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 LINE RESEARCH신기술 동향
Home  >  서울대 공대 연구소식  >  신기술 동향



박종일 교수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박종일 교수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메타버스 기술의 동향과 전망



1. 체험미디어의 등장과 비대면 사회의 도래

최근 메타버스(metaverse)가 갑자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배경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체험미디어의 등장과 확산이다. 옛말에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게 더 확실하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라고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훨씬 기억에 남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Edgar Dale의 “Cone of Experience”개념을 차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실감형 미디어가 등장하고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듣고 보는 것을 넘어서 뭐든 진짜로 해보고 싶으면 기술적으로 그걸 실현하는 체험이 미디어로 가능해진 것이다.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것은 온라인을 통한 연대와 사회화의 욕구이다. 체험미디어의 속성상 사람들의 개인화가 더 가속화되고 있고, COVID-19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더 고립화와 소외가 심화됐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고 싶어 한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가상세계를 통해서 인간이 돌파구를 찾은 것이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어, 개인화된 인간의 온라인 사회화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체험미디어가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 메타버스 신드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2. 메타버스의 개념

메타버스라는 표현은 1992년에 닐 스티븐슨이 「Snow Crash」라는 소설에서 가상세계를 뜻하는 개념으로 처음 얘기했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인 우주(universe)를 합한 단어로서, 이런저런 수많은 우주를 뜻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우주와, 컴퓨터가 만들어낸 다양한 디지털 우주, 즉 우리의 생각이나 상상을 컴퓨터로 현실화한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 즉 VR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이 인식하기에는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을 뜻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컴퓨터가 영상과 소리로 합성해서, 사람이 오감으로 느끼기에는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실감나게 실시간에 만들어 제시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그럴듯하게 녹아들어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융합이 된다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증강현실 즉 AR이다. 이렇게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다양한 가상융합세계를 개념/용도와 관점에 따라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중재현실(mediated reality) 등으로 부르는데, 이 모든 것을 합해서, 우리가 수학에서 미지수를 X로 표시하듯 표현한 것이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이다.

이러한 XR 개념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가상융합세계를 설명하는 개념인데, 메타버스는 공간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다수의 사용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가상의 공간을 구성하여 디지털 우주를 만들고, 그런 디지털 우주가 다수 존재하며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세상이 메타버스이다. 즉, 현실세계와 다양한 가상세계가 연결되고 소통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주목할 사항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활동이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건의 거래, 행사의 개최, 자선활동에의 참여 등 현실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

3. 메타버스의 요소기술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은 실감 미디어기술이다. 가상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실감 디스플레이 기술이 우선 중요하다.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법은 홀로그램인데 아직 기술 성숙도가 부족하다. 스마트글래스와 HMD(Head-Mounted Display)가 유력한 방법인데, 최근 AR을 위한 스마트글래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화각이 좁고, 안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널리 사용되기에 한계가 있다. VR용 HMD는 많이 발전하여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제품이 나와 있으나, 해상도, 크기, 상호작용 등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 최근에 HMD의 두께를 1cm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인 LensletVR 기술은 주목할 만하다 (그림 1. [1]).

그림1. 초박형 광각 VR HMD LensletVR [1].

실감을 주기 위한 또다른 중요한 요소는 실시간성이다. 사용자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시간지연이 생긴다면 현실감이 떨어지게 되고 불편함을 초래한다. 대개 사용자의 행위를 인식하고 처리해서 보여주는 데까지 걸리는 지연시간이 1/30초 이하가 돼야 자연스럽게 느끼며, 완벽하게 인지적 피로까지 없애주려면 그보다도 훨씬 짧게 되어야한다.

가상세계와의 상호작용은 또한 현실에서 인간이 하는 행위처럼 자연스러워야 하므로 실감인터랙션 기술이 필수적이다. 아직은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가상공간의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성숙되지 않아서 컨트롤러를 이용하거나 불편함과 부정확함을 감수하면서 NUI(Natural User Interface)에 의존하는 형편이라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함께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상과 현실의 정확한 정합 기술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트래킹 기술이 AR/VR 실현의 CET(critical enabling technology)였는데, 1990년대부터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2010-2015년에 실제 응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며 성숙하게 된다. 최근에는 현실세계가 가상세계처럼 자유롭게 변형되는 기술도 개발되어(그림 2),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2].

그림2. 실시간 실사객체 변형의 예 (J.Park et al., ISMAR 2014)

메타버스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기술이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컴퓨터가 만드는 가상세계는 저마다 자율성과 일관성을 가져야하므로 AI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또한 제대로 된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상황을 인지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AI가 필요하다. 2010년대에 꽃피운 딥러닝 기술이 메타버스가 각광받게 만든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방대한 컴퓨터의 협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세상이므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모두 중요하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립의 관건이므로 플랫폼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명을 Meta로 바꾸면서까지 집중하는 페이스북을 비롯해서(그림 3),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이 메타버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입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에 기반한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NFT) 기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3.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비전

4. 메타버스의 전망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그림 4), 각종 온라인게임 같은 것이 대표적인 메타버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메타버스의 응용 범위는 상당히 넓다. 생산현장에서 모든 장비와 기기를 디지털로 모델링하고 생산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용하여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부품을 미리 알아내 교체하여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도 가상과 현실을 융합한 메타버스이다. 요즘 스마트워치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런 기기를 써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기록, 관리, 연결, 활용하는 라이프로깅도 우리의 일상에 파고든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2020년에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회사들의 소개 문구가 AR클라우드, 5G 연결,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등 다양했는데 2021년부터는 모두 메타버스로 통일되었다고 할 만큼 실리콘밸리에서는 메타버스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메타버스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수많은 학술행사의 주제가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하여 활발히 진행되어 왔으며, 기업들은 이런 시대적 흐름이 큰 산업적 기회라고 판단하여 변화의 주역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 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컴퓨터비전, 그래픽스, 네트워크, 서버 등의 요소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이제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하는 다양한 길이 열렸다. 2020년부터 COVID-19사태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강제로 열리면서 메타버스 시대가 급물살을 탔으며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이 되어가고 있다.

그림4.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ifland (SKT).

5. 맺음말

메타버스에서는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영위하는 일상생활, 일하는 방식, 노는 방식이 그대로 가상세계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가상세계에서 디지털 거래가 이루어져서 가상의 물건을 사고 팔기도 하고, 관심있는 소사이어티에 재능기부를 하기도 하고, 마음에 맞는 친구와 사귀기도 하는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이다. 전세계적으로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XR과 DNA 즉 데이터, 네트워크, AI가 결합된 가상융합 플랫폼과 디바이스 분야에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많이 확보하여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메타버스는 상상력이 만드는 무궁무진한 세상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멋진 디지털 우주를 창조하고 개척하는 것, 생각만해도 신나는 일이다.


[참고문헌]


[1] K. Bang et al.,“LensletVR: Thin, Flat and Wide-FOV Virtual Reality Display Using Fresnel Lens and Lenslet Array,” IEEE Trans. Visualization and Computer Graphics, May 2021.
[2] B. Seo et al., “A New Perspective on Enriching Augmented Reality Experiences: Interacting with the Real World,” Presence: Virtual and Augmented Reality, Jan.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