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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택을 실험하다
서울소셜스탠다드 김하나 대표



Q. 서울공대 구성원과 공대 동문분들께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99년도에 입학을 해서 건축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설계사무소에서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다시 2009년도에 산업공학과 대학원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요. 졸업 후에 사회적 기업인 서울소셜스탠다드, 줄여서 삼시옷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하나라고 합니다.
Q. 대학 시절 인상적인 추억이나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 계신가요?
A. 학교 졸업 후 바로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작은 규모의 설계 사무소이기 때문에 선생님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김승회 교수님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공유주택을 계획하는 것은 집이라는 프라이빗(private)한 공간에 남을 초대할 수 있는 공간, 조금 공적인 공간을 개입시키는 일이에요. 동시에 공적 공간 안에 사적 영역을 만들어서 거주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죠. 이런 사적-공적 관계를 가진 영역을 다양하게 구조화하고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전이공간을 상품화한 것이 공유주택입니다. ‘사적, 준사적, 준공적, 공적’ 이렇게 전공 시간에 배운 개념을 달리 표현할 방법 없이 그대로 사용했는데, 입주자들이 잘 이해해 주셨어요. 개념적인 이론이 실제로 실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서 새로운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서울소셜스탠다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학교 다닐 때 건축 산업, 즉 일의 형태와 성격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 기계, 전기, 소방, 조경 등 많은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일, 기획에서부터 시행, 시공, 감리까지 다양한 건축가의 역할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업계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실무를 하면서 설계업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는 것임을 깨닫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때는 ‘아, 나는 회장님 집만 설계해야 하는 구나, 그런데 나랑 아무 상관없는 회장님 집을 왜 내가 고민하고 있지, 왜 내가 남의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스스로 일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궁리를 시작했었던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런 고민은 같이 일을 시작했던 3명의 친구들 모두 했던 것 습니다. 김민철 대표의 경우 ‘공간’에서 8년 넘게 일했는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급변하던 시장환경 속에서 연동한 설계사무소의 변화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장 월급을 못 받는다고 해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이라 할 것도 없고 단지 그때는 스스로 일을 조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마침 그때가 한참 벤처기업 창업경진대회나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았거든요. 저희는 단순하게 집 근처 작업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운 좋게 선정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주어진 대지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의도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구축하는 훈련을 했잖아요. 그런 훈련이 작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로 작성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계획서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행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는 여러 기회가 돼서 이제 서울시의 남는 자투리 공간, 즉 시유지를 개발해서 공공과 민간 이 두 주체가 파트너십을 맺는, 또 시유지에 민간의 자원과 기술이 더해져서 새로운 형태의 집을 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택을 개발을 하고 그 개발한 것을 운영까지 하고 있습니다. 업태로 말하면 주택 임대관리업이긴 한데요.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전 단계의 연구라든가 정책적인 제안을 하는, 이런 다차원적인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공유 주택, 쉐어 하우스에 대한 전망과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창업을 할 당시인 2013년도만 하더라도 1인 가구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1인 가구는 스쳐가는 기간이고, 또 청년시기는 누구나 다 겪는,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잖아’ 정도로 치부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불과 7~8년 만인 지금은 전체 인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그리고 서울은 40%에 육박하고 있지요. 특히 최근에는 청년 1인 가구뿐만 아니라 60대 70대 여성들의 1인 가구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 1인 가구 문제라는 것, 그리고 1인 가구에 적합한 주택이 없다라는 것이 단순히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 구조가 바뀌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구 통계학적으로도 그렇고요.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도시 공간과 주거에 대해서 고민할 때라는 얘기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동의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했던 역량에 비해서 너무 많은 지지와 응원 속에서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고, 관련된 제도 개선이라든가 실질적으로 집을 짓는 일들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1인 가구 비율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할 때 이 1인 가구 비율이 어떤 특정 대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한 인생에서 1인 가구로 지낼 기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또는 어떤 사람은 평생 1인 가구로 지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많은 동의를 얻고 있어서 재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Q. 서울공대 학창 시절 경험 중 현재까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A. 저는 학교 다닐 때 굉장히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대학의 수업들을 탐색하고, 전공이 아니더라도 타 단과대학교와 다른 학교 수업들을 많이 들었던 것이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의 확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가 종합대학이기 때문에 미술대학도 있고 경영대학도 있고 사회과학대학도 있고 다양한 과들과 관련된 전문 수업이 많아서 그런 수업들에 문을 두드린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전공은 아니지만 그때 당시 통합 과정에 있을 때 이중식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수업 제목이 ‘게임의 이해’였어요. 게임 산업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그게 대학원 수업이었지만 제가 관심이 있어서 들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수업을 찾아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약간 사견이긴 한데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 되게 다양한 운동 수업을 많이 들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유도나 수영뿐만 아니라 빙상이라든가 양궁 같이 학교에서 다양한 체육 수업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최근 공대에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저는 학부를 졸업하고 설계사무소를 다니다가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산업공학과로 석사학위 진학을 하였는데요. 그때도 사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산업공학과 박용태 교수님께서 예전에 말씀하신 것이 있는데요. ‘30대는 무엇을 할지 정확하게, 명확하게, 뚜렷하게 정해져 있고, 어떻게 보면 커리어패스라는 것도 지정된 경로에 따라서 걸을 수 있지만 지금은 사회가 너무 많이 변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좋다고 하는 가치도 계속 변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나이도 평균 연령이 60세가 아니라 100세 120세까지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20살 30살이라는 나이가 굉장히 젊은 나이일 수 있다. 그러니 네가 지금 30대에 다시 진학을 해서 진로를 고민을 할 때 뭔가 빨리 결정돼야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10년 동안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계속 탐색해가면서 부딪히고 해보는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 말에 굉장히 큰 용기를 얻어 스스로 창업해보자라는 결심을 가지게 되고, 이게 만일 실패하더라도 시간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졸업이 임박하면 내 진로나 시간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인데 저는 생이 길어진 만큼 시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실패해도 좋으니까 계속 도전해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딱 정해져서 저희가 사회적 기업으로서 주거와 주택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열심히 주어진 문제를 친구들과 재미있게 해결하다 보니까 이런 회사를 이제 창업하게 되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탐색하는 그런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서울공대에서 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건축과 수업 중 가장 좋았었던 점이, 강의 수업이 아니라 스튜디오 실습 수업이 굉장히 많았었던 것이에요. 제가 여러 문제 해결하고 일을 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강의 수업이 조금 더 편안하고 수업 듣기도 좋고 익숙한 형태일 수 있지요. 반면 스튜디오 형태의 프로젝트를 하는 수업들이 과제도 많고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나중에 나오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습 관련된 수업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들이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서울공대 웹진 독자(동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A. 학교 캠퍼스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것을 십분 활용해서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도서관도 너무 좋았고 문화관, 수영장 이런 시설들을 저희가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또 최근에 학교 사회공헌팀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캠퍼스뿐만 아니라 캠퍼스 바깥의 우리 주변 지역들과 연계하는 수업들이 좀 더 늘어나서 학교 다닐 때도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으로 그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학교 다니는 학생일 때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굉장히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