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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명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바이오메디컬융합연구본부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옥명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바이오메디컬융합연구본부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활성산소의 의공학적 응용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 즉 ‘건강수명의 연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TV와 신문 같은 전통적 미디어는 물론 유튜브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에서 운동, 식이요법, 건강 보조식품, 의약품 및 의학에 이르는 건강 관련 정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의 범람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 습득 격차에 의한 정보 소외가 노인층을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1]. 이러한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중들에게 친밀한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체내에서 생성되어 세포에 산화 압력을 미치고 DNA를 손상시켜 노화 및 각종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인데, 또한 특정한 면만 부각되어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대중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활성산소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물론,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활성산소의 의공학적 응용 사례와 관련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노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체내 활성산소에 대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조기 발견 및 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2019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통계에서 전체 사망원인의 27.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였으며, 인구 10만명당 암사망율은 158.2명에 달하기 때문에(2020년 9월22일 통계청 발표자료, 「2019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암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에 대한 공포가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 보건산업진흥원(KHIDI) 산업정보 코너에 소개된 자료를 인용하자면 “활성산소는 노화를 유발하는 질병의 90%”에 연관성이 있다고 하며, 관련된 구체적 질환으로는 “만성피로,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심장질환, 말초혈관질환, 알레르기성 피부염, 암, 노화 및 신장질환” 등 광범위하다 [2]. 이외에도 활성산소의 해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정보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활성산소를 의공학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음을 소개하는 본 글에서 굳이 더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그러나, 너무 위험해서 체내에 절대로 존재하면 안될 것 같은 대중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인간이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늘 일정 수준의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즉, 절대로 몸에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활성산소는 사실 우리가 ‘밥먹고 숨만 쉬어도’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소비하는 산소의 2~5% 정도가 활성산소의 일종인 수퍼옥사이드(⦁O2-)로 변환된다고 보고되었다[3, 4]. 체내에서 활성산소가 항상 생성되기 때문에, 활성산소로 인한 생물학적인 부작용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 시스템이 몸에 갖춰져 있어 일상적인 수준의 저농도 활성산소는 몸에 별다른 해가 없다. 대표적으로 체내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로는 SOD(superoxide dismutase, 수퍼옥사이드 제거효소, SOD1, SOD2, SOD3 세 종류가 있음), GPX(glutathione peroxidase, 과산화수소 및 유기퍼록사이드 제거, GPX1~GPX8), CAT(Catalyse, 광범위한 활성산소 제거) 등이 있으며, 비효소 항산화제(nonenzymatic antioxidant)로는 Glutathione(GSH), 요산(uric acid), 빌리루빈(bilirubin) 등이 있다 [5]. 항산화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물질로 가장 유명한 것들은 비타민 C, 비타민 E와 베타카로틴, 셀레늄, 폴리페놀 등이 있다. 항산화에 좋다는 식품으로 흔히 소개되는 것들은 당근(베타카로틴), 브로콜리(베타카로틴), 비트(안토시아닌, 비타민 C), 키위(비타민 C, 베타카로틴), 피스타치오(셀레늄) 등이 있다 [6]. 그러나, 체내에서의 항산화 효과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이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니며, 식품의 경우 소화, 흡수 과정 등 복잡한 인체의 대사 작용에 대한 이해나 검증 없이 일부 과장된 정보들도 많다는 견해도 분명 존재한다 [7]. 사실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아직도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체내에 존재하고 특정한 작용이 있는 물질들도 동전의 양면 혹은 그 이상의 복잡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효과를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활성산소가 체내에서 도움이 되는 측면과 심지어 이를 의공학적으로 응용하고자 하는 연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활성산소(ROS)는 문자 그대로 산소를 포함하는 반응성이 큰 라디컬을 말한다. 그 종류에는 수퍼옥사이드(⦁O2-), 하이드록실 라디컬(⦁OH),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 H2O2) 등이 있다. 한편, 체내에는 질소원자(N)를 포함하는 산화제 그룹이 존재하며 이를 활성질소종(reactive nitrogen species, RNS)이라 부르며 학자에 따라 따로 분류하기도 하나 대체로 활성산소의 서브 그룹으로 본다. 본 글에서도 활성산소(ROS)로 통칭하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성질소종(RNS)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체내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미토콘드리아에서 먼저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수퍼옥사이드이며, 효소에 의해 상대적으로 산화력이 약하고 세포에 영향을 덜 미치는 과산화수소로 변환되는데, 과산화수소는 금속이온과의 상호작용으로 하이드록실 라디컬을 생성(Fenton reaction)하기도 한다 [8]. 활성질소종의 대표적인 화학종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일산화질소(nitric oxide, NO)이며 자동차나 공장에서 생성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알려졌다가 1987년에 포유동물에서 합성되는 것이 밝혀지고 [9] 체내 생리학적 기능이 규명되면서 1998년에 L. J. Ignarro 박사와 F. Murad 박사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여되는 등 아주 중요한 활성질소이다. 체내에서 NO를 합성하는 효소(NO synthase, NOS)에 의해 합성되고 신경전달물질이면서 혈압조절 및 혈관의 재연결 등에 관여하고, 면역반응과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은 만성 염증질환의 발생에도 연관되어 있다. 산소 및 수퍼옥사이드와 반응하여 다른 활성질소종들(nitrate (NO3-), nitrite(NO2-), peroxynitrite(ONOO-), and 3-nitrotyrosine 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활성산소(활성질소종을 포함하여)들이 일상적인 농도로 존재할 때에는 세포간 신호전달, 신생혈관 유도, 혈압 조절 등의 작용을 하고, 필요에 따라 백혈구가 세균을 공격할 때 무기로 사용된다. 그래서, 활성산소의 이러한 긍정적인 작용을 의공학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주로, 생체재료 기술을 이용하여 타겟이 되는 조직이나 세포에 활성산소의 생성이나 방출을 유도하여 혈관 형성 작용을 촉진하여 상처 및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거나 암을 치료하고 신경계를 연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체재료를 이용하여 활성산소의 혈관 재생 유도 작용을 응용하는 연구는 가장 활발한 활성산소 응용 연구 분야 중 하나이다. 특히 당뇨병 등의 이유로 사지 말단에 허혈증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1은 NO의 신생혈관 형성 작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생체친화적인 키토산에 NO를 생성/방출할 수 있는 화학적 작용기(diazeniumdiolate)를 합성(왼쪽 그림의 모식도)하고 당뇨성 허혈증이 유도된 쥐의 뒷다리에 이를 주사한 다음 조직의 괴사 정도를 비교한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생리식염수나 키토산만을 적용한 그룹에서는 발 전체, 또는 두 개 이상의 발가락에 괴사가 일어난 비중이 매우 높았으나, 키토산에 NO를 적용시킨 쥐들에서는 혈관이 새로 형성되면서 혈류가 개선됨에 따라, 쥐의 뒷다리는 두 개 이상의 발가락이 괴사하는 경우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고 정상적으로 회복되거나 상대적으로 경미한 괴사가 일어났다 [10].
그림 1. 키토산에 NO를 생성/방출할 수 있는 화학적 작용기(diazeniumdiolate)를 합성(왼쪽 모식도)하고 당뇨성 허혈증이 유도된 쥐의 뒷다리에 이를 주사한 다음 조직의 괴사 정도를 비교한 연구 결과. NO의 작용에 의해 혈관이 형성되면서 말단의 괴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10].

한편, 활성산소의 혈관 재생 유도 능력을 골절 치료에 사용되는 금속 임플란트에 응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되었다. 골 재생에 있어서도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혈관의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골절이 치유될 때까지 뼈를 지지하고 이후 별도의 제거 수술 없이 체내에서 부식되어 사라지는 생분해성 마그네슘 임플란트[11]에 NO를 이용한 조직재생 촉진 능력을 결합하는 개념 연구[12]를 소개한다.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되는 것이 마그네슘 임플란트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역설적으로 골절이 치유될 때까지는 분해를 최소화하면서 고정력을 유지해야 하므로, 보통 마그네슘 합금의 부식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만약 조직 재생이 빨라진다면 아래 그림과 같이 부식 속도를 낮춘 것과 동일한 효과가 얻어지므로(그림 2) 주어진 마그네슘 합금의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NO를 저장하였다가 방출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를 전기방사법을 이용하여 섬유 형태로 코팅한 후 NO 방출에 따른 마그네슘 부식의 가속화 여부나 마그네슘 이온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혈관 내피세포에 대한 활성화 효과가 감소하는지 등을 조사한 기초연구이다.
그림 2. 조직재생 속도의 단축은 부식 속도가 느린 우수한 합금을 개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음을 보이는 개념도(왼쪽 모식도)와 생분해성 마그네슘과 NO를 방출하는 고분자 섬유를 코팅한 샘플의 모식도 [12]

스강 임플란트에 조직 재생 유도 능력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13]가 있다. 기존의 타이타늄이나 스텐리스강 임플란트와 생분해성 금속을 접촉시키면 생분해성 금속의 부식으로 형성된 전자가 타이타늄, 스텐리스강 표면으로 이동하여 용존 산소를 환원시켜 활성산소를 만들어내고, 이 활성산소가 혈관의 재생을 촉진하는 원리(그림 3)이다.
그림 3. 마그네슘의 부식으로 생성된 전자가 타이타늄 표면의 자연산화막으로 이동하여 활성산소 및 물을 형성하는 에너지 준위를 나타내는 모식도(왼쪽)와 타이타늄 나사와 생분해성 마그네슘 간의 접촉에 따른 활성산소 발생 모식도 및 그에 따른 혈관 내피세포 활성화 결과(오른쪽) [13]

한편, 항암치료에 활성산소를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과농도의 활성산소에 의한 DNA 손상이 암 발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고농도의 NO를 이용한 항암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NO 생성 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합성과 취급이 간편한 실리카 나노입자에 NO를 생성하는 작용기를 다양한 농도로 붙이는 방법으로 실용화가 편리한 기술도 연구가 되었으며[14], NO의 혈관 확장 성능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존의 약물에 NO 생성 작용기를 붙여서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그림 4) [15].
그림 4. NO의 혈관 확장 성능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존의 약물에 NO 생성 작용기를 붙여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약물의 예시 [15]

작년 9월에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빛과 활성산소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암세포에 결합하여 빛을 내는 단백질과 그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단백질을 서로 결합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그림 5)이다 [16].
그림 5. 암세포에 결합하여 빛을 내는 단백질과 그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단백질을 서로 결합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의 모식도 [16]

한편, 2015년에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어린이 연구소(CRI) 연구팀은 일단 암이 발병한 이후에는 과도한 항산화제 섭취나 투여가 정상적인 활성산소의 작용을 방해하여 오히려 암의 확산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하였다[17].

활성산소의 또 다른 의공학적 응용연구 사례로서, NO의 신경전달물질로서의 역할을 이용하는 연구가 최근에 소개되었다. 황화철 나노클러스터를 코팅한 섬유형태의 전극을 쥐의 뇌에 삽입하고 국소적으로 NO를 생성하면서 그에 따른 신경세포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연구하는[18] 방법으로, 이제는 살균이나 항암치료, 혈관재생 유도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활성산소 응용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활성산소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해로운 작용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필수적인 긍정적인 역할도 하며, 양면적인 역할 중 어떤 측면이 부각될 것인가는 활성산소의 농도 및 생리학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성산소의 의공학적 응용연구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활성산소는 인체에 해로운 것이고 무조건 없애야만 한다는 대중적 편견이며, 활성산소 관련 연구를 시작한 이래 필자가 가장 많이 듣고 답변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복잡한 구조와 유기적인 작용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 단편적인 지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금물이며,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항상 비판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참고자료]


[1] 보건사회연구, 36(2016), pp.454-479.
[2] https://www.khidi.or.kr/board/view?linkId=131496&menuId=MENU00897, 실버케어뉴스 기사(도움말: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 재인용.
[3] Biochem J., 134(1973), pp.707-716.
[4] FEBS Lett., 42(1974), pp.68-72.
[5] Comprehensive Physiology, 1(2011), pp.941-969.
[6] http://webzine.pulmuone.co.kr/?p=5161, 풀무원웹진 2018년 3월호 기사.
[7] https://news.joins.com/article/23550854,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중앙일보 2019년 8월 13일자 기사.
[8] Basic Principles and Clinical Significance of Oxidative Stress, chapter 3, Intechopen.
[9] Korean Journal of Microbiology, 50 (2014), No. 2, pp. 87-94.
[10] Biomaterials, 34(2013), pp.8450-8458.
[11]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 113(2016), pp.716-721.
[12] Metals and Materials International, 25 (2019), pp.1098-1107.
[13]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74(2015), pp.14753-14757.
[14] J. American Chemical Society, 129 (2007), pp.4612-4619.
[15] Future Science Open Acess, 1(2015), FSO44.
[16]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9/14/2020091400837.html, 조선비즈 2020년 9월 14일자 기사.
[17] 코리아타임즈 2015년 10월 16일자 기사, 네이처 온라인판 10월 14일 기사 인용보도.
[18] Nature nanotechnology, 15(2020), pp.690-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