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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세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정모세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해외 대형 가속기 개발 및 연구 현황



가속기의 역사는 1897년 음극선으로 J.J. 톰슨이 전자를 발견하고, 1911년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알파입자(헬륨원자 핵)를 금박에 쏘는 실험을 통해 원자핵이 있다는 걸 알아내면서 시작되었다. 이 후 가속기는 기초과학 분야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고, 의료/생명 및 소재/물성 분야에 다양한 응용분야도 만들어 내었다. 1930년 이후에는 현재에도 많이 쓰이는 원형 가속기의 대표적인 두 형태인 사이클로트론과 싱크로트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미국 물리학자 어니스트 로런스가 개발한 첫 번째 사이클로트론 모델은 그 크기가 10㎝(4인치)에 불과했으나 유럽연합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는 27㎞가 되었다[1]. 가속기의 사용목적이 점점 고도화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실험의 난이도가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가속기 기술 또한 더불어 발전을 거듭하였다. 이해를 돕고자 가속기 개발의 최전선을 세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Figure 1 가속기 개발의 세가지 최전선.
자동차 기술에 비유하면, 빔 에너지는 속도, 빔 세기는 탑승인원, 빔 품질은 승차감/사양에 대응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에너지이다. 충돌형 가속기를 사용하는 고에너지 입자물리학 실험을 위해서는 수에서 수십 TeV(10의 12제곱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갖는 빔이 필요하다.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의 Tevatron 및 CERN의 LHC가 대표적인 예이다. 두 가속기는 양성자와 반양성자 또는 양성자와 양성자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속시킨 후 검출기 근처에서 충돌시키는 일종의 싱크로트론 가속기이다. 빔의 에너지가 높아지면, 이러한 빔을 제어하기 위해 이중극자의 자기장 세기 또는 빔 궤적의 곡률반경이 커져야 한다. 곡률반경을 키우면 부지 및 건설비용이 증대되므로, 결국 자기장의 세기를 증가시키는 것이 Tevatron과 LHC의 에너지를 뛰어넘는 차세대 원형 충돌형 가속기(Future Circular Collider: FCC) 개발의 핵심이다. 현재까지 운영된 원형 충돌형 가속기에서는 대부분 Nb-Ti 에 기반을 둔 초전도 전자석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LHC는 8.33 T 세기의 Nb-Ti 초전도 전자석을 기반으로 건설되었다. Nb-Ti 전자석은 9~10 T 정도가 실질적인 세기의 한계이기 때문에, 고휘도 LHC 업그레이드(HL-LHC)에서는 일부 구간에 Nb3Sn 기반의 전자석이 사용될 예정이다. FCC의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충돌에너지를 100 TeV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16 T에 이르는 자장 세기가 요구되며, 이는 고온 초전도체(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s, HTS) 기술이 수반돼야 한다 [2].
Figure 2 원형 충돌형 가속기에 사용된 초전도 전자석의 개발 역사 [2].

ILC(International Linear Collider)와 같은 선형 충돌형 가속기의 경우에는 이중극자를 쓰지 않기 때문에, 전자석 기술보다는 단위 길이 당의 가속전압 이득(Accelerating gradient, Eacc)이 높은 가속관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해 진다. 가속전압 이득이 높지 않으면, 전체 선형 가속기의 길이가 그 만큼 늘어나게 되어, 장치의 복잡성과 건설 비용이 증대된다. 최근의 추세는 나이오븀(Nb) 기반의 초전도 가속관을 이용하여, 연속 운전시에도 고주파를 이용한 가속 효율을 높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초전도 가속관의 성능은 Q-인자(Quality factor)와 단위 길이 당의 가속전압 이득 Eacc을 사용하여 나타낸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가속관 표면처리 기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질소도핑(N-doping)은 Q-인자를 높이는데, 질소주입(N-infusion)과 저온 베이킹은 가속전압 이득 Eacc 을 늘리는데 효과적임이 보고되었다 [3]. 입자의 속도에 따른 가속관의 구조 최적화, 커플러, 튜너, 고주파원 개발 등도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Figure 3 다양한 표면처리 기법에 따른 초전도 가속관 성능 변화 [3].

전통적인 금속 기반의 고주파 가속관의 경우, 표면에서의 절연파괴 등으로 가속전압의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즈마를 매질로 해서 강력한 레이저 펄스나 입자빔의 에너지를 가속 전기장으로 바꾸는 웨이크필드 가속기 개념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충돌형 가속기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물리적-기술적 이슈들이 있으나, 컴팩트 X-선 광원, FEL에의 전자 입사, 저장링에의 전자 입사 등의 응용분야에는 활용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충돌형 가속기에 쓰였던 양성자나 전자 대신, 뮤온(Muon)을 이용하는 원형 충돌형 가속기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뮤온은 전자보다 200배 무거워서 원형으로 가속을 해도 싱크로트론 복사가 적고, 반면에 양성자 가속기 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로도 원하는 충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뮤온을 생성하는 과정이 복잡하며, 특히 초기 위상공간 부피가 커서 효과적인 가속을 위해서는 빔 냉각이 필수적이다. 뮤온은 수명이 2.2마이크로초(μs)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온화 냉각이라는 특별한 방식을 적용해야 하고, 관련된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다.


두 번째 최전선은 빔의 세기이다. 가속된 양성자 또는 이온 빔을 표적에 때려 중성자/뮤온, 희귀동위원소 등을 생성할 때는, 빔의 에너지보다 빔 파워 또는 빔 전류가 최종 이차 입자의 선속(Flux)을 결정한다. 가속기는 기본적으로 같은 전하를 가진 입자들의 모임인 빔 번치(Beam bunch)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인데, 같은 전하를 가진 입자끼리는 척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빔 번치 안에 우겨 넣을 수 있는 입자의 수가 제한된다. 이 반발력이 공간전하효과(Space-charge effect)이다. 이러한 공간전하효과는 저에너지 구간에서 특히 심하게 발생한다. 공간전하효과는 입자 운동에 공명현상을 유발하고 빔 불안정성을 발생시켜서, 빔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빔 손실을 가져온다. 특히, 빔의 중심부 외곽에 해무리, 달무리처럼 큰 궤적을 그리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가 나타나 진공파이프를 때리게 되는 빔 헤일로(Beam halo)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빔 헤일로가 생기지 않도록 운전조건을 잘 설정해야 하고, 만일에 빔 헤일로 현상이 발생하면 빨리 진단해서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Figure 4 빔의 세기가 높을 때 나타나는 공간전하효과(왼쪽)와 웨이크필드(오른쪽) 현상의 개념도.

미국의 핵파쇄 중성자원(SNS), 유럽연합의 핵패쇄 중성자원(ESS), 벨기에의 가속기 구동 시스템 실증실험 MYRRHA, 중국의 가속기 구동 시스템 시설 CADS, 일본-유럽연합 공동으로 추진 중인 핵융합 재료 조사 시설 IFMIF, 미국의 희귀동위원소 시설 FRIB, 일본의 양성자 가속기 컴플렉스 J-PARC, 스위스 PSI의 고출력 사이클로트론 등은 빔 세기가 상당히 커서, 설계 및 운영 단계에서 공간전하효과에 대한 엄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공간전하효과를 더 정밀하게 이해하면 빔에 들어가는 입자 수, 즉 빔 전류를 더 증가시킬 수 있어서 가속기의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공간전하효과를 능동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피드백 시스템, 비선형 빔광학계, 잔류기체 이온화에 의한 공간전하 상쇄, 빔 분포 제어 및 최적화/기계학습 등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Figure 5 전 세계적으로 건설 또는 운영 중인 고강도 가속기 현황[4].
종축은 평균 입자 전류, 횡축은 핵자당 에너지를 나타낸다. 고강도 가속기는 핵물리, 입자물리, 중성자 과학 등 기초과학에
주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빔 전류를 100 mA 이상 또는 빔 파워를 10 MW 이상으로 높여서, 핵융합 재료연구 또는
핵폐기물 처리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와 달리, 상대론적 전자 빔의 경우에는 첨두 빔 전류가 높아지면, 전자빔 번치가 유도하는 전자기장이 진공파이프와 상호작용을 하여 웨이크필드를 발생시킨다. 이 웨이크필드가 번치의 꼬리 부분에 영향을 줄 수 도 있고, 뒤따라 오는 다음 번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빔 불안정성이 발생하게 된다. 방사광 가속기에서는 이러한 웨이크필드에 의한 영향이 공간전하효과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 최전선은 빔의 품질이다. 대형 가속기에서는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빔의 형상, 길이, 안정성, 이미턴스, 휘도(Brightness) 등이 특정한 요구조건을 만족해야 할 필요성이 계속해서 생긴다. 예를 들어,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4GSR)에서는 이미턴스를 기존 3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50~100배 작게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전자빔의 사이즈도 그만큼 작아져서 언듈레이터 스펙트럼이 개선되고, 월등히 높은(약 100 배) 휘도를 제공하고, 아울러 수평방향coherent flux를 100배 정도 향상시키게 된다 [5]. 이를 위해 하나의 저장링 단위에 여러 개의 휨자석(Bending magnet)을 둔 MBA(Multi-bend achromat) 격자구조가 개발되었다. 각각의 자석이 작은 각도로 전자빔을 꺾기 때문에, 이미턴스를 작게 유지할 수 있고, 대칭구조를 이용하여 전자빔의 여러 Chromatic effect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약해진 휨자석 때문에 빔라인들은 기본적으로 삽입장치에 기반을 두게 되지만, Super-bend 개념을 이용하여 휨자석에서도 충분한 방사광 출력이 나오게 할 수도 있다 [5,6].
Figure 6 3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와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의 저장링 둘레에 따르는 성능 분포[7].
종축은 수평방항 자연 이미턴스를 에너지 제곱으로 나눈 양이다.
스웨덴의 MAX-IV는 전세계에서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이다.

4GSR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된 데에는 NEG 코팅 진공 기술의 역할이 컸다. 진공파이프의 단면을 줄여도 충분한 진공을 유지할 수 있어서, 자석의 aperture 크기를 줄이게 되었고, 덕분에 더 많은 자석을 더 강한 세기로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5]. 물론, 자석의 비선형성과 진공파이프의 웨이크필드 효과가 증가하는 역효과도 생기지만,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범위로 여겨진다. 이미턴스를 더욱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개념들이 추가로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면, Dispersion bump, Reverse bend, Longitudinal gradient dipole 등이다. 4GSR에서는 Dynamic aperture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전자빔을 손실 없이 저장링이 입사하는 방법도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4GSR에서는 X-선의 밝기는 유지하면서도 전자빔의 형상을 정확한 원형 또는 원형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발생된 원형 X-선은 사용자 빔라인에 설치된 X-선 광학계 및 샘플, 계측기에 더 효과적으로 매칭이 될 수 있다. 또한, 원형 전자빔(Round beam)은 번치 안의 전자 밀도를 낮추어서, Touschek lifetime 증가 및 Intra-Beam Scattering(IBS) 감소 등에 유리하다. 원형빔이라고 함은 전자의 수평방항 및 수직방항으로 투영된 이미턴스가 비슷한 수준인 경우를 일컫는다. 다양한 원형빔 생성 방법들이 장치 사양과 lattice 디자인 등을 고려하여 전 세계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상호결합에 의한 공명현상(Coupling resonance)을 이용하여 수직방향 및 수평방향의 이미턴스가 같아지도록 만드는 방법이 기술적인 어려움이 가장 적어 우선적으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4GSR 이외의 여러 가속기에서도 다양한 빔 품질 제어 기법들이 제안되고 시도되고 있다. 정교한 비행시간(TOF) 실험을 위해 이온빔 번치를 선택적으로 입사시키는 Fast chopper 및 Single-bunch selector 기술; 이온빔의 전하를 바꾸어 주는 Stripper 및 Electron Beam Ion Source(EBIS) 전하증식 기술; 자유전자레이저(FEL)나 웨이크필드 가속기에 쓰일 매우 짧은 번치를 만드는 빔 압축기술; 빔의 6차원 위상공간을 제어하거나 냉각하는 기술; 전자빔을 조작해서 attosecond 길이의 X-선 펄스를 발생하는 기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빔 품질 제어 기술들은 정교하고 시간분해능이 높은 timing 및 동기화 시스템, 고속/고전압 스위칭 시스템, 정밀하고 안정적인 고주파 및 전원 시스템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해외 대형 가속기 연구의 최신 동향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빔 에너지, 빔 세기, 빔 품질에서 최전선을 달리는 이러한 대형 가속기들은 실제로는 전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체 가속기 숫자 ~30,000대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 나머지 ~50%는 이온주입, 표면처리, 재료연구에 쓰이고, ~49%는 암치료, 의료용 동위원소 생성, 생명공학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최첨단의 대형 가속기 개발을 통하여 확보된 기술들이 응용분야에 자연스럽게 활용된 결과로서, 가속기 연구의 선순환적 구조를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1] 최준석, 과학 연구의 최전선, 주간조선 2573호 (2019).
[2] Lucio Rossi, LHC future, CERN Council Open Symposium (2019).
[3] Akira Yamamoto, State of the Art and Challenges in Accelerator Technologies – Past and Present, CERN Council Open Symposium (2019).
[4] Jie Wei et al., The FRIB superconducting linac: status and plans, Proceedings of LINAC2016, East Lansing, MI, USA (2019).
[5] 신승환,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 방사광 과학과 기술 26 (2019).
[6] 김재영, 차세대 방사광원의 등장과 전망, 방사광 과학과 기술 26 (2019).
[7] Seunghwan Shin, Private communication (2021).