출력당 비용이 증가한다. 출력이 작아도 갖출건 다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원자력산업계에서는 보다 경제적인 원전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출력을 증가시켜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창기 건설된 고리1호기는 60만kW의 전기를 생산하는 반면 OPR1000은 100만 kW, APR1400은 140만 kW의 전기를 생산하도록 출력을 증가시켜왔다. 이러한 지난 4~50년간의 역사를 봤을 때, 15만kW의 전기를 생산하도록 설계된 혁신형 SMR이 원하는 경제성을 맞추는 일은 상당이 도전적인 과제인 것이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SMR의 승패는 얼마나 저렴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형 SMR이 적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림 3]과 같이 한 발전소 내에 여러 개의 원자로 모듈을 배치해서 출력을 올리는 것이다. 그림에서와 같이 혁신형 SMR은 4개의 원자로 모듈을 하나의 발전소로 구성해서 결국 60만kW 급의 발전소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모듈 전체를 사전에 공장에서 제작, 운송하여 제작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모듈의 제작 기간이 단축되면, 원자력발전소 건설 시 가장 큰 비용상승의 원인이 되는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혁신형 SMR이 목표로 하는 건설 기간은 24개월이다.(참고로 대형 상용원전의 건설 기간은 60개월 또는 그 이상이다. 한국이 건설할 경우에만 그래도 60개월이고, 미국, 프랑스의 경우에는 이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 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산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운영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목표는 4개의 원자로 모듈을 3명이 운전하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상용원전의 운전조는 약 10~12명이다.

그림 3. 원자로건물 구조 및 원자로 배치 개념



4. 맺음말

안전성이 대폭 향상되어 사고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인근 주민들이 거기에 원전이 있는지도 인지하지 않아도 되는 원자로이면서 현재의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의 숙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가능성이 최근 세계적으로 SMR이 회자되는 이유이다. 추가로 SMR은 여러 개의 모듈은 조합해서 발전소의 전기출력을 정하고, 대형 상용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고 더 안전하기 때문에, 노후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가 용이하다. 세계적으로도 이 시장에서의 SMR 활용이 가장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이 시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장이 본격화되는 2030년대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 착수한 혁신형 SMR이 차질없이 개발되어서 APR1400 이후 다시 한번 원전을 수출산업화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Net Zero by 2050 :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IEA, 2021
[2] IAEA, Passive Safety Systems and Natural Circulation in Water Cooled Nuclear Power Plants, IAEA-TECDOC-1624, 2009
[3] IAEA, Advances in Small Modular Reactor Technology Development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