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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지식재산권




김정무
수안특허법인 변리사(파트너)



김정무
수안특허법인 변리사(파트너)

스타트업의 경제적 해자
창업에 대한 인식 변화, 다양한 창원지원 프로그램, 정부의 지원과 민간차원의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스타트업 창업에 관한 허들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의 창업 성공률은 여전히 낮으며, 설령 비즈니스 모델이 적절하고 사업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뒤따르게 된다.

“대기업이나 관련 경쟁자가 이 사업을 모방하여 시장에 진입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투자자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로, 이 질문의 요지는 스타트업보다 월등한 자원을 가진 경쟁자 또는 해당 업종에서 오랜 업력을 가진 경쟁자에 대항하여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우위 요소, 즉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가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자본력, 마케팅, 영업력, 네트워크가 약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지식재산권만큼 좋은 경제적 해자도 없다. 즉, 스타트업은 그들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특허,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 등의 회사의 무형자산을 통해 다른 유형의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있다.

혹자는 최근에는 기술이 축약된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고, 가령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 기업은 비즈니스 성격상 고객 선점을 통해 구축된 독점적 생태계만으로 이미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낮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기업들조차 막대한 양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특허장벽을 튼튼히 쌓아가고 있으며, 아이디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히려 모방이 용이하고, 모방해도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지식재산권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전술한 투자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핵심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두었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할 수 없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할 VC는 많지 않다.

스타트업의 특허 실태 및 인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2019년 발표한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창업 7년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2.8%이다. 전체 직원 중 R&D 인력 비중은 33.2%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R&D 집약형 기업의 특성이 대기업이나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 스타트업의 지식재산활동 특성 분석-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9.05.13.)
또한, 스타트업은 평균적으로 특허 8.1건, 상표 3.2건, 디자인 0.3건을 보유했다. 이를 R&D 투자액 1억원당으로 환산하면 2.8건의 특허성과를 보여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높은 R&D 효율성을 기록했다.
(출처: 스타트업의 지식재산활동 특성 분석-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9.05.13.)
하지만, 스타트업은 특허 출원·등록 수수료, 변리사 비용, 심판·소송비용 등의 지식재산 관리비용으로 연간 3051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의 R&D 투자 대비 10.64%로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은 연구개발(R&D)를 통한 특허창출 성과가 높은 반면 특허를 등록·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특허비용은 스타트업으로 하여금 특허에 대한 회의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식재산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동안 특허비용을 쓰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였던 경험이나, 특허에 쓰는 비용을 R&D나 인력 충원에 활용하여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전술한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35배, 5년간 고용증가율은 4배, 매출증가율은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는 바,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생존율과 성장성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발명, 혁신 또는 서비스에 대한 사업모델이 확립되면, 가급적 신속하게 특허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지식재산권 없이 사업을 진행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긴 하다. 지식재산권 외에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하고 있거나, 해당 사업이 사양사업이거나, 신사업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외면을 받게 되어 그 사업을 모방하려는 자가 없는 경우라면 말이다. 하지만, 사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때부터 모방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결국 플레이어들 모두 가격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특허에 대한 오해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점은,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에게 지식재산권은 기술과 브랜드를 보호하는 수단인 동시에, 투자유치, 기업 상장 등을 촉진하는 핵심 자산임엔 분명하지만, 특허의 가치나 효용이 과대평가된 측면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특허가 사업을 성공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필자가 만나 본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는, 이러한 믿음 하에서 본인이 직접 특허법과 심사 실무를 공부하는 분도 계셨다.

특허는 사업을 성공시켜 주지 않으며, 성공하는 사업을 보호해 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업이 성공한다면 그 특허의 가치는 크게 상승할 것이고 사업이 실패하거나 실패가능성이 높다면 특허는 한낱 종이문서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지식재산권은 사업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스타트업 대표는 우선 해당 사업의 ‘성공’에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성공을 뒷받침할만한 적절한 수준의 지식재산권 확보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기술과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특허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정 범위와 비용 내에서 챙기는 수준이면 족하다.

특허에 대한 오해 중 또 하나는,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해 특허를 획득하기만 하면, 이제 이 사업을 아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특허권의 본질은 독점배타권으로, 특허는 ‘창’이지 ‘방패’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획득한 특허기술을 타인이 모방할 경우, 침해를 행한 타인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공격무기가 될지언정, 타인의 특허를 내가 침해하고 있는 경우까지 방어해주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IBM 다음으로 가장 많은 미국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지만,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기업 순위 또한 2위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에 적합한 지식재산권 전략
1. 특허정보의 활용
기업들의 특허문서는 모두 공개되어 있다. 특허문서는 출원인(기업)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들인 기술 문서이자 사업 문서이다. 관련 기업들의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들여다 보기에 이만한 공짜 자료도 없다. 일반적으로 선행특허를 조사하는 목적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출원을 진행하고자 할 때, 관련 선행기술(특허)을 조사하여 해당 특허의 등록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아이디어의 특허등록가능성을 검토하기 전에, ‘미완성’인 아이디어 초기 단계에 이 특허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해당 스타트업이 해결하자고 하는 기술적 과제 및 아이디어에 대해 과거 누군가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허문서에는 과거 그들이 그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했는지에 대한 많은 힌트가 담겨 있다. 심지어, 해당 스타트업이 하려는 비즈니스 모델과 동일한 아이디어가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의 R&D 초기 기획단계에서 선행 특허문서를 브레인스토밍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많은 자원을 세이브할 수 있다.

둘째, 발견된 특허문서가 등록된 특허라면 분쟁을 사전에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지면의 한계상 열거할 수 없을 뿐, 스타트업과 대기업간 뿐 아니라, 스타트업들 간 특허분쟁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사업 초기 수년 내 승패가 갈리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한번 분쟁이 휘말리면 제품/서비스 출시가 어려워지고, 인건비와 개발비용 등 제품/서비스 출시를 위해 투자했던 비용을 날릴 수 있으며, 이는 기업 성장에 치명적이다. 큰 기업과의 특허분쟁에서 승리하고, 이를 발판으로 독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여 결국 사업에 성공한다는 드라마는 꽤 감동적이지만, 현실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키프리스(kipris.or.kr), 구글 patent(https://patents.google.com), Espacenet(https://worldwide.espacenet.com) 등의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선행특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키워드 중심으로 특허 검색이 가능하며, 경쟁사의 이름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검색툴의 UI가 잘 갖추어져 있어 전문가 도움 없이도 상당 부분 가능하다.

2. 지식재산권 확보 전략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같은 지식재산권 출원 전략을 실행할 수 없거니와 실행할 필요도 없다. 기업의 성장 단계상 지식재산권의 활용 목표가 다를 수 밖에 없고, 실행 역량과 예산에서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같은 특허의 양적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자신의 제품/서비스를 포괄하는 발명을 하나씩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자신만이 사용하는 기술이 아닌, 경쟁사 또는 타인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기술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여 작성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기술을 개발한다면 ‘사용자 단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구강 스캐너를 개발한다면 ‘3차원 측정장치’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권리의 대상을 확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 초기에는 내실 있는 핵심특허를 확보하고, 사업의 성장에 발맞추어 지식재산권의 수를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쿠팡은 2013년 1건의 특허출원, 150여건의 상표출원으로 사업을 시작하였고, 해마다 지식재산권을 늘려 2021년 현재 300여건의 특허, 2,700 여건의 상표를 출원하였다.

(출처: kipris.or.kr)
또한, 회사의 상호, 제품/서비스의 브랜드는 최소한 제품/서비스 출시일보다 1년 전에 미리 상표로 출원해 둘 필요가 있다. 출시일에 임박하여 상표를 출원하였다가 상표가 거절되는 경우, 동일/유사상표의 상표권자에 의해 회사 상호를 변경해야 하거나, 제품/서비스 브랜드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사소한 상표출원이지만 이를 실기함에 따른 손실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기업과 궁합이 맞는 특허전문가를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사내에 특허전담부서 내지는 전담인력을 두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자사의 지식재산권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지식재산권 확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자사의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특허전문가를 곁에 두는 것이 좋다. 지속적인 자문이나 멘토링을 해줄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변리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담당 변리사는 기업의 기술과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고, 무엇보다 기업의 성장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 로펌의 경우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에 소홀할 수 있고, 비용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동업이 가능한 사업 파트너를 선정한다는 마음으로, 가능한 많은 변리사들을 만나보아야 한다. 담당 변리사가 결정되면 전적으로 그를 신뢰하여야 하며, 그를 끊임없이 괴롭혀야 한다. 회사 상호, 제품/서비스의 브랜드 확보, 아이디어나 기술의 특허 확보 전략 등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IP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주문하여야 한다.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게 있어, 해야할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허전문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라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특허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센터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IP(지식재산) 바로지원 서비스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사업기획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특허바우처’ 사업에 지원하여, 출원비용 지원, 특허분석 및 컨설팅 등의 IP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