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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회: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언택트 창업지원 시스템




김장길
SNU공학컨설팅센터 연구교수








김장길
SNUSNU공학컨설팅센터 연구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창업지원 환경의 변화
2020년 초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대면 기반의 오프라인 활동 중심의 생활패턴이 전반적으로 비대면 온라인 기반의 활동 중심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모든 업무 시스템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대학의 창업 지원 시스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학에서 시행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라면 창업강좌, 창업경진대회, 멘토링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비단 대학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창업지원기관에 있어 대면 기반의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은 유망한 창업자 혹은 창업팀을 발굴하고 안정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최근 수개월 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이들 오프라인 창업지원 프로그램들의 시행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필자도 한두 달 정도만 잘 넘긴다면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으나, 실상 반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이 상황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학생들이 학교를 못가고 있으며, 직장인들이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행사 좀 못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올 한해 계획했던 일정들이 모두 취소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코로나19라는 것을 핑계로 일을 미루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마냥 손놓고 기다리는 것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지 오래이며, 기존의 대면 업무가 불가하다면 비대면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대안들을 마련하고 실행함으로써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현재의 당면과제인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창업지원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로서, 필자가 지난 6개월간 고민해야 했던 것은 바로 이 “효율적인 비대면 창업지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새해의 시작과 창업지원 프로그램
매년 1월 초순이 되면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향후 1년 동안 중소·벤처기업들의 창업성장 기반 마련 및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 계획한 다양한 지원사업들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1월 하순부터 이러한 지원 사업들에 대한 모집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창업지원사업은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그리고 청년창업사관학교일 것이다. 각각의 지원사업은 신청대상 및 지원내용, 절차 등에 있어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최대 1억 원 정도의 사업화 자금을 예비창업자 혹은 창업한지 3년 미만의 초기창업자들에게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사업자금 조달이 무엇보다 절실한 창업자들에게 이들 지원사업은 마른 하늘에 단비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매년 1월은 창업자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그 해의 유망한 창업기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에 모든 창업지원기관들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창업자들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필자 역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대 창업조직 중 하나인 해동아이디어팩토리의 총괄업무를 담당해온 사람으로서 이러한 흐름을 사전에 인지하고, 올 해가 시작하자마자 “2020년도 창업지원사업 전망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창업특강을 진행하며 많은 유망한 신진 창업자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올 해의 마지막 오프라인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되었다. 바로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때문에 말이다.

유튜브 창업채널의 시작... 그리고 변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기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었으며, 그 누구도 이후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할 뿐 뚜렷한 해결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창업지원조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이제야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한 본교의 창업생태계가 다시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은 정말로 마음아픈 일이었다. 이제 막 창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많은 창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처음으로 사업계획서를 써야하는 상황에서, 창업보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창업교육채널 “엠엔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필자는 원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아무리 요즈음 대세를 이루고 있는 SNS라 하더라도, 새삼스레 디지털 족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지속적인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뭔가를 해야한다는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필자는 디지털 족적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유튜버로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만나기 어려운 제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은 어느새 반년 넘게 지속되면서 100편 이상의 창업교육 컨텐츠를 보유하고 많은 창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당초 유튜브 채널 “엠엔엘”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1~2개월 동안만 운영하려고 의도했기 때문에, 필자는 딱 그만큼의 창업교육 강좌만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온라인 창업교육 강좌를 진행하는 것은 강사 본인에게 매우 부담이 큰 일인데, 이른바 ‘강의밑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번 온라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기 시작한 내용들은 오프라인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며, 따라서 사람들에게 양질의 창업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해내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어차피 제자들의 요청에 응하여 시작한 강좌였기 때문에 그간 보유해왔던 ‘강의밑천’을 아낌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이 때는 처음으로 운영해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몰라 잔뜩 긴장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다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던 듯 하다. 그리고 필자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필자가 유튜브 채널에 올려놓은 강의를 듣고 열심히 창업을 준비하던 제자들이 하나씩 새로운 이슈를 가지고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곳간을 비우기 시작하니까 더 빠른 속도로 곳간이 차기 시작하더라.” 필자는 사람들에게 유튜브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만 한정적으로 이루어지던 강좌였기 때문에 창업자들도 딱 그 정도에 맞춰서만 성장해온 것이다. 그동안 하나하나 준비해왔던 내용들을 온라인 상에 전부 공개하기 시작하니까, 필자조차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을 창업자들이 찾아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계속 새로운 주제로 강좌를 구성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아직까지 창업채널에 올릴 컨텐츠가 없어서 고민한 적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시작이 향후 우리 학교의 창업교육 생태계를 조성함에 있어 필자의 관점을 180도 다르게 바꿔놓았다.

비대면은 대안이 아닌 새로운 기회
“비대면”이라고 하는 것은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대면”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대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비대면”과 “대면”, 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호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나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유튜브 인플루언서로서 필자는 앞으로 우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 지향해야할 온·오프라인 창업생태계 조성 방안의 큰 틀을 조금이나마 뚜렷하게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존34 비대면 온라인 멘토링”과 “창업 스트리밍 카페”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운영과 그 성과들을 더 이상 우리가 오프라인 행사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지금까지 필자가 통해 경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유튜브 창업채널을 개설하였으며, 본격적인 활성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오프라인 행사가 불가능해진 현재의 상황을 아쉬워하지는 않는다. 온라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하여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며, 이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시점에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와 언택트 창업지원 시스템
지난 6개월의 온라인 창업교육 활동이 필자에게 남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부심”이 아닌 “부끄러움”과“반성”이었다. 필자가 실무를 담당하는 해동아이디어팩토리는 ㈜대덕전자 故김정식 회장님의 유지에 따라 세상의 변혁에 앞장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양성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숭고한 정신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해야할 의무를 가진 필자가 어느새 코로나19라는 현실의 한계를 핑계로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주변의 제자들이 일깨워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차국헌 학장님, SNU공학컨설팅센터 강기석 센터장님, SNU기술창업플라자 공존34 이종수 교수님 등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믿고 지지해주신 덕에 이제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또한 실행하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불가능해진 일들을 무리해서라도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공학의 진정한 미학은 현재 가지고 있는 얼마 안되는 자원으로도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과정에 있다” 필자가 존경하는 은사님인 故주종남 교수님의 가르침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동문이며, 코로나19가 아닌 어떤 제약이 걸리더라도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분명히 있다. 이를 찾아내고 실행함으로써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엔지니어로서 실현해가야 하는 공학의 미학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정신을 창업자들에게 심어주고 세상을 이끌어갈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창업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에 대응하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언택트 창업지원 시스템은 이제야 비로소 한발짝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이 작은 시도가 모이고 모여 언젠가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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