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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관
스페이스워크㈜



서종관
스페이스워크㈜


인공지능 건축 설계



[인공지능 건축 설계의 현주소]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건축분야에서도 머신러닝을 접목한 건축설계자동화 연구들이 급증하고 있다. 캐나다의 사이드워크 랩스(Sidewalk Labs), 미국의 테스트핏(Testfit), 하이파(Hypar), 딥블락스(Deepblocks), 엔벨롭(Envelope), 노르웨이의 스페이스메이커(Spacemaker), 호주의 아키스타(Archistar), 중국의 엑스쿨(Xkool), 한국의 스페이스워크(Spacewalk) 등 많은 회사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연구하고 제공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건축 설계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한 건축 설계를 할 때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건축 설계의 원리]

고전 인공지능

인공지능 건축설계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초기 건축 컴퓨테이션 연구는 상황에 반응하는 규칙 기반 알고리즘 연구가 대부분으로, 형태 문법(Shape Grammar), 셀룰러 오토마타(Cellular Automata),엘시스템(Lindenmayer system),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Agent based system), 탐색 시스템(Search System)등을 활용했다.

형태 문법은 촘스키(Noam Chomsky)의 구조문법이론을 바탕으로 건축물 형태의 생성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생성하는 기법으로, 조지 스타이나(George Stiny)와 제임스 집스(James Gips)가 1971년에 발표한 형태 문법 형식주의(Shape Grammar Formalism)에서 처음 소개됐다. 형태 문법은 규칙 기반 시스템(Rule-besed system) 으로서 ‘문법’이라 불리는 형태 규칙을 생성하고 인터프리터(Interpreter)를 통해 전체의 형태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최초의 생성 모델(Generative Model)로써 팔라디오 건물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형태 문법으로 해석하고 형태 규칙들을 찾아 평면을 재현했다. 이러한 고전 인공지능은 인간이 설정한 규칙에서만 작동한다. 규칙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무결할 수 없고 건축 문제의 거대한 차원을 완벽한 if 문장으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알고리즘 디자이너가 어떠한 규칙을 발견하냐 혹은 못 발견하냐에 따라 디자인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유전 알고리즘

인공지능 기술은 정량화가 가능한 건축설계에 적합하다. 임대수익률, 높은 전용률, 효율적인 공사비는 물론, 채광, 조망, 반듯한 실 모양, 짧은 동선 등의 지표 역시 정량화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량적 목표 안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대안을 찾는 것이 인공지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전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은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정답’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는 자연계의 유전학에 바탕을 두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입력 값들의 조합으로 더욱 나은 결과물을 찾아 나가는 진화론을 모방하는 탐색 알고리즘이다. 유전 알고리즘은 탐색 과정에서 이전 시도에서의 결과를 고려해 다음 시도를 정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고 직관적이나 작은 크기의 상태 공간을 갖는 문제에서만 효과적인 성능을 보이는 한계가 있다. 100평 이내 필지에 다세대주택을 10cm 단위로 설계한다고 하면 도출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의 경우의 수는 10^210가지로 건축은 고차원문제다. (참고로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170이다.) 이러한 방대한 탐색 공간을 지닌 건축문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알고리즘을 수행하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심층강화학습

심층 강화 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은 자율적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선택가능한 행동(Action)중 보상(Reward)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학습한다. 건축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스스로 많이 풀어보면서 인공신경망을 통해서 건축의 맥락을 학습하게 하고, 학습된 맥락을 이용해서 최적건축계획안을 극단적으로 빠르게 찾는 것이다. 알파고 제로는 심층강화학습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스스로 수많은 바둑대국을 두어 가면서 이기는 바둑의 맥락을 학습했다. 건축설계는 조건이 상호 의존적이고 비정형적이며, 유형별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전체에 적용되는 논리적인 규칙을 도출하기는 어렵지만, 맥락이 있는 문제이기에 강화학습을 적용하기에는 적합한 문제이다. 예를 들면 대지형상에 맞추어 판상형 공동주택, 중정형 공동주택 등이 적합한지를 바로 찾을 수도 있고, 대지경계선과 크기를 보고 주차장 패턴을 찾거나 층별 계단실의 위치에 따라서 중복도, 편복도 등 적합한 복도형태를 학습을 통해 직관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1. 공동주택 설계 자동화

[인공지능을 통한 건축을 할 때 건축가와 인공지능의 역할]

건축가의 역할

“Technology is the answer...but what was the question?” 영국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는 1966년에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현 시점의 건축가에게 더 적절해 보인다. 문제를 올바르게 풀려고만 하지 말고 올바른 문제를 풀어야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설계를 프로세스 관점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와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연구들이 집중되어 있지만,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올바른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도메인의 전문 지식을 가지면서 컴퓨터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문제만 잘 정의를 하면 아주 간단한 인공지능 기술로도 굉장히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건축가의 목표는 유일성(uniqueness)이 아니라 유일성을 만들어내는 요소 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가진 상태공간(state space)을 디자인하는 것이며, 인공지능의 목표는 건축 설계를 발명(invent)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의 수 안에서 디자인을 발견(discover)하는 것이다.

상호작용을 가진 상태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란?

그림 2. 건축 구성 요소 사이의 관계


Rudolf Wittkower는 Palladio의 건축을 연구하여 빌라들이 생성되는 framework인 nine square grid를 도출하고, 건축설계를 일회성 해결책이 아닌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으로 인식했다. villa Rotonda를 오브젝트로서의 ‘하나의 디자인’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중에 하나’로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건축을 시스템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건축가는 다양한 요소들의 간의 ‘상호작용을 디자인’ 해야 하며, 선택한 조건에 따라 다수의 디자인 솔루션이 도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은 요소가 모인 집합체로 디자인된다. 요소들은 조합하는 규칙과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구성 요소들의 연결구조가 어떻게 전체를 이루는지 논리적인 흐름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요소들은 다양한 표현형을 나타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있으며, 어떤 표현형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때, 결정은 상태로 표현되며, 결정을 위한 판단은 최적화 알고리즘이 담당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상태들의 집합으로 디자인은 인공지능에 의해 선택/발견되는 것이다.


그림 3. 다세대 주택 1층 탐색 공간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모든 선택의 가짓수는 디자인공간의 복잡도를 결정한다. 따라서 건축가는 각각의 요소들의 관계와 제약 조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편향-분산 트레이드오프(bias-variance tradeoff)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다음으로 선택된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데 인간은 정성적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정량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따라서 인간대신 컴퓨터가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려면 디자인을 측정(measure)하고 정량적 평가와 적합성을 판단하는 목적함수를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각각의 목적함수들을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을 판단하고 적합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며, 이런 결정들의 집합은 건축가가 설정한 목표로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게 된다. 이렇게 건축이 시스템적으로 설계되고, 디자인의 생성/평가/추천에 이르는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인공지능이 건축가의 디자인 파트너의 역할을 할 때 건축은 무한한 확장성, 개별성과 다양성을 가지게 된다.

그림 4. 통합된 건물 탐색



[참고문헌]


[1] Towards an integrated generative design framework, Vishal Singh, Ning Gu
[2] Surveying design spaces with performance maps, Thomas Wortmann
[3] Systems thinking as the basis for an ecological design education, Mark Dekay
[4] The Palladian grammar, G Stiny, W J Mitc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