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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모라비아의 진주, 텔츠(Telc)을 찾아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수필가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 수필가
체코의 모라비아(Moravia) 지방은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지역 이름이다.
체코 하면 수도 프라하를 떠올릴 정도로 프라하는 인기 있는 관광지이다. 체코는 동부에 모라비아, 서부에 보헤미아 지역이 있다. 프라하는 보헤미아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이며, 보헤미아의 진주라 불리는 중세도시 체스키 크롬로프가 남부에 위치한다. 모라비아 지역은 체코 전체 면적의 30% 정도이다.
모라비아의 대표적인 도시는 브르노와 올로모우츠이다. 브르노는 모라비아에서 가장 큰 중심도시이며, 올로모우츠는 대표적인 중세도시로서 프라하 다음으로 중세 유적지가 많은 도시이다. 모라비아 지방은 아시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지 재작년 7월 하순 내가 방문하였을 때도 동양인은 보기 어려웠다.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지역 경계 부근에 해발 600-800m의 모라비아 고지가 북동-남서 방향으로 약 200km 연장되어 있다. 모라비아에는 농경지가 광범위하게 분포되며 특히 모라비아 남부는 체코 와인의 대부분(96%)을 생산하는 비옥한 옥토 지역이다.

텔츠(Telc)는 ‘모라비아의 진주’라 불리는 12세기 중세 마을이며,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전된 소도시이다. 이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1992년 등재되었고, 세 개의 연못에 둘러싸여 있는 동화 같은 마을이다. 텔츠는 모라비아 남부에 위치하며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프라하를 잇는 도로의 중간 지점에 있다. 프라하에서 남동 방향으로 150km, 브르노에서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다. 모라비아의 중심도시 올로모우츠에서 버스로 출발하여 텔츠 도착에 세 시간 반이 걸렸다. 오는 도중의 전원 풍경과 작은 마을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체코 작가는 “텔츠보다 아름다운 광장을 가진 도시는 없다”라고 묘사하며, 체코 관광청은 “텔츠는 예술가와 몽상가를 위해 만들어진 사랑스럽고 연약한 분위기를 내는 도시”라고 소개한다. 텔츠는 “객관적으로 매력이 있으며,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겐 최적의 장소이며, 파스텔톤의 동화 같은 마을”이란 평판이 나 있다.

텔츠 버스터미널에서 10여 분 걸어가면 세 개의 연못으로 둘러싸인 텔츠 성에 도착한다. 슈테프니츠키 연못 옆의 돌니(Dolni) 성문을 들어서면 자하리아슈 광장이 나타난다. 이 광장 이름은 16세기에 이탈리아 건축가를 불러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으로 이 중세 마을을 건설한 텔츠의 영주 자하리아슈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광장은 북서-남동 방향의 길쭉한 모양이며 길이는 약 500m, 넓은 폭이 약 270m 정도이다. 이 광장의 주위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다양한 색깔과 독특한 외관을 지닌 14세기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 건물들은 마치 종이로 세워놓은 듯한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광장 중심에 페스트 종식 기념탑인 성모 마리아 석주가 서 있다. 광장 북서쪽에 고딕 양식의 텔츠 성(16세기 후반 건립), 높이 60m의 첨탑이 있는 성 야고보 교회(16세기 중기), 텔츠에서 가장 높은 바로크 양식의 쌍탑이 두드러진 예수회 성당과 대학(17세기 중기)이 있으며 가장 큰 건물이다. 텔츠 성에서는 때때로 음악회가 개최되기도 하고 영화 촬영지로서도 이름이 높다.
텔츠 성내는 중세 분위기를 강하게 보여 주며 색다른 역사지구에 들어왔음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색깔과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텔츠를 둘러싸고 있는 연못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치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주변 건물의 분홍색과 백색의 잔상은 물과 하늘과 건물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다. 연못에 비치는 햇살은 거울처럼 반짝이며 색채의 조화는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해 준다.

광장의 건물들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거주민들의 집과 생활상을 볼 수 있다. 길지 않은 골목을 빠져나오면 우리츠키 연못 위로 벨프스카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에서 바라보이는 텔츠 마을의 높은 건물들- 분홍색 지붕과 흰 벽의 조합과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절경을 이룬다.
나는 연못 다리 위에서 보이는 동화 속 마을 텔츠에 매료되어 내 산문집 표지 사진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또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이렇게 조용하고 멋진 마을에서 일주일 아니 한 달 정도 조용하게 머무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상념에 잠긴다. 새로운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발동한다.

체코 하면 보헤미아 지방의 프라하와 체스키 크롬로프에 익숙해 있는 나에게 모라비아 지역은 또 다른 매력의 중세 문화를 보여 주었다. 나는 유럽의 많은 나라와 지역을 여행해 보았지만 텔츠 만큼 아름다운 중세 마을은 보지 못했다.
체코 동부의 모라비아 지방(진한 초록색 부분-위키 백과에서 인용함). 서부를 보헤미아 지방이라 하며 수도 프라하가 위치한다.
모라비아 올로모우츠에서 텔츠로 오며 보이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
텔츠 성 북쪽의 돌니(Dolni) 성문 가는 길. 왼쪽으로 슈테프니츠키 연못이 있음.
바로크 양식의 쌍탑이 두드러진 예수회 성당과 대학(17세기 중기). 높이 60m의 첨탑이 있는 성 야고보 교회(왼쪽 사진 중앙, 16세기 중기).
고딕 양식의 텔츠 성(오른쪽 사진 중앙, 16세기 후반 건립).
광장에서 북서 방향(왼쪽 사진)과 남동 방향(오른쪽 사진)으로 보이는 길게 늘어선 중세 건물 모습.
텔츠 성내 자하리아슈 광장에서 보이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늘어선 건물들.
광장 중심에 있는 페스트 종식 기념탑인 성모 마리아 석주.
광장 남서쪽 우리츠키 연못으로 나가는 좁은 골목에 있는 가정집들과 연못의 다리. 이 다리 위에서 텔츠 성 중세도시의 그림 같은 모습이 보인다.
텔츠의 높은 유적 건물 풍경- 14세기 텔츠 성과 16세기의 야곱 성당의 종탑,
바로크 양식의 쌍탑이 두드러진 17세기 예수회 성당과 대학을 중심으로 분홍색 지붕과 흰 벽의 조합 풍경이 우리츠키 연못 수면에 비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