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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예술, 연극, 뮤지컬 연출가 장병욱 동문



Q. 서울공대 구성원과 공대 동문분들께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01학번, 지금은 다원, 뮤지컬, 연극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연출하고 있는 해보카 프로젝트(HaVokA Project)의 대표 장병욱입니다.

Q. 대학 학창 시절 기억에 남은 추억이 있으신지요?
A. 저는 대학을 가게 되면 꼭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전기공학에 대한 궁금증도 많아서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러던 와중에 연극동아리에 들어가 연극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업의 꿈도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N-CEO라는 경영동아리에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경영학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관련된 프로젝트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뭘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두 동아리에서 지지고 볶으며 했던 많은 경험들이 지금은 추억이자 자산인 것 같습니다.

Q. 연극 뮤지컬 다원 예술 연출가로 활약하고 계시는데요, 어떠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A. 제가 졸업을 하던 시기에 정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고민 끝에 제가 결심한건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 하면서 한번 살아보자‘라고 것이었어요. 근데 예술이라는게 제가 동경하지만 잘 모르는 영역이고,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에 없다 보니 막상 들어가기가 많이 두렵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제가 생각했던 게 ‘저 같은 고민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번 다 모아서 그 사람들이랑 고민도 함께 나누고 같이 일을 한번 벌여보자.’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 연극동아리들을 컨택해서 그때 만난 친구들이랑 같이 “연극열정”이라는 대학생 연극 페스티벌을 만들었습니다. 그 일을 벌이기 전까지는 ‘내가 이걸 해도 되나?’,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많았는데, 일을 벌이다 보니 그것들이 이제 어느 순간에 ‘맞아, 하면 되지!’, ‘이거 정말 좋다!’라는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공연예술계에서 일해며 살겠다는 된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HaVokA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해보카 프로젝트(www.HaVokA.com)는 전기공학을 졸업한 저와 건축학과를 졸업한 제 가장 친구와 함께 만든 팀입니다. 그 친구랑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야, 우리 이런 거 한번 해보까?’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저희가 생각하는 바, 저희가 꿈꾸는 바에 대해서 뭐든 자유롭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해보카 프로젝트(HaVokA Project)라는 이름을 만들고 활동을 하게된거죠. 그래서 저희는 연극이면 연극, 뮤지컬이면 뮤지컬, 특정 장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작업도 하지만,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재미있는 생각이 있을 때 그걸 작품이든 사업이든 자유롭게 만들어나가는 크리에이티브 팀입니다.

Q.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다원 예술의 앞으로 전망과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다원예술 분야는 실험적이다 보니 타장르보다는 조금은 속도가 빠른 장르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술 자체가 워낙 고도화 되어있고 우리나라는 기술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있다 보니, 기술과 예술이 만나서 새로운 시도, 전에 없던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들이 열리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Q. 서울공대 학창 시절 경험 중 현재까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경험들일까요?
A. 전기공학부 학생은 1학년 때 “컴퓨터의 기초”라는 수업을 듣습니다. 근데 제가 1학년때 동아리 활동하느라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졸업 전에 재수강을 해야했어요. 그때 재수강 신청하면서 이왕 하는 거 정말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보자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그 수업에서 참 인상 깊었던 게 하나 있는데 교수님이 과제로 내준 파이널 프로젝트였어요.

기말 파이널 프로젝트로 각 팀별로 어떤 주제의 프로젝트든지 좋으니 그거를 팀원들끼리 정하고 그거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그 결과물을 마지막에 발표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저희 팀원 대부분이 전기공학부이다 보니까 바이러스에 대한 걸 주제로 삼아서 컴퓨터 바이러스, 생물학적인 바이러스 그리고 사회에서 바이러스와 같은 요소들에 관하여 인문학과 공학을 접목한 방식의 프로젝트를 진행을 했습니다. 그 프로젝트 안에서 나름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만족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그 발표를 했던 그 당일 앞으로 뭔가를 해나갈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배웠어요.

저희 팀원 대부분이 전기공학부이다 보니까 “이런 프로젝트가 이 수업 성격에 맞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발표했던 많은 팀들이 교수님 말대로 특정 영역에 대한 제한없이, 어떻게 보면 뜬금없을 정도로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제 스스로가 ‘어? 교수님이 어떤 주제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제한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스스로 그어놓은 선 때문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교수님이 마지막에 수업 끝에서 얘기해 주셨던 게 저한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죠. “스스로 정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그에 따라서 새로이 뭔가를 해내야 됐을 거에요. 여기 있는 학생들이 지금 20대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시간 동안 새로운 기술과 학문들이 수없이 생겨날 텐데, 그런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못할 것, 하면 안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세요.” 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그때의 가르침이 아직도 저한테는 지금의 세상을 대하고 도전하는 데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Q. 최근 공대에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A. 저는 공학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공연예술 분야의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좀 다른 분야를 꿈꾸는 친구들과 가끔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습니다. 근데 그때마다 저는 두 가지를 꼭 얘기합니다. 한 가지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라는 대로 한번 실행해 보고 거기서 끝까지 한번 버티고 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해보라구요. 왜냐면 내 인생이잖아요. 저는 이제 공연예술계에서 일해온지 14년 차 인데요. 그 시간을 지나오고나서 한가지 더 이야기하는게 생겼어요.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들여다보는 노력만큼 지금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는 거요. 물론 누구도 미래를 아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흐름과 방향성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고민하다 보면, 그 접점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면서 동시에 지금 내가 살고있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 중간 어딘가에서 길을 잃거나 자신이 원했던 방향성 자체가 흐려지면 그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적어도 이 두가지를 진지하고 고민하고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지 결정한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공대 출신의 다원예술 연출가로써 앞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창의력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예전에 인터넷이 등장할 때, 그리고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게 세상을 엄청나게 바꿔낼 거야.’ 라고 다들 얘기하던 때에 저는 ‘아마도 이런 것들이 이 정도로 바뀌긴 바뀌겠지...’ 라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크기 안에서만 상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크기의 변화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아는 세계가 이 정도이니까 이정도 변화가 일어날 거야…’ 라고 그냥 짐짓 한계를 그어 버렸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완벽한 저의 판단 착오였던거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은 제가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은 그게 조금은 허무맹랑 할지라도 그냥 그 한계를 아예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그 넓은 상상의 공간 안에서 내가 꿈꾸는 것하고 지금 시대의 흐름과 어느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뭔가가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이 꿈꾸는 상상력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계속 접목시키려는 노력 자체가 창의력이자 창의력이 시작되는 순간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Q. 서울공대 웹진 독자(동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A. 무엇보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다들 너무 힘든데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보카 프로젝트라는 팀에서 창의력 혹은 발견한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관객들과 만나는 현장성이 중요한 공연예술이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관객으로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방식의 새로운 극장 체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VR, AR로 관심이 향하고 이 기술들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월트디즈니파트 부사장인 틸락 만다디(Tilak Mandadi)도 디즈니의 미래를 물리적 세계와 디자털 세계를 넘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풀어낼 수 있는 테마파크 메타버스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저는 공연예술과 기술이 만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과 예술의 접점에서 작업을 꾀하고 있는 동문분들이 있으면 함께 협업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