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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교육 변재용 회장


Q. 서울공대 구성원과 공대 동문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동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1975년 자연계열에 입학해서 1981년 토목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1982년 ‘영재 수학 교육연구회’라는 영․유아, 초등대상 어린이 교육회사를 창업했고, 올해가 2021년이니까 40년 동안 교육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회사 이름은 '(주)한솔교육‘입니다.
Q. 대학 학창 시절 기억에 남은 추억이나 은사님이 계신지요?
A. 1학년 때는 계열과정이었고 2학년 때 전공을 정하고 공대 태릉 캠퍼스로 갔습니다. 그런데 전공과 적성이 잘 맞지 않아 서클 활동에 전념하다 보니, 과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전공 교수님하고는 친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몇 분 계시는데, 그 중 한 분이 장승필 교수님입니다. 30대 중반 젊은 교수님답게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한 분은 서울대 총장을 지내신 선우중호 교수님입니다. 선우 교수님은 제가 학생운동을 하다 긴급조치위반으로 구속된 뒤 복학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Q.한솔교육을 창업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의 공대 학창시절은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 독재 통치가 가장 극에 달했던 소위 ‘긴급조치 9호’ 시기(1975~79년)였습니다. 많은 대학생과 지식인․시민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학생운동 관련 서클활동에 가담했고, 방학 중에는 공장에서 노동을 체험하거나 농촌활동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야학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정치,사회,경제 문제등에 관심이 많았고 졸업 후 전공분야로 간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감옥에 갔다가 출소한 후 복학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게 되자 생활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부에 전문직 공무원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주된 관심사는 사회민주화와 노동운동이었습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7,8년 지나면서 민주화가 조금 진전되었고, 제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었을 즈음, “내가 정치를 할 재목은 아니다. 여태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 활동한 것이지 특별히 정치에 대한 꿈과 야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 않은가?” 라고 스스로 그동안의 활동을 반성하고, 평생 제가 할 일을 깨달았어요. 당시 3저 호황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고 가계 소득수준도 올라가고, 한편 핵가족화와 한 자녀 낳기 운동으로 더욱 소중해진 자녀의 영․유아 교육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고등교육 정책에만 관심을 두었고 영유아교육은 전체 교육예산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관심 밖이었지요. 그리고 당시 교육회사들의 교육교재나 프로그램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교육과 문화 발전에 평생을 바치면 민주화운동 못지않은 의미가 있고 장기적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 우리나라를 교육․문화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이니까요. 이렇게 의미를 찾으면서 ‘82년 노동부 퇴사 후 부업으로 시작한 교육사업을 ’91년 주식회사로 전환해서 본격적으로, 한눈팔지 않고 매진했습니다.
Q. 한솔교육에 대한 회사 소개, 사업과 관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교육 교재 출판과 교육 서비스를 하는 회사입니다. 그중 메인은 3~5세 유아대상 ‘신기한 한글나라’로 , 모국어인 한글 학습을 놀이식으로 재미있게 배우면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초등으로 올라가면 ‘한솔플라톤’이라는 톡서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는 장차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기틀을 잡아주는 것이지요.

영아 대상으로는 아이들의 다중지능을 개발하는 ‘핀덴(Finden)’이 있습니다. ’Finden‘은 ’발견하다(find)'라는 독일어인데 아이의 소질과 장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아이들의 사고와 창의력을 계발하는 ‘브레인스쿨’이라는 시설 사업도 운영 중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사회 공헌 조직인 비영리 재단도 만들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한솔교육희망재단’과 정부관공서와 기업체의 직장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해주는 ‘한솔어린이보육재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방문보육과 시설보육을 하는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형 ‘한솔아이키움’이 있습니다. 전체 회원 수는 on․off 모두 20여만 명이고, 교사와 임직원은 5000여 명입니다.
Q. 앞으로 국내 교육 시장에 대한 전망과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업은 역시 시장규모와 성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신생아 수가 년 70만 명에 달했는데 작년 ‘20년에는 27만 명이 채 안 됩니다.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교육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19로 대면 교육에 치중했던 회사는 그 타격이 큽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교육과 ICT를 결합한 소위 에듀테크 방식으로 비대면 교육을 활성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영․유아가 주대상이라 변화가 조금 느린편입니다. 인지적 성장 못지않게 오감발달과 정서발달 등 비인지적 성장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스마트기기를 일찍부터 만지게 하는 것이 걱정스럽고, 교사와의 직접 대면으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놀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속도는 더디지만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창의적 사고,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 역량이 있는 인재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아이들의 타고난 소질과 역량을 충분히 발현시키고 마음껏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제품과 서비스 방식도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Q. 서울공대 학창 시절 경험 중 현재까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경험들일까요?
A.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한 선배가 강의실에 들어와 본인 서클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고 젊은 패기와 생각이 좋아 보여 동아리 활동에 가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고뇌하며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서클활동을 하며 폭넓은 계층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 특히 해방후 현대 정치사에 대해 학습하며 우리 사회를 보는 안목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노동야학과 공장 활동․농촌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를 성장 발전시키고 주역이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깊이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좌표가 정해졌지요.
Q.최근 공대에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A. 국내외로 우수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열심을 다해 공부하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적성과 소질을 잘 알고 본인의 전공이 이와 맞는 사람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전공이 본인의 소질․적성과 맞지 않아 회의가 드는 분들입니다. 저도 그랬듯 전공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있을텐데, 그런 분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보며 느낀 점인데, 빨리 성공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올바른 길로 가는 것,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살 것인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면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고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공대분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우수한 인재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어떤 자리이든 중심적 역할을 하는 인물로,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따라서 리더의 덕목에 필요한 준비는 미리 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Q. 앞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창의력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인공로봇, 무인자율주행차, 드론 등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또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에서 활용될 것으로 봅니다. 3차 산업시대 였던 지난 20세기 말 21세기 초, 소위 ‘정보화 혁명 시대’에도 ‘창의력’에 대한 논의가 많았고 우리나라는 이에 주동적으로 대비하여 정보화 선진국으로 발돋움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역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다만 ‘창의력’이란 인간의 본성, 즉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본질적 속성인 “창조성”을 바탕으로 발휘되는 역량인 만큼 인간의 부차적 속성, 단순기능적 역량에 관심을 두면 안 될 것입니다. 후기 산업사회에 필요했던 대규모 생산에 적합한 집체교육 방식의 인재양성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발현되고 잠재된 역량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즉 개개 인간의 본질적 속성, 개개 인간의 창조성이 어떤 구속이나 제약을 받지 않고 충분히 발휘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점차 “평등과 공정”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이러한 창의력의 바탕이 되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높일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함께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 서울공대 웹진 독자(동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웹진을 통해 동문들을 만나 반갑습니다. 서울대 동문 소식지를 가끔 보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발전의 큰 역할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각자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교류의 장으로서, 서울공대 웹진이 그런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공대와 웹진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