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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홍 교수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융합에너지공학과


노준홍 교수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융합에너지공학과


미래태양전지로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태양으로부터 우리 지구는 초당 1.37 kJ의 에너지를 항상 받고 있고 이 에너지를 한 시간만 수집한다면 1년간 전인류가 사용하고도 남을 에너지의 양이 된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청정하고 무한한 태양에너지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하는 궁극적 이유다. 태양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에너지로부터 기인한 것이지만 에너지 변환 효율 관점에서 볼 때 태양 빛을 바로 전기로 전환하는 태양전지 기술이 인류가 현재까지 개발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 방법이다. 현재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체제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이며 새로운 미래에 적응을 위해선 재생 전기(Renewable electricity), 즉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얻어진 전기로의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기술 선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양전지는 광흡수층에서 빛(포톤, photon)을 흡수하여 전자-정공 쌍을 형성하고 포톤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은 높은 에너지 전자를 외부 회로로 추출하여 그 에너지를 사용하고 광흡수층으로 다시 돌려주는 단계로 구성된다. 따라서 태양광을 최대한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태양광의 세기는 위도에 따라 크게 차이를 보여 사하라 사막 전체의 8% 수준인 (800km X 800km)면적에 20% 효율의 태양전지 모듈을 설치하면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고위도 지방이라 설치 면적이 더 필요하고 산지가 많아 설치 장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전체 에너지를 태양 재생 전기로 대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갖춘 기술이 미래 태양전지가 될 것이다. 이는 효율을 현수준보다 훨씬 높이는 것과 어디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가볍고 유연한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래 태양전지는 이처럼 고효율을 경량의 유연한 기재 상에 저가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1. 경량-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작을 위한 저온 용액 연속 공정 및 사례 (출처: Joule 2, 1437 (2018) (좌), Vintex(우))

전통적인 태양전지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와 같이 무기물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킨 반도체 광흡수층을 기반으로 한다. 이 기술은 현재 대부분의 태양전지 시장을 점유한 기술이다. 미래 태양전지 기술에서 요구하는 가볍고 유연하며 저가로 기존 태양전지보다 더 높은 효율을 얻는 기술은 꿈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태양전지를 제작하기 위하여 인쇄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하여 왔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나 유기 태양전지는 용액을 기반으로 저온에서 인쇄공정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미래 태양전지는 그림 1에서와 같이 저온 용액 인쇄 공정으로 가볍고 유연한 기재에 제작이 가능하며 대량 고속 생산의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세대 태양전지라 불리는 이러한 태양전지는 기존 무기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아주 낮은 효율로 인해 크게 주목 받지 못하였다.
그림 2. 할로겐화물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와 이를 광흡수층으로 사용하는 태양전지 구조 (출처: Nature Reviews Materials 5, 44 (2020))

하지만 최근 10년동안 페로브스카이트 할로겐화물을 광흡수층으로 사용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등장은 꿈의 기술로 여겨져 왔던 미래 태양전지 기술의 구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할로겐화물의 독특한 물질 특성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인 물질로는 MAPbI3(methylammonium lead iodide)와 FAPbI3(formamidinium lead iodide)가있다. 이 물질은 그림2와 같이 ABX3 분자식을 갖고 BX6 팔면체의 코너가 서로 3차원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A 양이온이 12 배위를 갖는 자리에 위치한 결정 구조 즉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다. 보통 A 자리에 MA, FA, Cs와 같은 1가 양이온, B자리에 Pb, Sn과 같은 2가 양이온, X자리에 Cl, Br, I와 같은 1가 할로겐 음이온이 위치한다. 한 예로, MAPbI3 물질은 MAI와 PbI2를 극성 유기 용매에 용해하고 용매를 증발시키는 과정을 통해 쉽게 얻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0도 수준의 낮은 열처리 온도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할로겐화물 결정 박막을 용액공정으로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앞서 논의한 저온 용액 인쇄 공정을 통한 저가 태양전지 구현이 가능한 특성이다.

이에 더해 페로브스카이트 할로겐화물은 태양전지 광흡수층으로서의 아주 이상적인 물질 특성을 보인다. 1.2eV에서 3.0eV까지 밴드갭이 조절 가능하며, 높은 광흡수 계수 (~104cm-1)를 갖고, 우수한 전자와 정공 확산 거리(수백 나노미터에서 수 마이크로미터)를 갖는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듯 전자와 정공 모두의 큰 확산 거리는 소자 구조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어 n-i-p구조와 p-i-n구조 모두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특성을 갖는다. 포톤을 흡수하여 높은 에너지의 전자를 추출하기에 우수한 물질 특성을 갖고 있어 현재 n-i-p구조에서25.5%의 공인 효율이 보고되었고 이는 기존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과 비견될 정도로 높은 효율이다. 특히 기존의 단결정을 기반으로 한 태양전지와 달리 저온 용액 공정의 다결정의 광흡수층으로 이러한 고효율을 구현한 것으로 큰 의의를 갖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지난 10여년간 주목할만한 효율 향상을 보였다. 특히 단일 접합 태양전지의 공인 효율 향상은 국내 연구진이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은 2013년 16.1%의 공인 효율을 보고한 후 25.2%까지 수 차례 공인 효율을 갱신하여 왔다. 고려대학교 연구진 역시 25.2%의 공인 효율을 갱신하였으며 최근 UNIST 연구진은 25.5%의 효율을 갱신하여 최고 효율로 등재되었다. 최초의 고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보고 역시 성균관대학교 박남규 교수 연구팀에서 보고하였으며, 고효율을 위한 소재, 소자 구조, 공정 등의 핵심기술들이 한국화학연구원 석상일 교수 연구팀에서 발표되어왔다. 이러한 획기적 고효율 소자 기술의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현재 연 4000여편 이상의 SCI 논문이 출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의 유망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그림 3.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다중접합 및 경량-유연 페로브스카이트-페로브스카이트 다중접합 (출처: energy.gov, Oxford PV, Swift Solar)

단일 접합 연구뿐만 아니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최근 다중 접합 연구를 주목해야 한다. 단일 접합으로 저온 용액공정으로 25% 수준 이상의 고효율이 가능한 유일한 태양전지로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주목을 받았지만, 상용화를 위한 기업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 이제 막 연구실 수준의 가능성을 보인 물질로 시장을 진입하기는 어려웠으며, 특히 장기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본격적으로 연구된 기간이 10여년에 불과하여 높은 잠재력에 비해 장기 안정성, 양산성 등의 연구가 필요하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였다. 그림3에서 보이는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다중 접합 태양전지는 기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 기업의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하였다. 영국의Oxford PV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 초기부터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다중 접합의 시장 진입을 목표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였으며, 현재 대표적인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기업인 한화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의 연구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현재 이미 30% 수준의 효율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추가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장기 안정성이나 양산성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다중 접합 태양전지의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접합 및 앞서 논의하였던 경량-유연 태양전지의 상용화도 한발 가까워 질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다중접합 기술의 발전은 그림3(오른쪽)에서와 같이 페로브스카이트-페로브스카이트 다중접합 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고 이는 초고효율 경량-유연 태양전지 기술로 크게 기대된다.
그림 4. Monolithic 모듈 구조, Panasonic 대면적 모듈, 향후 활용 분야 (출처: Joule 2, 1437 (2018), Panasonic)

양산화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험실 수준의 소면적 코팅 기술에서 대면적 코팅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며, 기존 CdTe박막형 태양전지와 같은 monolithic 모듈 구조 구현 기술 (그림 4 왼쪽 상단)이 요구된다. 그림 4 (오른쪽 상단)에서 보듯 일본 Panasonic사는 (30 cm x 30 cm) 수준의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을 구현하여 현재 최고 공인 효율 17.9%을 보고하였다. 국내 업체로는 유니테스트 사에서 대면적 모듈 양산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진은 대면적 모듈과 유연 대면적 모듈 기술을 정부 프로젝트로 개발하고 있고 단일 접합 대면적 모듈 기술 역시 국내 기술이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유연 경량 기재로의 적용 기술 역시 미래 태양전지를 위해 주목해야 한다. 유연 경량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의 유리 기판을 위한 고효율 태양전지에 비해 연구 초기 단계에 있다. 주로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나 PEN(polyethylene naphthalate) 플라스틱 기재 위에 투명전극으로 ITO(In2O3:Sn)가 코팅된 기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낮은 열처리 온도 및 ITO의 특성을 고려한 전하 전달층 및 페로브스카이트 층의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현재는 실험실 수준에서 21% 수준의 효율이 보고되고 있으며 향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또한 빌딩이나 도심형 태양전지로 사용하기 위한 투광성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연구도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며 전력연구원은 상용급 200W 유리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시제품 개발연구를 수행 중이다. 고효율 경량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그림4에서와 같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급격한 효율 향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장기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구성 연구가 현재 활발하다. 내구성은 광, 열, 수분에 대한 저항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광과 열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수분은 봉지재를 통하여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광과 열에 대한 안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여러 보고들에 따르면 1000시간 광 조사 조건과 85도 열안정성 조건에서 안정성이 확보된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어 장기 안정성 확보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광흡수층으로 사용되는 할로겐화물뿐만 아니라 n-type과 p-type층으로 사용하는 전하전달층의 개발 역시 중요하다. 전하 전달층은 광흡수층의 상하부에 위치하여 효율뿐만 아니라 내구성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고효율화 및 고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하전달층 개발이 요구되고 있고 특히 다중접합을 위한 기생흡수를 최소화한 전하전달층 개발 역시 요구되고 있다. 또한 고효율화 및 고 내구성을 위한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양산화를 위한 대량 생산 및 대면적 코팅에 적합한 소재의 개발도 향후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미래 태양전지의 조건을 갖춘 유일한 태양전지 기술로 볼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초기 개발된 지 10여년 정도밖에 안된 기술인 것 또한 인지 해야 할 사실이다. 광흡수층인 할로겐화물의 우수한 물성으로 높은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대면적화 모듈과 다중 접합 소자 결과가 그 가능성을 더욱 가시화 하고 있지만 지속적이고 과감한 연구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전세계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관련 기술을 선도하여온 국내 기술이 빠르게 기업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산학연 교류의 활성화로 상용화 기술을 국내에서 선점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