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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마을 피란(Piran)을 찾아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수필가





전효택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 수필가
슬로베니아의 중세 항구도시 피란(Piran)을 겨울과 여름 두 번에 걸쳐 방문한 적이 있다. 한번은 학회 참석차 12월 중순에, 또 한번은 관광여행으로 7월 초순이었다. 슬로베니아는 발칸의 스위스로 불리며,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1991년 독립한 소국(인구 210만, 면적은 2만 평방km의 전라도 크기)이다. 유럽연합에 일찍이 가입하였고 현재 국민소득이 연 4만 달러가 넘는 동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다.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해에 유일하게 46km의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 해안선 북쪽은 이탈리아, 남쪽은 크로아티아와 접하고 있는 피란 반도 남서쪽 끝에 피란 해안마을이 있다. 이 중세 해안마을을 언제쯤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피란(Piran) 반도에 해변가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 Slovenia(2002), Mladinska knjiga Zalozba, Ljubljana.
피란은 “이스트리아반도의 숨은 진주”라고 알려져 있다. 이스트리아반도는 아드리아해의 북쪽에 있으며 대부분은 크로아티아의 영토이다. 이 반도는 생긴 모양이 심장 모양이고 서울의 6배 크기이다. 이 반도는 크로아티아의 가장 북서쪽에 위치하며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피란은 반도의 서북쪽 끝 해안에 작은 반도를 이루고 있어 하루 이틀이면 전체를 답사할 수 있다.

피란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아 이탈리아와 비슷한데, 13세기부터 500여 년간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아 ‘아드리아해의 작은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 피란은 유럽에서 18세기에 잘 알려진 음악가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의 고향이다. 타르티니는 기교파 바이올린 연주자이며 작곡가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음악 교육을 받아 이탈리아의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피란 사람들은 그의 기념비를 피란 마을 광장에 세우기로 하고, 1896년에 광장 중심에 바이올린과 활을 들고 서 있는 청동상을 건립했고 광장 이름도 그에게 바쳐졌다. 타르티니 광장은 피란 여행의 출발점이다. 나는 이 광장을 출발하여 해안가 방파제 산책로를 따라서 또한 미로와 같은 골목길로 언덕으로 올라 피란 전경을 탐색했다.
타르티니 광장 중앙에 피란이 고향인 음악가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의 동상이 있다. 동상 뒤가 타르티니하우스(작은 사진).
이 광장에는 고딕 양식의 시청사(1879년 건립)와 타르티니하우스, 베네치아하우스, 해양박물관 등이 있다. 언덕 위로 15세기 후반 축조된 피란 성벽이 200여 미터 남아 있다. 피란 마을을 전망하는 장소여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피란 반도 끝까지 건립된 베네치아 고딕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들을 다양한 푸른 색깔의 바다와 함께 조망할 수 있는데 마치 한 폭의 사진처럼 보인다. 광장 서쪽 언덕에 중세에 건립된 성 조지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피란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이며 피란의 어디에서나 보인다. 피란의 수호신인 14세기 인물 성 조지를 기념하기 위해 1637년에 완공한 르네상스-바로크풍의 성당이다. 이 교회의 종탑 건립 시기는 16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종탑을 모델로 했다. 해안 산책로 끝에 성 클레멘트 교회의 종탑이 보이며 등대가 있다.
피란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성 조지 교회(1637년 건립)와 시청(왼쪽 사진, 1879년 건립). 오른쪽 사진은 피란 성벽 잔해.
피란 요트항
피란은 하늘과 바다가 일 년 내내 푸른색을 띠고 있어 여행객을 반긴다. 삼각형 모양의 반도 해변에는 모래사장이 없다. 이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다와 마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여름철에는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바다와 방파제에서 일광욕과 바다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과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교회가 있는 언덕 골목길로 오르면 푸른 바다와 함께 옹기종기 조화를 이루는 분홍색 지붕의 옛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뒷골목 탐방 후 언덕에서 보이는 일몰 경치가 일품이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과 지중해풍의 창문과 테라스는 베네치아를 연상케 한다. 골목길을 다녀보면 당시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곤 한다. 한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은 낮에도 그늘져 있어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다. 골목길을 건물 지상층에 마치 터널 모양으로 뚫어 연결한다.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는 도피할 수 있고, 적군이 대규모로 진입할 수가 없다. 타르티니 광장과 해변 산책길에 카페, 식당, 기념품점이 있다. 특히 피란 가까이에 오래된 유명 소금 생산지가 있어 소금 상품이 특산품이기도 하다. 나는 소금 기념품을 구경만 하고 왜 사지 않았는지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피란 반도 해변의 방파제. 반도 끝에 성 클레멘트 교회(13-16세기)와 등대가 있다.
언덕에서 보이는 베네치아 양식의 주황색 지붕 건물.
우편 엽서에 보이는 피란 반도 전경. 언덕 위 종탑이 성 조지 대성당.
피란 바로 옆 남쪽에 고급 호텔들이 늘어서 있는 해변 휴양지로 유명한 포르토로즈(Portoroz)가 있으며 학회나 회의는 주로 이곳에서 개최된다. 피란 바로 북쪽에 철도역 코페르(Koper) 항구가 있는데 수도 류블랴나에서 한 시간 반 거리 정도로 가깝다. 이 항구를 통해 체코 동부 질리나(Zilina)에 있는 현대자동차 동유럽공장으로 자동차 부품을 운반하고 있다고 현지에서 들었다.

나는 관광객이 많은 여름보다는 겨울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드리아해 주변은 겨울철에도 그다지 춥지 않고 선선한 느낌이며 사람들로 너무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하여 좋다. 겨울철에는 숙식비 등 여행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장점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되면 제일 먼저 겨울철에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적어도 한 주일 이상 머물며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와 붉은 주황색 건물 전경을 만끽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