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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박소정교수


Q. 서울공대 구성원과 공대 동문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박소정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대학 학창 시절 기억에 남은 추억이나 은사님이 계신지요?
A. 저희 산업공학과 교수님들 한 분 한 분과 모두 추억이 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해주신 분은 저의 석사 지도 교수님이셨던 오형식 교수님입니다. 제가 공대에 진학을 하게 되었던 건 시골 출신이어서, 그 당시에 학교에서 공부를 좀 한다면 과학고를 가는 것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던 코스였습니다. 그래서 적성에 대한 생각 없이 수학문제를 좀 풀고 과학고에 진학을 했고 진학을 하고 보니 선택을 해야 하는 학과들이 공대와 자연대였고, 그나마 공대에서 가장 인문적인 성격이 가미되었다고 스스로 판단한 산업공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산업공학과가 어떤 학과인지도 잘 몰랐지만, 오형식 교수님의 경제학과 금융에 대한 강의를 통해 그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런 강의들을 공대에서 들으면서 다른 과목들과는 조금 다른데 조금 더 재밌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교수님께서 이끌어주셨고, 또 석사 학위를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교수님께서는 금융공학이라는 분야가 새로 생겨나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 주셨는데, 공부를 하고 진로를 찾아간다는 것이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뭔가 새로운 거, 다른 것을 해도 되는구나, 세상은 변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 학창 시절에 대해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밤새도록 물리학 공부를 했던 것도 재미있고 기억에 남지만 제가 공부만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산업공학과의 노래 동아리를 하면서 왜 공부하는 동아리를 안 하고 노래나 부르러 다니냐는 말도 듣고 노래도 잘 못 불렀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강석호 교수님이 우연히 지나가시면서 너는 노래만 부르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공부도 잘하네, 라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교수님들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고 내가 뭐 하는지 보고 계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수님과 학생의 관계가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보살핌이 느껴졌던 순간이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Q. 서울공대 학창 시절 경험 중 현재까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경험들일까요?
A. 제가 지금 분야를 완전히 바꿔서 공대와는 관련 없는 일들을 하고 있지만 서울공대에서 공부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울공대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입학했을 때 교수님들의 강의 방식이 학생들에게 다 가르쳐주시기보다는 과제를 내주고 일단 해오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그 과정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알려주는 것을 그대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스스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는 뭐든지 주어지면 다 할 수 있다, 뭐든지 공부해서 스스로 하면 되지, 라는 자신감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공과에서 배웠던 프로그래밍, 수학, 통계 등등 이공계 기초 학문들에 대한 지식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 숫자, 컴퓨터와 친숙한 것이 오늘날 이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든지 간에 굉장한 자산이 되고, 자신감이 될 수 있었습니다.
Q. 공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어떠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A. 저는 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다, 라고 처음부터 알았던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를 알아갔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저는 문과적인 성향과 이과적인 성향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대학 진학 시 산업공학과를 선택할 때도 학과 소개서에서 산업공학과를 읽는 순간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고 시스템을 최적화 한다는 것이 공대 타과들에 비해 약간 문과적인 색채가 들어가는 것 같다는 측면에서, 직관적으로 끌렸습니다. 그리고 계속 공부를 해보겠다고 결심하긴 했지만, 강하게 끌리는 분야를 찾지 못했던 저는 엉뚱하게도 보험학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운명처럼 이걸 해보고 싶다고 또 한 번 끌림을 느꼈습니다. 모두가 하고 싶어 하거나 인기 많은 것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나만의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싶었고, 사전 지식이 없어 다소 막연했으나 굉장히 구체적인 분야인 보험, 그리고 문과적 색채가 느껴지는 보험이라는 단어 뒤에 붙어있는 이과적 색채가 느껴지는 위험관리라는 단어의 조합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보험을 공부해서 교수가 되겠다, 보험회사에 들어가겠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 남들이 많이 관심 가지지는 않지만 전문성이 필요해 보이는 분야를 공부하고 전문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또 운명이었는지 보험과 전혀 상관없었던 제가 입학 허가를 받게 되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저하고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분야여서 지금 여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작은 결정들은 오래 고민하지만 정답이 없는 큰 결정들은 직관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왔는데, 이러한 성향이 분야를 자연스럽게 바꾸게 되고 오늘 여기까지 이끈 것 같습니다.
Q.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하며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제 인생을 돌아보면 교수라는 직업, 분야를 바꾼 것들 때문에 많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어려움에 부딪혔던 부분은 아이들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던 것 같네요. 2012년에 쌍둥이를 출산하고, 출산 후 6개월 만인 2012년에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부임을 하고, 2013년에 셋째를 낳았습니다. 연구, 강의, 새로운 사회에서 적응, 그 안에서 다소 이질적인 30대의 아이 엄마가, 엄마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한 살, 두 살 아이들을 셋이나 키워내야 했던 시절이 참 많이 어려웠습니다. 낮도 없고 밤도 없고 퇴근이 또 다른 출근이었던 시절, 나는 왜 열심히 살아서 이렇게 고생하고 사는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처음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았고, 해야 하는 일을 완벽히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잘하지 못함을 인정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이 참 어려웠습니다. 제 역량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완벽한 엄마가 될 수도 없고, 완벽한 딸이 될 수도 없고, 완벽한 연구원이 될 수도 없고, 완벽한 선생이 되기에도, 그 모두의 역할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내려놓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고 스스로 삶에 대해서 만족을 해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역량을 그 안에서만이라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 서울대학교와 경영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참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많이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서울대학교 어린이집에서 아이들도 다 키워주시고, 이런 도움과 이해 덕분에 지금까지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국내 핀테크, 블록체인 전문가로도 많이 알려져 계신데요, 현재 핀테크 기술로 인해 산업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핀테크라는 분야의 미래를 생각하면, 전자상거래가 떠오릅니다. 제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90년대 후반 정도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전자상거래라는 것이 이제 들어오기 시작했죠.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핀테크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조금씩 변해서 앞으로 10년, 20년에 걸쳐서 금융거래를 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가서, 금융의 방식, 시장 참여자가 통째로 바뀔 수 있는 변화가 이제 시작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뱅크 없는 뱅킹이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모든 것들이 단순하게 모바일로 조금 더 효율적으로, 라는 이야기를 넘어서서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방향은 전자 상거래가 그랬던 것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막거나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은 길게 본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위 질문과 연결하여 특히 보험 분야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보험사들이 많은데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A. 보험 산업은 국내의 경우, 거의 성숙된 산업이고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와 저금리는 보험 산업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각종 혁신들은 보험 산업 성장에 큰 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험을 평가하고 공유하는 방식, 그리고 그런 것을 넘어서서 위험을 관리하면서 줄이는 것에 폭넓게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부분에 보험 산업이 포괄적으로 참여하여 산업의 경계선을 확장시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위험을 공유하고,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산업에서 위험을 적극적으로 줄여가는 종합 위험관리 산업으로의 진화하는 것을 통해서 성장을 이루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공대에서도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요?
A. 저는 창업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왔던 길도 그렇고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는지, 교과서 수학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진로에 정답이 있을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보편적으로 안전하고 괜찮은 길이 나에게도 최선의 선택이란 법은 없는 것 같고, 성공하려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애정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잖아요. 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짜장면, 짬뽕 뭐 먹을래 하면 고르기 힘들더라고요. 대신, 미국 유학 갈 때도 이것저것 다 떠나서 인생 긴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고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고 싶어서 전공도 바꾸고, 또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끼고 이래저래 돌아다녔습니다.

보험이라는 분야 안에서의 연구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호기심이 옮겨가는 대로 다양하게 하고 있고요. 도전이 즐겁고, 성취가 즐겁고, 새로운 것을 주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분들은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것저것 맞아줘야 하는 것도 분명히 큰데, 지금 이 시점이 창업에 굉장히 적합한 시점인 것 같기도 합니다. 1세대 벤처 창업 붐이 일었던 그 시절, 80년대 후반 학번 선배님들께서 인터넷, 디지털 산업 붐을 등에 업고 성공하셨고, 제가 학교를 다니고 졸업했던 시점엔 잠시 잠잠했었다가 지금 다시 여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적으로 다음 10년, 20년을 이끌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향이나 역량이 이런 쪽과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시대적으로 절묘한, 뛰어들 만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해보시면 좋지 않을까요.
Q. 공대 출신의 서울대 경영대 교수님으로서 앞으로 공대와 경영대 간 융합 교육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협력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공학이나 경영학이나 응용 학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응용 학문들은 산업의 흐름과 무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의 흐름을 이야기하자면,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과 같이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제 영역인 보험을 예로 이야기하자면, 보험회사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보험 사업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 텔레매틱스를 가지고 정교한 위험을 측정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 이런 것들을 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어떤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기술만으로도 성공할 수 없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만으로도 성공할 수 없고, 다른 것들 간의 접목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것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지만, 경계를 넘나들고, 잇는 부분들도 분명히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스승을 넘는 제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각자의 분야에서 깊이 있는 이해를 하고 계신 교수님들이 융합 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학생들을 양성해 나가는 것은 대학이 해야 할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서울공대 독자(동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부탁드립니다.
A. 문득 드는 생각은 기술이 이끄는 시대에 저희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공대 출신이라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우리 아이도 나중에 공대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대를 나와서 개인적으로 좋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 우리 인류, 그리고 세계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부분에서, 기술이 이끄는 이 시대가 서울공대 동문님들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공학은, 무엇인가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가치가 있는 학문이고, 그렇기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공학 전공자로 자부심을 가지시고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현실에 안주하시지 않으시고 다양한 도전을 하시면서 어디선가, 무엇인가를 계속 개선해 나가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서울공대 동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